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첫 번째 이야기
나는 27살 때부터 영어학원에서 일을 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이었고 팀장에서 시작해 원장까지, 약 10년의 세월을 한 분야에 몸을 담고 있었다. 나의 젊음을 바치며 열정을 다하며 평생 직업이라 여겼던 일에서 어느 순간부터 의문과 괴로움이 찾아왔다. 일을 하며 한 번씩 느껴지는 불편함 정도가 아니었고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무너지게 했다. 리더의 삶이 무너지면 조직 또한 무너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나는 더 이상 일을 지속할 수가 없었다. 아니, 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2023년 12월, 퇴사를 결심했다.
하지만 여러 상황상 바로 퇴사를 할 수는 없었다. 시작보다 중요한 것이 마무리고 애정을 가지고 일을 했던 곳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퇴사를 결심하고 약 1년이 되어서야 나는 일을 마무리를 하게 됐다. 끝을 향해 가는 시점에 나는 나의 일을 되돌아보았다. 지난 10년 간 어떤 생각을 가지고 나는 일을 했는지, 왜 내가 이 일을 좋아했고, 왜 그토록 힘들어했는지 나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정리하고 글로 기록하기로 했다. 얼마만큼의 분량의 글을 기록할지, 어떤 순서로 쓸지 정하진 않았지만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떠오르는 순서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퇴사 날짜가 정해진 그날로 거슬러 간다.
10월 중순, 금요일 내선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이사님.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마무리 업무를 시작하자는 내용이었다.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체크를 했다. 전화를 끊자 순식간에 많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한꺼번에 다양한 생각들이 찾아와 마음도 생각도 복잡했다. 그러자 나의 20대, 입사할 때쯤으로 생각이 향했다.
나의 20대는 하고 싶은 게 없었다. 아니,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부모님의 안전하고 따뜻한 온실 속에 있다가 부딪힌 세상은 너무나 큰 곳이었고 나는 그곳에서 방황을 했다. 친구들은 하나둘씩 진로를 찾아갈 때, 나는 막연함 속에 있었다.
나이는 들고, 취업은 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외교관이 된다고 했다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했다가, 어느 날은 국토대장정을 가서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고 했다가, 몇 군데 이력서도 넣었다가, 여기 찔끔, 저기 찔끔 발을 담갔다가 빼며 애꿎은 시간 속에서 지냈다.
몇 군데 면접을 보던 중, 지금의 학원에서 면접 제의가 왔다. 당시 외국계 기업에도 합격을 했었는데 나는 출퇴근이 좀 더 용이하다는 이유로 지금의 학원에서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일은 잘 맞았다. 처음으로 일에 대한 욕심도 생겼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혀갔다. 그리고 약 2년 뒤, 나는 지금 근무하는 분원의 실무자로 발령이 났다. 익숙하던 공간과 사람들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