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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진 Oct 01. 2021

한 달 핸드폰 요금도 없을 때

“핸드폰 요금 낼 돈도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봐, 친구! 그거 알아? 핸드폰비를 내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걸>라는 제목으로 2021년 12월 10일 출간 되었습니다.
 옆 사람은 코인으로 대박나고, 옆 사람은 주식하다 쪽박찼다. '나는 뭘해야 하지?' 방황하며 아무것도 못하는 격동의 2030세대들에게 제대로 된 소비 습관을 길러주고,  트랜드에 맞는 투자방법을 제시해 주는 실제사례들로 제작되었습니다.



 “핸드폰 요금 낼 돈도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추운 겨울 만난 그녀가 첫인사도 없이 한 말이었다.


 “아.. 핸드폰이요? 글쎄요.. 음.. ”

 갑작스런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


 “제가 핸드폰 낼 돈도 없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당황한 나에게 그녀가 말했다.


 어색한 질문과 답변도 잠시였다. 그녀는 문화센터에서 발레를 가르치는 ‘발레 선생님’ 이었다. 무용수답게 팔과 다리는 길쭉길쭉했고 얼굴도 작았다. ‘피팅모델’로 아르바이트만 해도 먹고 살 것 같았다. 외모가 남들보다 뛰어나는 건 평범한 외모를 갖고 있는 사람들 보다는 성공의 기회가 많았을 것이다.


  도대체 그녀는

  ‘왜 핸드폰 요금 낼 돈도 없을까?’

  궁금했다.  


 말을 하는 동안 그녀는 외로워 보였다.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했다. 돈이 많이 필요한 예체능 과목 중에서도 그녀는 발레를 전공한 무용수다. 돈 걱정 없이 살았을 것만 같았다. ‘첫 질문부터가 돈 걱정이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핸드폰 요금은 보통 10만원 미만 아닌가?, 내가 모르는 비싼 핸드폰 요금이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 때쯤 그녀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23살 대학졸업을 앞두고 그녀의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회사와 집으로 빚쟁이들이 들이닥치고 영화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 사회경험 없이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하셨던 어머니는 장례식 이후로 정신을 놓으셨다. 그녀도 사회생활을 한 적이 없지만 어머니를 위해서 용기를 내고 일을 시작했다.


 ‘왜 그 용기를 그녀가 냈어야만 했을까?’

 

 솔직히 그녀의 어머니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머니는 대학교 교육까지 받는 고학력자였다. 아버지의 ‘가장 바톤’을 어머니가 이어받아야만 했다. 그녀는 아무런 준비 없이 추운겨울 생계형 가장이 되었다.


 유치원, 직장인 새벽반, 주말에는 입시생들을 가르쳤다.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에는 몸이 아파도 강습을 이어나갔다. 악착같이 버텼던 그녀한테 견딜 수 없는 일이 생겼다. 시간 단위로 움직여야 하는 강사들한테는 핸드폰은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다. 수업의뢰나 소개요청은 핸드폰연락으로 이루어진다. 즉,  핸드폰은 돈줄이었고, 어머니와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물건이다. 그런데, 3일 뒤에 이체되는 핸드폰 요금인 68,000원이 통장잔고에 없었다. 빈 통장 계좌를 보며 하루 종일 울었다고 한다. 결국, 대학교 입학선물로 받았던 명품 시계를 중고샵에 팔고 나서야 핸드폰 요금을 납입할 수 있었다.  


 통장잔고보다 그녀를 더 힘들게 만든 건 어려운 시기에 연락된 친구들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반가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집이 무너진 것을 알고는 무시하는 말투로 그녀를 괴롭혔다.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더 비싼 옷과 가방으로 자신을 치장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동안에는 핸드폰 요금을 걱정하는 가난한 발레선생님이 아니었다. 하지만 방에 쌓여있는 옷과 가방, 구두를 볼 때마다 답답했다. 삶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용기조차 없었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지만 않았거나,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졌더라면 어땠을까? 그녀는 정신과 선생님과 주기적으로 상담을 하고 받고 있었다.


  사회에 나올 기본적인 준비인 물질적과 정신적인 것은 부모님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한다. 그녀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핸드폰 요금 정도의 비상금은 준비하라고 누군가는 알려줬어야 했다. 그 누군가는 부모든 사회든 말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어머니까지 돌봐야 했던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고, 단지 준비가 안 된 것뿐이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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