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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Oct 10. 2018

스페인어 잘 하세요?

스페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기 #09 스페인어 

스페인에서 살아요, 스페인에서 일해요라고 하면 제일 많이 묻는 말들이 있다. 


"스페인어 잘 하세요?"

"스페인에서 일하려면 스페인어 엄청 잘해야 하죠?"

"원래 스페인어를 할 줄 아셔서 스페인 가신 거예요?"

"스페인어 공부는 어떻게 하셨어요?"


그럼 스페인에 살고 일하면 정말 스페인어를 잘 할까?


스페인어 잘 하세요?


결론부터 말하면 스페인어를 한다. 하지만 스페인어를 "엄청" 잘 하지는 못한다. 그럼 또 물을 수 있다. '스페인에 8년이나 살았는데 어떻게....?'라고 말할 수 도 있다. 나도 스페인에 처음 왔을 때는 스페인에 한 5년 이상 살면 스페인어를 정말 원어민처럼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어느 정도까지 늘어나고 나서는 지속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스페인어를 원어민처럼 잘 하는 것은 어렵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회사생활을 시작한 지 1년쯤 지났을 때 그리고 대학원 논문을 끝내고 졸업을 할 때 즈음에 스페인어를 제일 잘 했던 것 같다. 


스페인에서 일하려면 스페인어 엄청 잘해야 하죠?


그러면 드는 생각이 스페인어를 원어민처럼 잘 하지 못하는데 스페인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느냐는 것일 것이다. 거기다가 처음 했던 일이 로컬리제이션과 번역 그리고 SEO 콘텐츠 생성이라고 했었다. 언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직무들이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업무나 직장 생활들을 곰곰이 보면 패턴의 연속이고 해당분야의 전문지식이 있기 때문에 원어민들처럼 정말 전문적인 분야까지 스페인어를 알지 못하더라도 원활한 업무 진행과 회사 생활이 가능하다. (내가 스페인어를 원어민처럼 엄청 잘했다면 동시통역 분야로 나가지 않았을까...?)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닐 때를 제외하면 대학원 생활을 할 때나 회사를 다니는 지금이나 그 범위가 다를 뿐이지 자주 쓰는 단어는 정해져 있다. 그래서 중급 이상의 스페인어만 하면 문제없이 생활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던 학생 때만큼 스페인어가 늘지 않는다.


변명인 듯 아닌 듯 좀 더 덧붙이자면 한해 한해 지나면서 나이가 들기 때문에 암기력은 떨어지고, 눈치만 늘어서 많은 단어를 외우지는 못하지만 정말 전문적인 분야가 제외한 대부분의 대화는 들고 보면 기본 지식과 눈치로 이해가 가능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사는데 불편함을 못 느끼고 그래서 더 발전하려고 노력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부끄러우면서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스페인어는 한국에서부터 할 줄 아셨어요?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아서 스페인을 선택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스페인의 열정과 행복감이 부러워서 선택했을 뿐이다. 그래서 스페인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스페인어 까막눈이었다. 뭘 모르면 용감하다고 하지 않는가... 나도 그랬다. 어차피 안되면 손짓, 발짓 그리고 만국 공통어인 바디 랭기쥐가 있다는 생각으로 왔던 것 같다. 그런 용감함 때문에 처음엔 고생도 많이 했다. 왜냐하면 영어를 유창하게 잘 했던 것도 아니고 스페인어도 잘 못하니 집을 구하고, 기본적인 서류 처리하고 하는 순간순간이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 때문에 초기에 스페인어가 더 빨리 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뭐니 뭐니 해도 부딪히면서 실전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르다. 


스페인어 공부는 어떻게 하셨어요?


학생이 아니고는 스페인에 3개월 이상 체류하기가 어려웠기에 학생 비자로 스페인에 왔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 곳에서 스페인어 어학원을 다녔다. 매 수업마다 다른 주제로 다른 분야의 스페인어를 배우고,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어울려 생활하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차근차근 잘 배울 수 있다. 그리고 현지에서 생활하면 스페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배운 스페인어를 실전에서 활용하기에 더욱 스페인어가 빨리 늘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스페인어는 계단처럼 늘어간다고 생각한다. 훅 늘고, 슬럼프를 겪고 그리고 또 훅 늘고... 그런데 그런 패턴이 한 5년 정도 지났을 때부터는 쭉 평평해지면서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사라졌다. 그리고 가끔은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스페인에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스페인어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거나 혹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싶다면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력의 정체기가 지속되거나 아니면 저하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떤 구독자님께서 스페인어에 관련된 질문을 주셔서 써보았던 글이 주저리주저리 늘어났다. 결론은 스페인에서 살던, 일을 하던 스페인어를 "엄청" 잘 하려면 지속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 내일부터(?) 다시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by. 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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