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미진 Oct 05. 2021

냉장고가 고장났어요

생존자금의 필요성

<이봐, 친구! 그거 알아? 핸드폰비를 내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라는 제목으로 2021 12 10 출간 되었습니다.
  사람은 코인으로 대박나고,  사람은 주식하다 쪽박찼다. '나는 뭘해야 하지?' 방황하며 아무것도 못하는 격동의 2030세대들에게 제대로  소비 습관을 길러주고,  트랜드에 맞는 투자방법을 제시해 주는 실제사례들로 제작되었습니다.





냉장고가 고장났어요 

          

“전에 안 쓰는 냉장고 있다고 했지?

그거 아직도 잘 있어?”

 오랜만에 연락한 지인은 내 안부 대신 냉장고의 안부를 물었다.  


“네.

미니냉장고인데 필요하시면 드릴게요.”

 

 지인은 회사에서 일하는 자기 사촌동생이 한 달 동안이나 냉장고 없이 생활하고 있다며 혼자 사니 작아도 괜찮을 거라고 했다. 6개월이나 일했는데 냉장고 살 돈도 못 모아놨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사촌동생의 재무 설계를 부탁했다.


 ‘사무용 냉장고는 30만 원이면 사는데……

 혼자 살면서 왜 30만 원도 저축을 못 했을까?

 밥은 먹고 살았을까?’

 냉장고 없이 한 달을 생활한 H가 궁금해졌다.


 미니멀리스트인 이나가키 에미코는 책 《퇴사하겠습니다》에서 ‘냉장고란 현대인의 삶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자 생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소화 기관은 냉장고와 직결된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현대인들에게 냉장고 없이 살 수 있냐고 물으면 단연코 불가능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 불가능한 일을 H가 해낸 것이다. H에게 호기심도 동하고, 살면서 꼭 필요한 생존자금의 필요성도 알려주고 싶어서 냉장고를 가지러 온 H에게 나는 이것저것 묻게 되었다.  

 

 7일간의 중국 출장을 마치고 밤 10시쯤 집에 돌아왔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안락한 집은 공포의 장소로 변해 있었다고 H는 회상했다. 집안에선 온통 쾌쾌한 냄새가 났고, 바닥에 물이 흐르고 있어 구정물을 따라가 보니 냉장고가 고장 나 있었다고 했다. 냉동실에 있던 오징어는 흐물흐물해졌고 냉장실에 있던 우유는 발효가 진행되어 요구르트 상태였다. H가 만약 그 우유를 무심코 마셨다면 어떻게 됐을까? 역시 냉장고는 생명과 직결된 물건임에 틀림없다. 늦은 시간이라 A/S 직원을 부를 수도 없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새도록 혼자 냉장고 청소를 했단다. 2일 뒤 A/S 직원이 왔지만 냉장고 부품이 없어서 고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위기가 H에게 닥친 순간이었다.    


 “그럼 냉장고를 바로 샀어야죠.

 이렇게 더운 여름에 어떻게 냉장고 없이

 한 달을 버텼어요?”


 H는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면세점에서 명품 지갑을 샀다. 생애 첫 명품 구입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건 사회초년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다. 취업 준비로 받았던 스트레스를 6개월 만에 명품지갑으로 푼 대신 통장 잔고를 ‘0’으로 만들었다. 냉장고가 언제든 고장 날 수 있다는 걸 몰랐을까? 예상치 못한 위기는 H의 생명을 위협했다. 인생에서 위기는 도처에 깔려 있다.

 

 명품지갑 가격은 30퍼센트 할인을 받아 36만 원. 소형 냉장고 한 대 값이다. 즉, H에게 꼭 필요한 생존자금이었다. 생존자금을 지갑과 맞바꾼 셈이다. 부모님 드릴 건강식품까지 사고 나니 통장 잔액이 9,800원이었다고 한다. 그나마 가진 돈에 딱 맞춰 샀다고 칭찬해줘야 하나 싶었는데, H에게는 12개월 할부로 산 최신형 노트북과 핸드폰 할부도 남아 있었다. 지인이 동생을 한심하게 생각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다음 달이라고 나아질 것 같지도 않아서 지인은 괘씸해서라도 냉장고를 사주지 않았던 것이다.

 

 수입은 갑자기 늘어날 수도, 갑자기 줄어들 수도 있다. 일을 아예 못하게 되거나 가족들에게 일어난 갑작스런 사고로 내 경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 위기를 대비한 최소한의 자금이 필요한 이유다. H는 직장인이다. 매달 급여의 10퍼센트씩이라도 생존자금을 모아둔 사람이라면 사업문제, 주택자금, 교육자금, 비상자금, 노후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어떠한 위기 상황에도 생존자금은 힘이 된다.

 

 H에게 최소한의 생존자금을 모으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기로 결심했다.

작가의 이전글 현명한 지출관리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