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다가 몇 차례 토했지만 고양이는 체질적으로 잘 토하는 편이라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여러 날을 집에 틀어박혀 잠만 잤지만 날이 추워져서 그러겠거니 하고 그것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밥을 먹지 않는 걸 보고서야 병원에 데려갔다.
“신부전입니다.”
의사가 진료실 모니터에 엑스레이 사진을 띄워놓고 말했다. 콩처럼 팥처럼 생긴 길쭉한 타원 한가운데 데칼코마니로 찍어낸 것 같은 하얀 나비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가운데 허연 거 보이시죠? 피가 통하지 않아 석회화 된 부위가 그렇게 보이는 거예요.”
나비 날개가 신장을 절반 이상 덮고 있었다.
“신장이 거의 기능을 못하는 상태인데, 안타깝지만 한번 석회화 된 부위는 다시 회복되지 않아요.”
앞으로 할 수 있는 게 신장을 회복시키는 게 아니라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뿐이라는 뜻이었다. 신부전의 초기 증상이 물을 많이 마시는 거라는 말을 주워들은 뒤로 나는 요다의 물 마시는 양을 주의 깊게 살폈었다. 물그릇이 성큼 비어 있어서 이상하게 여긴 적이 있었다. 그때 병원에 데려갔으면 병이 덜 진행됐을까. 진우가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위급한 상황이라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해요.”
의사가 모니터에 혈액검사 결과지를 띄워놓고 말했다. 빽빽한 도표에 영문과 숫자들이 가득 적혀 있었다.
“근데 요다가 빈혈이 심해서 치료를 견디기 힘들 수 있어요.”
의사는 도표의 리스트를 하나씩 가리키며 검사 결과를 설명했다. 생소한 용어들이 이어지는 짧지 않은 설명을 나는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의사가 수혈을 권했다. 수혈할 피를 주문하면 대구에서 올라오는데 가격이 120만 원이라고 했다. 나는 대구에 살고 있을 공혈묘를 떠올렸다.
“수혈을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내가 물었다. 공혈묘 때문이 아니라 비용 때문이었다.
“꼭 위험하게 되거나 그러지는 않을 수 있어요. 근데 애가 좀 힘들고, 고생하겠죠.”
의사가 마우스를 흔들어 꺼진 모니터를 다시 켰다.
“비용을 최소한으로 해서 치료를 했으면 해요.”
나는 모니터로 시선을 향한 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수혈을 안 하고 버텨보자는 말씀이신 거지요? 그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에요.”
의사는 더 설득하려 들지 않고 선선히 대답했다. 그런데 그때까지 조용히 있던 진우가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수혈할 거예요. 제가 요다 적금 들어 놓은 거 있으니까 그거 깨면 돼요.”
연초에 진우는 요다의 노후에 대비해 적금을 들었다. 적금 통장에 든 돈은 90만 원. 한번 수혈할 돈이 안 됐다.
“나머지 치료비는 어느 정도 드나요?”
내가 전체적인 비용을 가늠하기 위해 물었다.
“하루 입원비는 25만 원인데 거기에 검사비가 추가될 수 있어요.”
“해야죠. 수혈하고 입원도 할 거예요.”
진우가 결연하게 말했다. 진우는 뭔가 결정할 사안이 있을 때마다 내게 결정을 맡겨놓고 뒤로 물러서 있곤 했다. 그런데 이 순간 이후로 요다에 관한 모든 일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밀어붙였고 나는 그걸 뒤에서 지켜보는 위치로 물러났다.
“아까 왜 그런 말을 했어?”
진료실을 나오자마자 진우가 따지듯이 물었다.
“.......”
“요다는 내가 꼭 살릴 거야. 적금 깨면 돼.”
요다 적금이 아니라 다른 적금을 말하는 거였다.
“.......”
“그걸로 안 되면 집을 줄여서 이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