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다 제8화
요다와 같이 산책하고 싶었다. 목줄 훈련을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목줄을 하니 요다는 따라 걷질 않고 질질 끌려왔다. 차차 익숙해질 거라 믿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같이 걷는 건 포기하고 경치 좋은 데서 같이 피크닉을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자리를 잡고 끈을 풀어주자마자 요다는 겁을 먹고 근처의 나무 구멍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것도 몇 차례 시도하다가 요다가 바위틈에 들어가 해가 저물도록 나오지 않아 애를 먹고 나서는 그만뒀다. 그 후로는 요다 혼자 나다니게 뒀다.
어느 날 집 앞 마을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는데 뭐가 다리를 툭 쳤다. 요다였다. 그 뒤에 보니 요다는 내가 버스를 타러 나가면 부리나케 쫓아 나와 정류장 주변에 머물렀다. 나무에 올라가고 풀을 뜯어 먹고 주차된 차 밑에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서 내 주변을 맴돌았다. 밖에서 나와 같이 다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요다와 산책을 해보기로 했다. 내가 집을 나서니 예상대로 요다가 따라나섰다. 집 앞의 마을버스 정류장을 지나 계속 걸었다. 뒤를 돌아보니 요다는 차 밑에 숨어서 나를 쳐다보며 야옹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요다는 낮은 포복으로 이 차 밑에서 저 차 밑으로 지그재그로 뛰어 나를 따라왔다. 인적이 없는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이제 요다는 한결 편안해 보였다. 나는 길을 걷고 요다는 담장 위를 걸었다. 사람이 지나가면 요다는 담장 너머로 도망쳤다가 사람이 사라지면 다시 나타났다. 그날 우리는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한참을 앉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우리는 자주 산책을 했다. 요다와 산책을 할 때마다 담장 위를 그토록 우아하게 걷는 존재가 나와 보조를 맞춰 같이 다닌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고양이와 산책하는 건 개와 산책하는 것과 매우 다른 경험이다. 개는 사람과 공통점이 많다. 개가 사람의 산책 파트너가 된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개는 사람만큼이나 사람을 좋아해서 사람 많은 장소에 같이 다닐 수 있고, 사람처럼 멀리까지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몇 시간이고 같이 돌아다닐 수 있으며, 사람처럼 길로 다니므로 보조를 맞춰 걷기가 쉽다. 그러나 고양이는 개와 습성이 전혀 다르다. 고양이는 사람을 경계하여 피하고, 영역 동물이라 자기 영역을 벗어나는 걸 크게 불안해하고, 길뿐 아니라 차 밑과 담장 위로 다닌다. 따라서 고양이와 산책할 때는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다녀야 하고, 멀리 갈 수도 없으며, 고양이가 차 밑에 들어가거나 지붕에 올라갈 때마다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신화 속 어느 여신은 제비, 장어와 같이 여행했다고 한다. 제비는 그렇다 쳐도 장어와 어떻게 같이 다녔을까? 땅 위를 걷고 하늘을 날고 물속을 헤엄치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같이 다니려면 여러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제약은 여행의 여러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소일 수 있지만, 그 제약으로 인해 여행은 비로소 흥미로운 모험이 된다. 평소 해오던 방식을 버리고 상대와 맞춰가며 새로운 방식을 찾아 나가는 모험.
그날은 같이 성곽에 갔다. 인적이 드문 골목을 고른다고 골라 걸었지만, 서울 한복판에 사람 없는 길이 있을 리 없다. 가다 보니 할아버지가 담벼락에 페인트 칠을 하고 있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데, 얼마 못 가 어느 집 대문이 열리더니 지팡이 짚은 할머니가 밖으로 나왔다. 요다는 겁을 집어먹고 여차하면 도망갈 태세였다. “괭이야, 괜찮아. 이리 와.” 그러나 요다는 할머니가 다가가자 뒤돌아서 도망쳤다. 할머니가 뭐가 무섭다고. 나는 요다가 답답하기만 했다. 사람들이 자기에게 적의가 없다는 걸 이제 알만 한때도 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할머니가 빨리 지나가야 요다가 돌아올 텐데 할머니는 걸음이 느리기만 했다.
성곽에서 아는 고양이를 만났다. 가겟집 검정고양이. 요다가 검정고양이를 따라갔다. 둘이 사라져 안 보이기에 나도 그 뒤를 따라갔다. 둘이 가로질러 간 텃밭의 가장자리는 2미터 높이의 낭떠러지였다. 그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눈앞이 아찔하면서 오금이 저렸다. 발을 헛디딜 위험은 없었다. 그러나 이성적인 판단이 공포심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문득 아까 요다도 이렇게 무서웠겠구나 싶었다. 자기 몸집의 몇 배나 되는 동물에 대한 공포심은 원초적인 것이다. 요다를 답답하게 여긴 것이 미안했다. 저만치서 요다가 검정고양이를 따라 멀어지고 있었다. “요다야!” 소리쳐 불렀다. 요다가 뒤를 돌아보더니 잠깐 망설이다가 내 쪽을 향해 달려왔다. 낭떠러지를 날듯이 뛰어올라 내게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