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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뭐 별 거 있어?

<베일리 어게인>: 개가 보는 다른 세상

by 유녕
※ 브런치 무비패스로 미리 본 영화입니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베일리, 베일리, 베일리, 베일리!


베일리 어게인 포스터 1.jpg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영화 아닐까. 강아지가 네 번이나 다른 모습으로 환생해서 태어나는 영화라니! 예고편만 보아도 레드 리트리버, 경찰견, 웰시코기 등 다양한 모습의 강아지들을 보면, 개가 아닌 그 어떤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절로 입가에 미소가 띨 것이다. 실제로 예고편의 컨셉도 힐링 컨셉에 가깝다. 그러나 <베일리 어게인>을 보고 나오면서 눈물이 나고 말았다. 단순한 반려동물 소재의 힐링 영화는 아니다. 그 이상의 감동을 충분히 안겨주는 영화이니, 기대하고 보아도 좋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는 순간, 당신 주인공 이든처럼 강아지 베일리의 이름을 부르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의 동반자


어린 이든과 베일리.jpg


<베일리 어게인> 속 ‘베일리’는 특이한 강아지다. 이 영화의 영어 원제는 <A Dog’s Purpose>인데, 우리의 주인공 베일리는 무려 삶의 목적을 찾는 개다. 삶의 목적을 찾아서 4번이나 환생하는 강아지라니, 철학가들이 보면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전생의 기억을 갖고 있으면서 삶의 목적을 찾으며 환생하는 것은 철학자들이 한 번쯤 탐낼 경험이다.


앨리와 카를로스.jpg


그렇게 4번 환생하는 베일리의 삶 속에는 언제나 인간이 등장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개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실질적 주인공은 첫 번째 삶과 네 번째 삶에서 만나는 이든이지만, 두 번째 삶과 세 번째 삶에서 만나는 카를로스와 웬디도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다. 환생하는 베일리의 삶 속에서 <베일리 어게인>은 다양한 인간의 삶을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베일리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위로하는 동반자가 된다.


이든 베일리 한나.jpg


베일리의 첫 보호자(?)인 이든은 8살에 베일리를 집으로 데리고 와 20대가 될 때까지 함께한다. 이든은 8살부터 베일리와 함께 럭비 볼을 가지고 놀았고, 럭비 선수의 꿈을 꾸다 베일리로 인해 한나를 만난다. 그러나 이든이 행복할 때나 불행할 때나, 베일리는 그와 함께한다. 이든이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와 싸울 때도, 집이 불타서 이든의 가족이 위험에 처할 때도, 이든이 한나와 헤어질 때조차 베일리는 그를 구해주고 위로한다.


마야와 티노.jpg


베일리는 4번의 환생 속에서 만나는 두 번째 주인 카를로스와 세 번째 주인 웬디에게도 기꺼이 동반자가 된다. 와이프를 잃고 외로운 경찰인 카를로스에게는 침대에 함께 눕는 충실한 경찰견 엘리가 되고, 혼자 사는 대학생 웬디에게는 애교로 기분을 풀어주는 귀여운 웰시코기 티노가 된다. 경찰견 엘리일 때는 카를로스 대신 총을 맞고, 웰시코기 티노는 웬디가 남편 빅터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처럼 <베일리 어게인>은 다양한 인간 군상과 동반자가 되는 개들을 보여준다.


개를 위한 천국은 없다


그러나 <베일리 어게인>이 가지는 강점은, 인간과 개의 사랑스러운 관계만은 아니다. 오히려 <베일리 어게인 >4번 환생하는 개의 삶을 보여주면서, 개가 사는 세상이 결코 만만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베일리’라는 이름으로 살기 전 베일리는 첫 삶에서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났고, 이가 경찰에 적발되자 즉시 안락사당한다. ‘베일리’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삶에서도 처음에는 강아지 가게에서 탈출하고, 남자 두 명이 베일리를 데려가지만 아무 생각 없이 차 안에 두고 간다. 차 안에서 목말라하던 베일리를 지나가다가 구한 사람이 바로 이든이다. 이든을 만나면서 베일리는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되고, 베일리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개의 눈으로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냄새와 고양이와의 귀여운 싸움, 그리고 개의 사랑까지 개가 보는 세상은 우리의 생각보다 넓다.


어린 버디.jpg


엘리로서의 삶, 티노로서의 삶까지는 어느 정도 행복하고 행운이 있는 삶이었지만, 유기견 ‘버디’로서의 삶은 가장 고단하다. 트럭에서 아무 생각 없이 강아지를 사 온 주인으로 인해 몇 년을 줄에 묶여 있었던 버디, 그리고 보호자에게 버려져 도로와 공원을 떠도는 버디. 그래서 <베일리 어게인>은 마냥 낭만적이고 귀여운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그 점이 더 좋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개에게 친절하지 않다. 영화 <화이트 갓>은 유기견 입장에서의 미러링 영화로 동물권을 강력히 주장했다. <베일리 어게인>은 사랑스러운 영화이면서도 개가 바라보는 세상을 미화하지 않는다. 그 점에서 참 좋은 영화다.


A Dog’s Purpose


베일리 어게인 포스터.jpg


그러나 이 영화의 원제 <A Dog’s Purpose>가 보여주듯이, 베일리는 반복되는 삶 속에서 삶의 목적을 찾는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가장 불행하게 시작했던 ‘버디’로서의 삶에서 그 목적을 찾는다. 베일리는 버디의 몸으로 늙어버린 이든과 다시 만난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외로워 보이는 이든에게 베일리는 선물을 가져다준다. 최근에 남편을 잃은 옛사랑 한나와 이든이 재회할 수 있게 도와주고(여기서 닭들을 쫓아내는 버디 ㄱㅇㅇ!), 이든은 자기가 바라던 대가족을 얻게 된다.


그러나 버디에게는 하나의 숙제가 더 남았다. 이든에게 자신이 베일리였다는 점을 알리고자 하는 버디는, 낡은 농장에서 실마디를 찾는다. 그 안에서 오래된 럭비공을 찾은 버디는 이든에게 가져다주고, 곧 이든과 베일리만이 아는 시그널을 보여준다. 곧 이든은 버디를 베일리라 부르며 안는다. 그리고 그 재회를 보면서 눈물이 나고 말았다.


이든과 버디.jpg


모든 목적을 이룬 버디, 아니 베일리는 농장에서 이든과 한나와 생을 함께 한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를 찾았다고 말한다.

인생, 아니 견생 뭐 있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놀고 함께하면 그만이지.



PS. 나도 베일리 같은 강아지 키울래. 무려 세 커플을 탄생시킨 커플메이커 강아지랑 살면 재미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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