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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 Mar 22. 2017

#열네 번째 별빛

학교, 졸업식 그리고 지금의 우리들

덜컥 겁이 났다

우리가 졸업하던

:

그 겨울


 햇빛이


내리쬐던 그날








녹아버릴 것만 같던

우리의 사춘기가

끝나고선 입대와 취업으로

굳어질 때 우린 무엇을 보았을까?

두 눈에선 눈물이 흐르지 않았고

그렇게나 아쉽지도

행복하지도 않았지

우린 그렇게 미지근한 미소로

정신없이 서로를 반기며 웃으며

그다지 친하지 않은 친구들과도

인사를 나누며 마지막

2시간을 보냈어

두 눈에 담아 보려고

그때의 장면들을

두 손으로 잡아 보려고 너희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난 너를 꼭 보고 싶다며 사랑한다고


고백하기에 앞서

입꼬리를 올리며


수고했다고


그래, 우리 정말 수고했지

앞으로도 수고하자고 고생하자는 말




한마디 두 마디 오갈 때마다

입안 속


서러움이 꿈틀거렸던 것 같아

아마도..


조금 울음이 가득 차

눈시울에 가득 찰 때쯤


교장선생님의 담화를 마무리로 우린

2만 원짜리 안개 꽃다발과

5천 원짜리 장미 꽃다발로

마무리 지었어야 했지

우리의 마지막 장면


그렇게 마침표. 우리의 설렘은

지금 들고 있는

이 꽃다발이 쓸모없어지고

시들어 말라갈 때쯤 일 거라고 말이야


지금에서야 물어볼게

그 시절, 우리 행복했니?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거칠어진


말투와 피부가


돋보이는 얼굴로


서로를 마주하며 미소 지어봤어


우리는 부끄럽지 않은

세월을 보낸 거 같아


너의 표정에서 다 읽히는

푸른빛 피의 흐름과 삼켰던 눈물


되새김질 그 결 사이로

너의 고생은 충분히 담겼어


오늘은 흘리자


내가 수습할게


원래 잡히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고


나에게 힘들고 괴로웠던 일


모두 토해도 괜찮아


정말 수고했어


우리는 가족일 거야 아마도.





주춤거려도 괜찮아


건드려보고 건너자

조금 더 두터워진 고민이 우리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헤집어놓더라도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면서 견뎌보자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아


구차한 게 아니야 너의 행동들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게 없고


설마 하는 일들만

내 앞에 벌어지고


기적은 없지만

절망만 가득한 일상이


이젠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자연스러워


두려움에 익숙해진 우리


들어가는 것보단


나가는 것을 더 잘하는


신호가 바뀌었어 지금 건너면 되니

따라와 이제 웃을 시간이야.







가끔 무단횡단도


할 수 있는 것도 맞아


맘대로 안되고 사랑도 사람도


산산이 부서지고 깨지기 마련이야


채색을 대부분 마친 수채화에


물을 엎지른 것처럼 모든 게


눅눅하고 쓸모없어진


쓰레기가


되어도 괜찮아 처음부터

다시 하면 돼










이 새벽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오늘을 즐기자 만나서 반가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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