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VidaCoreana Sep 23. 2018

스페인에서 일하면 어떤 점이 좋아요?

스페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기 #07 장점 - 근무 시간

내가 스페인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에서 일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를 물어본다. 그리고 어떤 이는 무턱대고 스페인이 한국보다 '일하기가 훨씬 좋죠?'라고 단정 지으며 묻기도 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스페인은 일하는 환경이 꽤 좋고, 복지 또한 잘 되어 있는 곳이다.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고,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라는 전제를 붙인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장점이 어떻게 단점으로 돌변하는 지도 적어볼 것이다.)



스페인에서 일하는 건 어떤 면에서 좋을까?

 NO 야근! 야근? 초과근무가 뭔가요?

스페인의 많은 회사들이 주 5일 근무 그리고 하루 8시간 근무를 꽤 철저히 지킨다. 필자가 다니는 회사의 경우에도 미국 기업에 합병되기 전까지는 야근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없는 단어였다.(물론 지금도 강압적인 야근은 없다.)


야근과 주말 근무는 없을뿐더러 혹여라도 있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준다.

일례로 몇 년 전에 한 프로젝트의 경우 계획했던 데로 끝이 나면 오후 9시, 만약 계획대로 안돼서 늦어지면 밤 12시까지 일을 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날 우리는 오후 4시에 출근했고 결국 밤 12시까지 일했다. 그래서 하루의 유급 휴가를 그날 일한 모두에게 주었다. 


그때는 내가 일을 시작한 지 6개월 남짓 되었을 때이기도 했고, 필자는 한국에서는 48시간을 퇴근 못하고 근무한 경험이 있던 한국인이었기에 오후 출근에 이어 하루의 보상 휴가를 받고 매우 얼떨떨했었다. 이러고도 회사가 돌아가나 해서... 

웬걸? 회사는 더 승승장구했고, 이제는 나도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노동자가 누려야 하는 권리라는 것을 안다.

 



주 5일 근무 - 주말은 가족과 함께!

이곳에선 주말 근무란 아주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많은 상점(슈퍼마켓 포함)들이 주말에는 문을 닫는다. 왜? 주말은 가족과 함께해야 하는 날이니까... 그래서 스페인에서는 주말에 문을 여는 상점은 세금은 더 내야 한다고 한다.


약 2년 전 아시아 시간에 맞춰 일을 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주말 새벽에 딱 2시간을 일한 적이 있었다. (물론 재택근무였다) 그 2시간 근무 후 팀장 재량으로 주는 하루의 유급 휴가, 그리고 약 20만 원 에 가까운 인센티브를 보상으로 받았다. 물론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났기에 겸사겸사 주는 보상이었지만 한국에서 살 때는 상상하지 못한 보상체계였다. 


놀라는 나에게 팀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계약되지 않은 너의 개인적인 시간을 회사가 사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보상'이라고.. 아... 이들은 마인드가 우리와는 정말 다르구나를 그때 또 한 번 느꼈다.

 



하루 8시간 근무 - 실질적으로는 7시간 30분만 근무할게요!

하루 7시간 30분 근무라고? 무슨 말인가 의아할 것이다. 스페인 노동법에는 일 8시간 근무에는 30분의 자유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 8시간 근무라고 하지만 실제는 7시간 30분만 일하는 것이다. 내 주변에는 자신들의 권리인 이 제도를 활용해서 1시간 점심을 먹고, 틈틈이 산책을 하면서 이 30분을 유용하게 이용하는 직원들이 많다. 한때 필자도 이 시간을 사용해서 산책도 하고, 개인적인 볼 일도 처리했었다. 실제로 이렇게 적절하게 쉬어주면 훨씬 더 집중이 잘 된다.

 



탄력근무, 집중근무 - 애 픽업 좀 하고 올게요!

스페인은 많은 유치원이나 학교에 종일반이라는 개념이 많지 않다. 보통은 3시에 마치고 가족 중 누군가는 애를 픽업하러 가야 한다. 종일 반이라도 5시 혹은 6시까지고 그 뒤에는 별도로 돈을 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스페인에는 탄력근무가 많다. 아침에 애를 등교시키고 출근해서 3시에 픽업하러 갔다가 다시 회사로 돌아오거나 혹은 집에 가서 부족한 시간만큼 더 일하는 것이다. 이건 비단 엄마만 아니라 아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스페인에는 출산 후에 일을 그만두는 엄마들이 많지 않다.

 

그리고 집중 근무는 horario intensivo라고도 하는데 아침 일찍 출근해서 위에서 말한 30분의 쉬는 시간에 점심을 해결하고 일찍 퇴근하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속한 팀은 이 방법을 이용해서 8시에 출근하고 오후 4시에 퇴근을 했다. 이른 퇴근은 자기 발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석사과정 혹은 다른 코스들을 듣는 것으로 이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했다. 또한 집중 근무는 또 다른 의미로 여름에 쓰이기도 한다. 많은 공공 기간들이 여름 동안에 7시 출근, 3시 퇴근 혹은 2시 퇴근으로 집중 단축 근무를 한다. 왜?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 여름이니까!




스페인의 근무 시간을 보면 스페인은 노동자에게  낙원인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모든 부분에서 낙원이라고는 말할 수 없고, (일처리 속도, 문화 차이 등등은 예외) 일부 예외적인 직장들도 존재하지만,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바로는 스페인은 노동자를 배려하는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멋진 나라이다. 


by. 라비코


매거진의 이전글 2018년에는 스페인의 빨간 날이 한국보다 적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