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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비 Dec 04. 2015

프롤로그_

인간, 그리고 '회사적' 인간

언젠가는 저도, 대리님처럼 눈치도 빨라지고 통화할 때는 과장님처럼 뻔뻔해질 수 있는 거겠죠?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저에게 학교 선배는 이런 충고를 해 주었습니다.

회사에서는 둘 중 하나만 하면 된다고 -


1. 일을 미친 듯이 잘하든가

2. 아니면, 사내 정치를 잘하든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했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일을 잘하는 건 자신이 있었고 원만한 성격에 반장도 여러 번 했으니 사내 정치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사원증을 목에 걸고, 일도 잘하고 사회생활도 잘하는 ‘잘’ 나가는 신입사원이 되 일은 시간문제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학교 공부와 회사 업무는 각각 다른 차원에 존재하고 있으며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결코 학교 친구들과 같은 막역한 사이가 될 수 없음을 깨닫기 전까지요.   


입사하고 한 달이 지나고 석 달이 되어도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엑셀 파일들의 수식과 서식은 여전히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1년 차가 되어도 팀장님 유머에 반응하는 웃음은 아직도 부자연스럽기만 합니다.


잘 나가는 신입사원이 되고야 말겠다는 포부는 한참 전에  내려놓은 지 오래입니다.

상사에게 까이고 또 까여도 자존심은 왜 아직까지 남아서 죄송스러운 표정 짓기에 방해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잘못한 일도 아닌데 지난번 실수까지 합쳐서 가루가 될 때까지 혼내는 대리님은 나를 인간적으로 싫어하는 건가 봅니다.

팀원 모두가 깜빡 잊어버린 일인데 저한테만 책임감이 부족하다며 나무랄 때는 대역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 이대로 물방울이 되어 증발해 버리고 싶습니다.

 

출근길에 "대리님~ 차장님~" 살갑게 부르며 뛰어가서 인사드리고 싶지 눈이 마주치지 않았기에, 못 본 걸로 하자며 자기 최면을 거는 저는 반사회적 동물인 걸까요?

같은 방향인 선배님과 함께 갈 때면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머릿속으로 리스트부터 만듭니. 그건 같이 가기 싫어서도, 부담스러워서도 아닙니다. 그저 제가 준비성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점심시간에는 다 같이 밥 먹는 행위에만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주말은 잘 보냈고, 어제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너무 재미있었으니까요^^


매일 아침 이불속에서 ‘하.. 오늘 휴가 낼까3초간 고민하며 뒤척이지만 지각할까 어느새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 사원은 저뿐만이 아닌 거…겠죠?

세상 모든 막내 직원들이 내일도 또 로봇처럼 일어나 회사 모드로 자신을 '회사적 인간' 스위치를 킨 채 출근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원들이 사람에서 '회사적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며

 

저의 글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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