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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빙 Dec 25. 2019

외벌이의 크리스마스 보내기

적게 쓰고 재미나게 놀아보자, 집에서 해결하는 우리의 크리스마스


 외벌이 +13개월 차, 이제 돈 안 쓰고 노는데 많이 적응이 되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해서 남편은 공부를 멈추지 않고 도서관에 있었고 퇴근한 나는 얌전히 할 일을 한 후 깜빡 잠이 들었고 남편을 밤이 돼서야 맞이했다.  


 연애시절에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레스토랑에 가기도 했었고 맞벌이 시절에는 나가 놀기도 했던 거 같은데 워낙 타잇 한 예산에서 살다 보니 나가서 노는 게 좀 부담스럽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인생의 최대 쇼핑품인 집을 활용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당일, 거창 한 건 없다 그냥 평소 비싸서 잘 안 사던 식재료로 밥을 해 먹고 집에서 함께 티타임을 했다.


 평소에는 비싸서 잘 안 사는 손질 새우와 신랑도 나도 좋아하는 립 스테이크를 미리 사뒀다. 미리 식재료를 사두고는 이걸 먹을 날을 기다리며 조금씩 돈을 아꼈다. 그냥 먹어도 되는 거지만 기다리면서 더 기대되었다.


 공부하느라 바쁜 남편, 그래서 얼굴 보고 밥 먹기가 참 힘든데 크리스마스 날 남편이 해준 밥과 함께 수다 떨며 함께하는데 이것만으로도 참 좋았다. 돈이 모자라고 평소 못 먹는 것들이 생기니 조금만 풍성해져도 조금만 달라져도 기분이 즐거워진다.



 밥 먹고 나서는 11월 세일 때 사둔 필라델피아 치즈케이크와 CU에서 이벤트가로 산 사과 하나를 후식으로 함께 커피를 마셨다. 맞벌이 시절 살림도 못하는 내가 욕심내던 크리스마스 시즌 그릇으로 분위기는 한껏 살았다.


 외벌이지만 맞벌이 부부보다 얼굴 볼 시간이 적은 우리 부부는 오늘 함께 밥 먹는 거만으로도 무척 즐겁다. 여유가 된다면 레스토랑에 함께 있어도 근사한 곳으로 여행을 떠났어도 이 사람과 함께라 좋았을 거다.(여유도 부릴 수 있는 날이 얼른 오면 좋겠다.) 돈이 많아 할 수 있는 경험들, 선택지가 많아지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일단은 없으니까 없는 이 현실에서도 행복해본다.


비록 멋진 곳도 아주 좋은 음식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래도 행복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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