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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아리 Aug 28. 2023

07. 조금 특별한 남매_part 2

가족? 친구? 두 가지 모두 우리 남매에겐 딱이지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환경에서 가장 극렬한 시기를 보냈다. 


내게는 17살부터 22살, 동생에게는 15살부터 20살. 


동생이 성인이 됐을 때 내가 한국에 돌아오긴 했지만, 나는 다시 자취를 시작했고, 동생은 기숙사 학원에 들어갔다.


어쩌면 그 공백이 우리 사이가 친밀한 이유라고 우린 생각했다. 가장 예민한 시기에 떨어져 있어서 감정의 골이 생길 이유가 없었고, 못 본 시간만큼 오히려 애틋했을 거라고.


그렇기 때문일까? 남동생이 늦게 군대에 갈 때, 나는 많이 울었다.


지나가는 군인에 대해 그전까지는 아무 생각도 안 들었는데, 동생이 군대에 있을 때는 지나가는 군인만 봐도 짠하더라. 그리고 동생은 자주 전화했다. 거의 매주 전화해서 시시콜콜 잡담을 나눴다. 


어느 날, 동생에게 용돈 넣는 걸 아빠가 까먹으셨고, 동생이 몹시 조심스럽게 조금만 돈을 빌려줄 수 있냐고 물었다. 군인이 그냥 뻔뻔하게 달라고 해도 될 건데. 나 역시 동생에게 명품 지갑을 몇 번이나 선물했을 정도로 물질적으로 그 애에게 아껴본 적이 없는데. 그런데도 동생은 염치를 챙기려 애썼다. 당시 대학생이었지만, 그래도 수중에 돈이 있어서 얼른 10만 원을 부쳤고, 용돈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바로 아빠에게 전화도 했다.


내 동생은 밖에 나올 일이 많았다. 넷플*스 시리즈? 웹툰? 아무튼 DP로 유명해졌긴 한데, 내 동생이 그거였으니까.


그렇다고 진짜 시리즈에 나오는 것처럼 막 그렇지는 않았는데, 생각보다 험한 일도 많이 겪었던 거 같긴 하다. 아무튼 그 특성상 밖에 나올 일이 많은데 활동비는 정해져 있고, 용돈이 없으면 정말 곤란한 상황이었던 것. 그래서 나는 그 후로 아빠가 까먹지 않도록 신경을 썼고, 나 역시 알바로 번 돈을 조금씩이라도 부치곤 했다. 


동생이 전역하고, 나는 더는 지나가는 군인에게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게 됐다. 원래도 시키는 걸 잘하던 동생이지만, 군대에 다녀온 후 말하지 않아도 하거나 원래는 안 하던 걸 하던 동생을 보면서 흐뭇하기도 했고. 군대 다녀오면 달라진다. 뭐 그런 이야기. 사실 다들 하는 이야기지만, 반면 군대 다녀와도 며칠 지나면 다시 돌아온다. 그런 이야기가 짝꿍처럼 붙어 다니기 때문에 별 다른 생각은 없었다.


굳이 더 자세하게 말해보면, 동생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충분한데 여기서 뭘 더? 그런 생각. 그런데 동생의 변화는 잠깐 반짝인 게 아니라 거의 영구적인 변화였다. 아무래도 군대에서 책임감이 필요한 직책을 맡았었기 때문일까? 여러 일을 겪을 수밖에 없는 체포조였기 때문일까?


콕 집어 행동만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동생이 상당히 변했다는 점에는 가족 모두가 동의했다.





군대에 다녀온 동생. 이미 성인이 된 지 한참.


그대로 굳어져야 마땅했을지 모를, 그런 시기가 지나고 동생이 또 조금씩 변했다.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더 유해지고, 더 긍정적으로. 충분히 탓할 수 있는 실수에도 그럴 수 있다며 넘어가고, 그 자체로 유쾌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동생을 보며 나는 가끔 그렇게 유쾌하기 어려운 내가 부끄럽다. 나는 실수에 관대하지 못해서. 특히 내 사람의 실수에는 더더욱.


남의 실수에도 딱히 관대하지 않다. 경멸은 나와 가깝고, 나의 체념은 몹시 빠르다.


그리고 나는 실망시킨 이에게 두 번 기회를 주지 않는다. 나조차 누굴 실망시킨 후에는 다음 기회를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이토록 유연하지 못한데, 동생은 그토록 유연해서. 사실 그게 많이 부끄러우면서도 동생이 옆에서 한 마디씩 해주면, 마음이 조금은 느슨하게 풀린다. 그래서 동생이 나를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을 알 때는 아무리 예민할 때여도 그저 들어준다. 내 동생의 이야기니까. 


주로 이런 건 아빠가 실수하셨을 때 나오는 장면이기도 하다. 동생은 아빠의 실수를 지적하며 아직도 누나를 몰라? 하면서도, 아빠가 누나한테 뭘 해주고 싶어서 그랬는지는 알지. 누나도 알 거야. 응? 하지만 방식이 누나가 너무 싫어하는 방식이잖아. 아끼는 사람이면 더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어? 이렇게 이어지는 말은 사실 아빠를 질책하는 것보다는 내게 말하는 것과 가깝다.


"누나~ 화 풀어~"라고.


대놓고 말하면 오히려 기름 부은 격이 될까 저어하는 동생의 애교인 셈.


그런 걸 듣고 어떻게 계속 마음이 안 좋겠어? 결국 스르르 풀리고, 동생 말에 슬쩍 맞장구를 치며 분위기를 풀어나가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그런 순간조차 마음을 푸는 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되도록 삼켜내곤 한다. 결국 지나갈 생각이니까.


당장 느끼는 감정도, 생각도 지나고 나면 희석된다는 걸 이미 아는 나이. 그러니 억지로 버틸 필요는 없다. 다만, 내가 싫어하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명확하게 고지할 뿐. 






이런 우리 남매가 가족이 아닌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어떻냐고? 


음, 다들 처음에는 적응을 못한다.


우리만 있는 벽이 있다고 생각하더라. 심지어 소외감을 느낀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동생의 바깥 이미지는 적어도 '누군가의 동생'보다는 관리자나 형, 오빠에 가깝다. 그런 동생이 내게 애취급을 받고, 내 말에 고분고분 따라주는 걸 보면 다들 한 번씩 식겁한다. 


그리고 내 언행도 마찬가지.


평소 무뚝뚝한 편인 내가 동생에게 "우리 아가", "우리 집 아들냄", "우리 막내" 하며 따뜻하고 포근한 단어와 말을 보드라운 어조로 쏟아내면 다들 눈과 귀를 의심하곤 하니까. 동생과 둘이 어릴 때 캠프에 갔을 땐 커플로 오해받기도 했었으니, 뭐.


여하튼 조금 이상할지 모르는 우리 남매는 그런 상황도 꽤 즐기곤 한다.


왜냐고? 재미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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