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VidaCoreana Aug 18. 2020

내가 부정적인 걸까? 이들이 긍정적인 걸까?...

스페인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기 #15 - 코로나 19, 그리고 국민성..

브런치를 쉬고 있었던 2020년 상반기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중 제일 대표적인 것이 아마도 코로나 19의 전 세계적인 유행과 살면서 단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이동 제한이 아닐까 한다. 군사 독재 시대가 아닌 자유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유럽으로 건너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내게 이동제한(Cuarantine)은 처음 하는 경험이고 실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 경험 도중 다시 한번 '시 국민성이라는 것이 있고, 사람은 각각 다 다르구나'라고 느끼게 되었다. 


한국은 사이비 종교 때문에 코로나가 엄청 퍼졌다며?


신천지 발 코로나 전염으로 인해 한국이 한창 시끄러웠던 지난겨울 내가 제일 많이 듣던 말 중 하나이다. 그때 이 곳 스페인은 아직 코로나가 잠잠했었다. 물론 겉으로 잠잠한 거지 속으로는 마구마구 퍼지고 있을 것 같았는데 뉴스에는 코로나 환자가 없다고 보도되니 그런가 보다 했었다. 


그때 한국의 신천지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스페인에까지 보도가 되었고, 친구들 그리고 직장 동료들이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괜찮은지... 정말 신천지라는 사이비 종교로 인해 코로나가 심각하게 퍼지고 있는지 등등... 을 물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기생충이 한국 영화라며, 우리 딸이 BTS 좋아하는데 너도 좋아해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인데.... 에휴.... 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매우 뿌듯함을 느껴왔는데 사이비 종교가 한순간에 찬물을 부어버렸다.


그래서 주변에서 신천지 그리고 코로나에 대해 물을 때마다 나는 'mierda 신천지'를 외치며 방역을 잘하고 있던 한국을 사이비 신천지가 망쳤다고, BTS가 기생충이 그리고 유수의 한국 기업들이 쌓아 올린 대한민국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과 이미지가 신천지라는 사이비로 한 순간에 망가진 것 같다고 대답하곤 했었다. (스페인어로 mierda은 '똥'이라는 의미로 그냥 약한 비속어처럼 사용된다.)


그때만 해도 이들은 스페인이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코로나 감염자와 사망자가 늘 거라곤 상상도 못 했을 것이기에 안타까운 눈빛으로 날 쳐다보면서 다 잘 지나갈 거라며, 어디에나 사이비는 있다고 하면서 그저 힘내라고 나를 위로했었다.


코로나 그거 Gripe(감기) 같은 거 아냐?


중국과 한국 그리고 아시아권에서 코로나가 하루가 멀다 하고 퍼져나가고 있던 2월 말과 3월 초, 아직 유럽은 조용했지만 사람들끼리 모이면 코로나라는 주제가 단연 화두였다. 회사 점심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직장 동료 1: 한국은 이제 좀 괜찮니? 

나: 아니... 여전히 늘고 있어... 한 번 느니까 걷잡을 수 없이 늘어. 여기도 아직은 없지만 조심해야 해.

직장 동료 1: 유럽은 아시아와 멀어서 괜찮을 거 같아.

나: 아시아 사람들도 많이 오고, 아시아에 갔다 돌아오는 유럽 사람도 많아서 막 안심하면 안 돼. 

직장 동료 2: 프랑스는 여행 온 중국인이 확진됐다고 하던데 스페인은 아직 괜찮아.

나: 아직이니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어...

직장동료 3: 근데 나는 코로나가 그렇게 무서운가 싶어. 그거 어차피 감기 같은 거잖아. 그리고 걸려도 건강한 사람이면 괜찮다던데.

나: 건강하지 않으면 죽어... 아시아에는 사망자도 많이 나왔고...

직장동료 3: 난 솔직히 멀리 있는 코로나보다 당장 가까이 있는 독감이 더 무서워. 독감으로도 사람은 죽어.

나:???


저렇게 이어지는 대화에 나는 말문이 막혔고 같이 밥을 먹던 스페인 동료들은 그들끼리 저 주제에 대해서 열심히 토론을 해 나갔다. 물론 나처럼 조심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보다는 당장 걸릴 수 있는 독감이 더 걱정이라며 닥치지 않은 코로나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건강하면 괜찮아와 같은 말들을 했었다. 그들은 1차 팬데믹을 격은 지금도 독감이 더 무섭다고 생각할까?


준비성은 아시아인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


그리고 저런 대화가 있고 얼마 되지 않아 1호 코로나 환자가 바르셀로나에서 발생을 했고 그와 동시에 마드리드 등 다른 지역에서 우후죽순으로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3월 중순 스페인은 결국 국가 긴급 사태를 선포하고 이동 제한에 들어갔다. 하지만 마드리드의 이동 제한이 시작되던 그날까지도 이들의 경각심은 그리 크지 않았었다. 


