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뉴스입니다
고공 뉴스 시청률의 시대는 갔다
다들 뉴스의 위기라고 한다. 이제 뉴스는 메이저 신문사와 방송사의 전유물이 아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1인 미디어가 대중의 신뢰를 얻기 시작했고, 2010년대 이후로는 다양한 SNS에서 뉴스가 확산되었다.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뉴스의 폭이 넓어졌고, 가짜 뉴스까지 대중을 헷갈리게 한다. 이처럼 뉴스가 격변하는 때에 MBC를 비롯한 지상파 뉴스는 어떻게 바뀌고 진화할까?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사실, MBC 뉴스는 다른 지상파 뉴스에 비해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사회의 이슈를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뉴스의 목적이고, 때문에 대중의 신뢰는 뉴스의 기반이 된다. 지난 10여 년간 MBC는 바로 그 신뢰를 잃어버렸고, 지상파 최하위 뉴스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동안 재빠르게 발돋움한 곳이 JTBC 뉴스룸이다. MBC 대표 아나운서였던 손석희가 JTBC 뉴스룸의 얼굴이 되고, 세월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의 보도로 JTBC 뉴스룸은 ‘믿고 보는’ 뉴스가 되었다. 커피로 비유하자면 JTBC 뉴스룸은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아메리카노와 같다. 전반적으로 사회의 객관성을 인정하는 뉴스이기에 시청률이나 화제성이나 지상파 뉴스를 능가한 지 오래다.
MBC 뉴스는 개편 이후에도 아직 확실한 스타일이 보이지 않는다. 특정 독자를 위한 에스프레소 스타일 뉴스에서는 탈피했지만 누구에게나 신뢰받는 아메리카노 스타일 뉴스가 되려면 시간이 걸릴듯하다. 그러나 7월 왕종명/이재은 앵커 교체와 함께 개편된 MBC 뉴스는 점차 성과를 얻고 있다. 집중 호우, 정부 예산안 증가를 심도 있게 다루었고, 동시에 꾸준한 시청률 상승이 돋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MBC 뉴스가 신뢰 회복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왕종명/이재은 앵커와의 대화는 이에 대한 실마리가 되었다.
왕종명 앵커는 MBC 뉴스가 잃을 것이 없다고 했다. 지난 10여 년 간 국민들은 MBC 뉴스를 의도적으로 외면했고, 현재의 MBC 뉴스는 외면하지는 않을지라도 굳이 선택하지는 않는 뉴스이고, 바닥에서 시작했기에 오히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그래서 MBC 뉴스가 선택한 방식은 시청자에게 계속 사인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MBC 8시 뉴스데스크의 새로운 슬로건, “당신이 뉴스입니다”이다. MBC 뉴스는 보도 방식에 있어서도, 집중 호우도 보도했지만 정부 예산 증가를 가장 심도 있게 다루었다. 한 가지 파격적인 변화라면, 뉴스 클로징 멘트에서 시청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뉴스의 클로징 멘트는 카리스마 있는 앵커의 독점권이었고, 실제로 JTBC 뉴스룸은 여전히 이런 방식을 고집한다. 그러나 MBC는 한 명의 촌철살인 대신 시청자의 의견을 선택했다. 시청자들의 의견에서 오히려 생각하지 못했던 촌철살인이 있기에, 그를 짚고 넘어가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새로운 슬로건을 충실히 따른 전략인 셈이다.
‘마리텔’이 아닌 ‘마리뉴’
뉴스데스크가 아닌 MBC의 SNS에서도 “당신이 뉴스입니다”라는 슬로건은 힘을 발휘한다. 페이스북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14F 페이지도 그렇지만, 더 새로운 플랫폼을 시도하는 뉴스 코너가 있다. 바로 ‘마리텔(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아닌, ‘마리뉴(마이 리틀 뉴스데스크)’다.
