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동동

동동 마지막회

by 김지현

2020년 1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동동이 누워있었다. 자는 건 아니었다. “동동!”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동동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몰라보면 경계할 거 같은데 그렇지도 않았다. 동동은 그저 나한테 무관심했다. 쓰다듬으려고 손을 갖다 대니 동동이 놀라서 움찔했다. 눈이 잘 안 보인다더니, 손이 닿기 전에는 손이 다가가는 걸 모르는 것일까? 그런데 만져도 처음에만 움찔하지 그 뒤에는 내 손길을 못 느끼는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 몸이 힘들어서 만지는 게 싫을 것 같은데 피하지도 않았다. 동동은 탁자나 의자처럼 무반응했다. 동동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저 반가운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현관문을 열 때마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수백 수천 번 동동의 온몸에 흘러넘치던 그 기쁨을 이제 동동의 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동동이 일어났다. 서 있는 다리가 중환자실에 누운 노인의 다리처럼 앙상했다. 동동은 혼자 화장실에 가고 동생이 떠먹여 주는 밥을 받아먹고 약을 먹었다. 그런데 동동은 일련의 할 일을 마치고도 계속 서 있으려고 했다. 동생이 앉혀 놔도 자꾸 일어나 서 있었다. 동동에겐 앉고 눕고 서는 모든 자세가 형벌처럼 힘겨워 보였는데, 그나마 서 있는 게 덜 힘든가 보았다. 동생이 동동을 방석에 데려다 앉혔다. 동동은 앉혀 놓은 그 자세 그대로 엉거주춤 앉았다가 동생이 눕히자 또 그 자세 그대로 누웠다. 동동은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한참 만에 겨우 잠이 들었지만 잠도 휴식이 되지 못했다. 얕은 잠속에서 근육 여기저기가 쉴 새 없이 씰룩거렸다.


자는 동동을 들여다보았다. 우리 집에 처음 오던 날 요 위에 누워 자던 동동의 모습이 떠올랐다. 동동은 여전히 그날처럼 예쁘고 털은 보드랍기만 한데, 동동을 가득 채웠던 생기는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나갈까?” 내가 말할 때마다 껑충껑충 뛰어오르며 비명을 지르고, 집을 나서면 어서 가자고 나를 재촉하면서 풍성한 꼬리를 흔들며 앞장서고, 오줌을 누고 나선 사방에 흙을 흩뿌리면서 신나게 뒷발질하고,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에 이르면 언제나 큰 원을 그리며 전속력으로 뱅글뱅글 돌던, 온몸의 근육이 살아있는 기쁨으로 터질 것 같던 그 순간들이 눈에 선해서 목이 멨다. 내가 사라지고 없는 것들을 붙잡고 울고 있는 동안 동동은 묵묵히 생의 마지막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동동은 일주일 뒤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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