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만 16세 미만 SNS 금지

호주청소년의 직접 의견을 들어본다

by 로린


호주는 청소년 아이들의 과도한 스마트폰, 특히 SNS 사용에 관한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오는 2025년 12월 10일부터 16세 미만 아이들의 SNS 금지령이 실시된다. 16세 미만은 인스타·틱톡·스냅챗·페북 ·유튜브 등 계정 자체를 만들 수 없다. 현재 계정이 있다면 모두 취소되며, 혹여 부모가 허락을 한다 해도 계정을 만들 수 없다. 16세 미만아동이 SNS 계정을 만들거나 유지하게 된 경우, 그 SNS 플랫폼 회사에 AUD 49.5–50 million(한국돈으로 약 4,700 ~ 4,750억 원)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아이들의 과도한 스마트폰, SNS사용이 아이들의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뿐만 아니라 사이버 불링, 온라인성범죄, 온라인 도박등 높은 위험도가 있는데, 마냥 가정 내에서 통제하고 조절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국가가 직접 개입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호주 국민들은 SNS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대부분의 부모들은 SNS규제를 두 손 들고 환영하고 있다. 내 주위 엄마들과 이야기해 보면 이제는 애들이랑 더 이상 씨름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안도하는 엄마들과 진즉에 강한 규제가 필요했다며 늦은 정부의 움직임을 원망하는 엄마들도 있다.


물론, 호주의 청소년들은 SNS규제에 대해 아주 반대하는 입장이다.


직접 이제 곧 14살이 될 우리 집 아이와 SNS규제에 대해 물었다. 생각보다 의외로 아이는 “엄마, 나랑 우리 친구들은 그냥 SNS를 하고 싶어서 반대하는 게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아이는 학교에서 직접 친구들과 자신들이 왜 SNS규제를 반대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반대입장은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1. SNS는 누군가의 유일한 사회로의 창이다.

성소수자(LGBTQ+) 청소년 중 상당수는 학교나 가정에서 정체성을 이해받기 어렵다. 하지만 SNS 커뮤니티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는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공감의 연결 고리이다.


바쁜 부모, 가정 속 학대 상황의 아이들에게 SNS로 시간은 잠시나마 어두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간절한 탈출구일수도 있다. 이 아이들에게서 SNS를 뺏는다면, 그들의 유일한 정서적 안식처가 사라지는 셈이다.


2. 지나친 SNS사용을 스스로 자제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칼이 위험하면 사용법을 가르치지, 칼을 없애진 않잖아.”


(딸아이의 말을 그대로 쓰자면) "엄마, 이건 게으른 정책이야.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치기 귀찮아서 그냥 없애려고 하는 거잖아."


실제로 아이들도 디지털 매체가 스스로에게 해롭다는 것을 인지하며, SNS를 무작정 제한하기보다 스스로 적당한 사용을 할 수 있는 통제력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자제력을 가지지 못한다면 만 16세가 넘어 다시 SNS계정을 가지게 됐을 때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정부는 SNS를 금지하더라도 아이들에게 건강한 디지털 이용법을 교육해야 할 것이다.


3. 할 사람은 어떻게든 한다.


이미 호주 아이들은 자신의 언니, 오빠, 부모님의 계정을 사용해서 SNS계정을 유지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얼굴 인식계정은 부모님 얼굴을 몰래 찍어서 가입하기도 한다.

우리 집 아이도 친구들을 따라 자기 계정의 나이를 바꾸려다 나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계정 로그인 인증알람이 엄마에게 있다는 것을 까막히 잊어버리고’

이렇듯 아이들은 이미 규제를 교묘히 벗어나 SNS를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 결국은 SNS금지조치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호주 정부 내부에서도 아직은 이에 대해 완전히 정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분명 호주의 청소년 SNS 금지 규정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좋은 시도이다. 하지만, 단순 금지로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건강한 디지털 사용법을 가르치며 아이들의 자제력과 통제력을 길러주는 데에 힘을 써야 한다. 또한 SNS가 유일한 탈출구가 될 수 있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도움에 손길이 더 지원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가장 효과적인 SNS규정은 어른들부터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 내가 핸드폰을 들여다볼 때마다 아이도 핸드폰에 빠진다고 생각하면, 나와 아이를 위해서라도 핸드폰 사용을 한 번씩 다시 생각하게끔 된다.


호주뿐만이 아니라 핀란드, 이탈리아, 독일, 노르웨이 등 많은 나라에서 청소년의 디지털 매체, 인터넷, 핸드폰 사용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각 나라의 규제 사례의 장. 단점을 잘 따져보면서 한국에서도 청소년들 위한 건강한 SNS/핸드폰 사용 가이드가 생겨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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