2017년 6월에 종영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MBC 예능의 자랑이다. 인터넷 방송 형식을 TV에 처음으로 끌어온 프로그램이었으면 화제성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둔 프로그램이다. 리얼 예능이 대세인 지금, 포스트 리얼 예능을 보여준 프로그램으로도 평가받는다. 이러한 마리텔의 플랫폼을 뉴스데스크로 옮겨온 프로그램이 바로 마리뉴다. 처음에는 걱정스러웠다. 마리텔에는 연예인을 비롯한 사회 각계의 유명인들과 모르모트 PD가 있었다. 그러나 뉴스에 ‘마리텔의 예능감이 과연 맞을까’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마리뉴’ 현장 참관 이후로 생각이 달라졌다. ‘마리뉴’의 방식은 마리텔을 변형하여 뉴스에 최적화시켰다. '마리뉴'는 기자들이 5개의 뉴스 토픽을 선정한 후 차례차례 소개하면서 유튜브 시청자들의 투표를 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뉴스 토픽은 정식으로 보도된다. 시청자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플랫폼인 것이다. 또한, ‘마리뉴’는 시청자들과의 소통이 시너지로 작용하는 방송이다. 예를 들어, 임경아 기자가 인천시 내의 정경유착 모임에 대해서 설명할 때 어떤 시청자가 “웬만한 지방에는 저런 모임 있을 거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 댓글을 보고 임경아 기자는 인천시가 다른 광역시에 비해서도 정경유착 모임의 강도가 심한 편이라고 추가 설명을 했다. 이렇게 '마리뉴'는 마리텔의 즉각적 소통을 뉴스에 맞게 받아들였다.
다만, '마리뉴'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 8월 29일 참관한 방송에서 참여 시청자는 100명 남짓이었다. 코너에 들인 공에 비해서 성과가 아직 미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SNS를 기반으로 한 코너인 만큼, '마리뉴'를 더 다방면으로 알렸으면 한다. 마리텔과 엮은 홍보영상을 만들어도 되고,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라이브 등에서 한 번쯤 진행해도 좋을 것이다. 같은 유튜브의 경우에는 MBC 뉴스 채널이 아닌 화제성이 큰 엠빅 뉴스에서 진행하면 시청자가 더 늘지 않을까? '마리뉴'가 SNS 친화적 뉴스 코너를 표방하는 만큼, 다양한 SNS에서 시도하면 그만큼 더 알려지고 시청자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Back to the Basic, 상식이 되는 뉴스
이처럼 현재의 MBC 뉴스는 “당신이 뉴스입니다”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시청자와 호흡하는 뉴스를 지향한다. 그러나 너무 흥미 위주로 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마리뉴' 현장에 같이 참관했던 청년 시청자위원은 '마리뉴'가 “편하지만 가볍지 않은 뉴스”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MBC 뉴스가 이 균형을 맞출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한참 아이패드가 인기를 끌던 2011년 2월, The Daily라는 뉴스가 창간되었다. 그 유명한 루퍼스 머독이 창간하고 첫해에만 3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아이패드 전용의 유료 주간지였으며 많은 유망 기자들을 스카우트하였다. The Daily는 구독자들의 흥미에 맞추는 뉴스를 지향하며,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플랫폼을 제안했다. 그러나 The Daily는 창간된 지 1년 10개월, 2012년 1년 30일에 폐간하고 만다. 왜 루퍼스 머독의 야심작이었던 The Daily는 성공하지 못했는가?
뉴스의 본질은 사회에 대한 ‘상식’ 제공이다. 누구나 알아야 할 상식은 가짜 뉴스도 아니고 SNS도 아닌 뉴스만이 제공할 수 있다. The Daily는 트렌드는 잡되 본질을 놓친 것이다. 그래서 MBC 뉴스의 변화를 응원하지만, 본질은 놓치지 않고 갔으면 좋겠다. MBC 뉴스가 “다시 좋은 친구”로, 상식과 시청자를 모두 잡는 뉴스로 진화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