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꽃이 안 피어도 시들어도

by 어슴푸레

지난 12월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를 시작으로 총 다섯 차례, 아이의 꽃꽂이 수업이 있었다.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긴 했지만 아이가 몰두하며 편안해하는 것을 본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두 번의 센터피스 두 번의 핸드 타이드(꽃다발)가 아이 손에서 완성되는 동안, 나는 조용히 옆에서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고 선생님들과 담소를 나눴다. 아이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 2시간 남짓을 선물받 기분이었다.


생각만큼 잘되지 않는 날은 다소 어두워 보였고, 의도대로 표현되는 날은 밝은 모습이었다. 뭐든 잘하고 싶은 열정 때문에 너무 쉽게 지쳐 눈앞의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다 녹아 먹을 수 없게 될 때가 많다는 아이의 말에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무 생각 없이 지금 이 순간을 누리면 된다고 말해 주었다.


꽃은 저마다 아름다웠다. 홍화목이나 방울보리 같은 소재도 그랬다. 자체로 매혹적이었지만 무리 속에서 조화를 이룰 때 안정감을 주었다. 키가 크거나 줄기가 단단한 꽃을 먼저 배치하고 여리고 잔 꽃들을 나중에 꽂고. 줄기가 부러지지 않게 살살살 돌려 꽃과 소재를 화병에 넣는 신중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바쁘게만, 우악스럽게만 꽂아 댔던 지난 가정생활과 육아 경험이 떠올랐다. 부러진 꽃을 그린 테이프로 고정하는 선생님의 손을 바라보면서 현명함의 뜻을 헤아렸다.


꽃꽂이 수업이 끝나는 날 선생님은 눈물을 글썽이셨다. 그 즉시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이 아이와 내 마음속에서 반짝거렸다.


꽃이 안 피어도 시들어도 어디 가지 않고 곁을 지키는 사람. 어느 날 너의 꽃이 만개하면 꽃보다 더 환히 웃으며 제 일처럼 축하할 선명한 사람.


꽃꽂이를 하는 아이를 보며 그런 엄마가 되어 주겠다고 다짐했다.


#꽃꽂이#원데이클래스#꽃보다고운너를#엄마는사랑해#윳아#청소년기#어느가족#오송이#이수미선생님#고맙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