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드노트 ⑦ : 프로 가치소비러 헤이즐
우리는 왜 가치에 집중할까요? 런치드노트는 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 문제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이들은 왜,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실현할까요? 그리고 이들이 바라는 더 나은 세상은 무엇일까요?
'이왕이면 의미 있게' 소비활동을 잘 실천하고자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프로 가치소비러 헤이즐 님의 스토리입니다.
헤이즐님이 다양한 사회 문제 중에 집중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가요?
ESG/동물복지/제로웨이스트 등 폭넓게 관심이 많지만 그중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소외계층, 취약계층이라고 느껴요. 어느 문제들보다 더 그 사람들에겐 당장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또 그들의 상황을 알려야 사회의 지원도 생긴다고 생각해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헤이즐님은 어떤 노력을 해오셨나요?
현재 회계학 공부를 하고 있어 비영리기업 재무제표가 공시된 사이트 '가이드스타'에서 개인적으로 후원단체 재무제표를 분석하곤 해요. 또 <영도할매방아깨비사업단>이라는 노인 일자리 관련 사회적 기업에서 할머니들이 손수 짜신 추석 참기름, 참깨를 포장하는 봉사활동을 했었어요. 어렸을 적 할머니 손에서 커서 저희 할머니 생각도 나고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이외에는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sns에 긴 가치소비 담론을 끄적이기도 하고, 간단한 소비 에세이와 함께 여러 사회가치에 대한 정보 공유를 하면서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누가 보지 않더라도 기록용으로 써 내려간 sns 단상들을 모으다 보니 꽤 많아져서, 제가 쓴 글에 제가 되려 위로를 받더라고요.
완벽하진 않아도 천천히
어떤 계기로 가치소비를 지향하게 되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맨 처음 가치소비의 시작은 제로웨이스트예요. 예전에 살던 집이 주변 편의시설이 아무것도 없는 주택가여서 택배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왔고 코로나 시기와 맞물리면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자 마음먹게 되었어요. 저희 어머니도 친환경에 관심이 많으셔서 함께 관련 물품을 구매해 사용해보면서 경험한 걸 인스타에 나누기 시작했어요. 환경에 대한 관심은 비건 소비로 이어졌습니다.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편견 없이 소비하는 사람이 되었답니다. 이러한 환경적인 문제가 인권문제와도 연결되면서 전반적인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가치소비 자체에 엄청 몰입하다 보니 다양한 제품을 두루두루 접하게 되었어요. 호기심 많은 성향 때문도 있고요 :)
열정적인 가치 소비자로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진심을 담아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신가요?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기업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인스타그램에도 자주 공유를 했었는데요. 아무래도 '진정성', 그리고 '일관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수익 활동이 있어야 회사가 유지되는 건 알고 있지만, 사회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은 공익을 동시에 추구하기에 저 같은 소비자들은 그 기업이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보는 게 많아요. 예를 들면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와 같이요.
그게 단지 일회성 이벤트나 보여주기 식이라면 소비자들이 실망을 하겠죠. 진정으로 기업들이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느껴지고, 그것이 꾸준히 이어질 때 소비자들이 믿고 소비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
가성비보다 가심비를 추구하는 소비가 트렌드가 되었어요. 같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부분이 있다면? :)
가치소비에 지나치게 강박을 갖지 말고 제품과 서비스에 먼저 집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간혹 좋은 의미를 품고 있지만 퀄리티가 상당히 떨어지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그 회사의 성장에 가치를 두거나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의 일자리 마련에 가치를 두면 또 얘기가 다르겠지만 본인이 어떤 걸 원하는지,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행동하고 소비해야 하는지 스스로 기준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곳에 가치를 두고 소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말씀 너무나 와닿아요. 헤이즐님은 그 기준을 어떻게 잡고 계시나요? 이유도 함께 듣고 싶어요.
우선순위가 항상 일정하진 않지만 제일 먼저 보는 것은 나에게 이로운 부분이 있는가입니다. 간혹 잘못 산 제품은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방치되다가 결국 쓰레기로 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돈도 아까울뿐더러 자원도 낭비하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 현재 필요한 것인지, 대체 가능한 물품이 없는지를 보고 현재 있는 것을 최대한 먼저 활용하는 방법으로 소비를 합니다.
그다음엔 식품이라면 성분 구성표, 제품(상품)이라면 크기 또는 만든 재료를 봐요. 또 포장재 분리배출이 용이한지 확인하고 가능한 쓰레기가 덜 배출되는 것을 선택하며 그 쓰임과 가격이 저의 예상 범위 내에 있다면 구매하는 편입니다. 온라인 구매는 최대한 지양해요. 직접 물건의 상태와 식품의 신선도를 확인할 수가 없고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기도 해서 포장 택배 쓰레기 처리가 불편하더라고요.
선한 브랜드가 만드는 제품을 사는 가치소비 행위가 개인에게 의미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치소비는 일종의 자기만족적인 소비의 일종이자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취약계층 고용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만드는 제품을 구매하면, 저도 사용하며 도움을 얻을 수 있고 저의 작은 보탬으로 그분들의 생계도 유지될 수 있기에 서로 공존하며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헤이즐님이 그리는 더 나은 세상의 모습은 어떤가요?
모든 사람이 보이는 부분으로만 평가받지 않고 그 자체로 존중받으며 각자의 쓸모를 다 하는 것. 공동체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세상의 모습을 원해요. 한국사회는 많이 발전했지만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의 수가 많고 세계 자살률 또한 높아 암울한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죠. 무엇 때문에 사는지 모르고, 죽고 싶다는 말을 쉽게 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요.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많아지고 고독사가 늘어가는 사회가 안타깝더라고요.
궁극적으로 제가 원하는 건 사람들이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때문에 소외되어 생존 자체가 힘든 사람들을 위해 얼마든지 도와주고 싶어요.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기에 서로 영향을 주고, 도움을 받아야 해요. 배울 점이 있는 한 모두가 가치 있다고 믿는 제 가치관처럼 모두가 본인의 가치를 알았으면 해요. 희망이 존재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이를 위해 저도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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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편집 : 한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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