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에서 PO가 되어버린 나
IT 개발자로 근무를 길지 않은 기간 하고 나서야 내가 더 관심이 있고 잘하는 분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개발자의 일도 너무 즐거웠고 간혹 연달아 발생하는 에러와 야근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AI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시기여서 소스를 타고 들어가는 재미도 있었다. 간간히 개발 컨퍼런스들에 참여하면서 사람들도 만나고 개발이야기만 하루종일 하다오는 것도 내 지식 욕구에 충족되는 즐거운 일이였다.
퇴사를 하고 나서는 너무 막막했고 내가 어떤 것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솔직하게 말해 겁이 났다. 개발 공부를 계속하는 건 좋지만 내가 40살, 50살이 들어서도 지금과 같은 관심을 가지고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일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그래서 할 줄 아는 개발로 혼자 일어서보자 시작한 건 바로 창업이었다. 창업붐이다 모다 하는 시기에 들리는 일을 따라가는 것 같아 걱정도 됐지만 더 늦지 않은 시점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창업을 하면서 직장에서는 느끼지 못한 회사가 주는 소중함도 경험하고, 아직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혼자서 사업을 한다는게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게 해주었다. 덩달아 직장생활하면서 함께한 동료들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었다. 혼자 굴러가는 일은 더디다. 빠르다고 생각하지만 더딘 경우도 정말 많았다. 혼자서 기획, 개발, 디자인, 마케팅 모든 것을 고민하는 것은 새롭기도 했지만 힘들기도 했다.
서비스를 만들면서 기존에 취업을 위해 또는 회사업무의 지시사항들로 개발을 하던 때와는 많이 달랐다. 지원사업을 받기 위해 작성하는 서류부터 차별점을 갖추기 위해서 하는 분석, 시장 트렌드에 대한 이해 등 생각하고 고민해야하는 폭이 넓어졌다. 회사 내에서 개발 직무를 할 때는 상대적으로 보는 시야가 좁았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시야를 넓혀서 생활해야 했지만 주어진 일을 하고 왕복 4시간 출퇴근만으로도 바로 침대에 누워버린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aka.예비창업자라고 쓰고 무직인 상태가 되어버린 지금.
작은 아이템을 만들면서 PO와 같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생각이 너무 많아져 이 시점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을 갖고 발전하는 것만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창업을 도전하면서 아직 부족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주변의 말과 시선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장을 벗어난 불안정한 상태여서 그런지 많이 흔들리게도 되는 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경험을 살려서 PM/PO로의 직무 전환을 목표로 해보려고 한다. 경력은 부족하지만 개발자로서 가지는 이점과 타 부서와의 소통이 조금 유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창업 경험도 한 몫 했다. 사실 커리어 패스가 개발자에서 PM으로도 많이 가기도 하고 이전에 상상은 했었으니까. 지금 될까? 라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지만, 나를 좀 더 믿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