사실 나는 외국에서 혼자 사는 여자라는 특성상 무슨 일이 닥쳐도 도와줄 가족이 옆에 없다. 그래서 3월 초부터 열심히 준비를 했다. 마스크를 사러 다니고, (스페인에는 마스크가 잘 보급되지 않았던 시기이고 이미 중국인이 쓸어가서 약국마다 품절이었다...) 마트를 이틀에 한 번꼴로 가서 쌀과 음료,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캔에 담긴 종류의 음식 등을 조금씩 조금씩 사서 쟁여 놓으면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했었다. 그리고 주변 친구들과 동료들에게도 준비하라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지만 나와 마스크 사러 다니던 몇몇을 제외하고는 다들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결국 국가 긴급사태가 발표되었고 발표된 그날 마트는 사재기로 인해 텅텅 비고 몰려드는 사람을 감당할 수 없어서 일부 마트는 일찍 문을 닫기까지 했다. 나야 벌써 조금씩 조금씩 약 2달 동안 먹을 음식을 사다 놨기에 이제야 마트로 뛰어가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와 집에서 일할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 후 이동 제한 3개월 남짓동안 외부로 나간 건 정말 몇 번 되지 않았다.. 저 철저한 사재기 준비성 때문에^^


주변 친구들도 보면 몇몇 알고 지내는 한국인이나 아시아 친구들은 이미 자기 나라에 코로나가 퍼졌을 때부터 나처럼 준비를 해서 이동 제한이 발표되어도 놀라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대부분이 준비가 된 상태였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달랐다. 이미 코로나가 퍼진 그 시점 식료품 사재기를 하겠다고 이 마트 저 마트로 뛰어다녔다.(그 마트들이 더 감염에 취약하고 위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다...)


목숨보다 담배가 그리고 신선한 빵이 더 중요한가요?


이동제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정부가 이동을 허락한 경우는 약국, 식료품, 담배 구매, 애완동물 산책 그리고 응급 환자 정도였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못 느끼는 일부 사람들은 신선한 빵이나 담배를 사러 매일같이 나갔고, 애완동물 산책을 빌미로 하루에 두 세번식 길거리에 나가는 무리수를 강행해서 심심찮게 이런 일들이 뉴스에 보도가 되었다. 


게다가 언제부터 그렇게 운동을 했다고 몰래 운동 나가다가 주민 신고로 잡혀서 난동을 부리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일부였지만 코로나에 걸리는 사람이 하루 만 명이 가까이 되고 죽어가는 사람이 1000명에 육박하던 그 시기에도 저렇게 무개념 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실로 놀라웠다.


장도 한꺼번에 봐 두거나 좀 느리고 배송비를 내야 하지만 온라인으로 장을 봐도 될 텐데, 담배는 보루로 사두고 피거나 이참에 끊어도 될 텐데, 저런 것들을 핑계로 매일같이 나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역시 생각하는 게 너무 다르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여름에는 괜찮아!


경제적인 이유로 더 이상의 봉쇄를 못하고 스페인 정부가 길고 길었던 3개월 남짓한 이동제한을 단계적으로 풀기 시작했을 때 공원과 술집, 그리고 길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아침 운동이 처음 허용된 주에는 난 처음으로 스페인에 운동하는 인구가 그렇게 많은 지 알게 되었었다. (국가 긴급 사태가 풀린 지금은 언제 운동했냐 싶게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 찾기가 힘들다...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인가 보다.)


일부 예상은 했었지만 참으로 놀라웠다. 이동 제한 시기에도 한 달에 한 번 정말 필요한 신선 식품을 사러 아침 일찍 마트 나가는 게 전부였을 정도로 외부 출입을 삼갔고, 이동제한이 풀렸어도 그 패턴을 바꾸지 않았던 나에겐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게다가 여름이 다가온 지금은 해수욕장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마스크가 의무화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기는 하지만 때로는 쓰지 않는 사람도 있고, 마스크를 안 쓰면 벌금을 내야 하니까 나 자신을 보호하는 것보다는 의무감에 마스크가 더 더럽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꼬질꼬질한 마스크를 쓰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스페인은 다시 일 평균 약 2000명~3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술집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고 젊은 친구들은 공원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마시며 다들 불과 몇 달 전에 하루 1000명 가까이 죽어나갔다는 게 믿기지 않게 행동하고 있다. 이런 일들을 보고 접할 때마다 코로나 2차 유행을 걱정하며 밖에서는 마스크를 벗지 않고 꼭 필요하지 않으면 사람을 만나지 않으며 사는 내가 너무 부정적인 건가 아니면 너무 아무렇지 않은 스페인 사람들이 너무 긍정적인 건가를 또 한 번 고민하게 된다. 




물론 이해는 한다.


3개월이 넘는 긴 기간 동안 갇혀 살았으니 답답할 테고... 

아름다운 해변과 휴양 도시가 많은 스페인의 여름은 놀기 가장 좋은 시기이고... 

스페인은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무작정 해변 가지 마라, 술집이나 클럽을 닫아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들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그리고 사망자가 이젠 100명 미만으로 나오니까... 그만큼 경각심도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치료제도 나오지 않았고, 자칫 잘못하면 나는 걸렸다 나을 수 있지만 내 주변의 기저 질환자와 노약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텐데 어쩜 저렇게 걱정이 없을까...


한국에도 모 종교로 인해 다시 확진자가 늘고 있고 여기도 일부 생각 없는 사람들로 인해 코로나 2차 대 유행이 시작된 것 같이 보여서 안타까운 마음에, 혹시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적어보았다. 

내가 참 좋아했고, 스페인에서 살아보자라는 결정을 하는데 꽤 큰 영향을 끼친 것 중 하나가 여기 사람들의 국민성이 긍정적이고 밝음이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마냥 좋게만 보이지 않아서 참 안타깝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고, 내가 좋아했던 그 시절의 스페인으로 돌아갈 수 있게 얼른 코로나가 꺼졌으면 좋겠다!



By. 라비코


매거진의 이전글 동방박사 오신 날은 세일 시작하는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