5월 25일은 아르헨티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날입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혁명이 일어난 날로, 아르헨티나 독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기념일입니다. 1810년 벌어진 이 사건을 두고 사람들은 ‘5월 혁명의 날’ (Día de la Revolución de Mayo)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독립 역사도 중요하지만, 이번 글에선 아르헨티나 축구 클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5월 25일은 아르헨티나를 넘어 중남미 전체를 대표하는 보카 주니어스 (Boca Juniors)와 리버 플레이트 (River Plate) 클럽 역사에서 중요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평소 남미 축구에 관심이 있다면, 슈퍼클라시코 (Superclasico)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 있을 겁니다. 스페인 대표 축구 클럽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붙는 경기를 엘 클라시코 (El Clasico)라 부르는데, 아르헨티나에서도 두 명문 클럽 보카 주니어스와 리버 플레이트가 붙는 ‘슈퍼 클라시코’ 경기가 있습니다.
한 가지 재밌는 건, 라이벌 관계의 이 두 클럽 경기장이 5월 25일과 인연이 깊다는 점입니다. 먼저 리버 플레이트 경기장인 엘 모누멘탈 (El Monumental)은 1935년 5월 25일에 처음 공사가 시작됐고, 3년 뒤인 1938년 5월 26일에 완성이 됩니다. 리버 플레이트 창단일이 1901년 5월 25일인데, 경기장 건설 날짜도 우연하게 같은 날에 시작된 걸 알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엘 모누멘탈은 약 7만 명을 수용하는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축구 경기장입니다. 1978년 월드컵 때는 결승전이 열렸던 경기장으로, 아르헨티나가 네덜란드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경기장 구조는 동그란 모양으로 되어있으며, 관중석은 리버 플레이트를 상징하는 하얀색과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편 라이벌 보카 주니어스 경기장 라 봄보네라 (La Bombonera)는 1940년 5월 25일에 처음 개장됐습니다. 치열한 라이벌 관계지만, 공교롭게도 리버 플레이트의 엘 모누멘탈 설립일과 같습니다. 스페인어로 '초콜릿 상자'를 뜻하는 라 봄보네라 경기장은 보카를 상징하는 어두운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으며, 축구장 내부에는 클럽의 역사를 비롯해 마라도나, 리켈메 같은 선수들의 기록을 간직한 박물관이 있기도 합니다.
라 봄보네라의 규모를 보면, 리버 플레이트보다 조금 적은 약 57,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입니다. 필드는 피파 (FIFA)가 정한 ‘최소한의 경기장 규모 규정’을 겨우 통과하는 수준이라 합니다. 또 엘 모누멘탈과 한 가지 다른 특징이 있는데, 바로 선수들이 뛰는 필드와 좌석 간의 거리입니다. 관중석 거리가 굉장히 가까운 경기장 특성 때문에, 원정 온 팀들이 시끄러운 응원 소리로 압박을 많이 받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두 팀은 서로 앙숙 관계지만, 경기장 역사는 5월 25일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는게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팀의 경기장인 만큼 두 경기장은 많은 축구 팬들이 찾는 성지고, 국가 대표팀 경기도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특히 월드컵 최종 예선전 같은 경기가 두 곳에서 열리며, 이 때는 두 팀을 대표하는 색깔 대신 아르헨티나의 하늘색-하얀색 유니폼을 입은 관중들로 경기장이 뒤덮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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