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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쓰 Oct 01. 2019

독일 여행 (1): 뮌헨 옥토버페스트

시앙스포 교환학생 일기 #12

뮌헨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에 다녀왔다! 옥토버페스트는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열리는 축제로, 2019년 올해는 9월 26일에서 10월 6일까지 약 2주간 열린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민속축제이고 그 전통도 꽤 긴 것으로 알고 있다. 2학기에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경우, 한 번쯤은 방문할지 말지 고민했을 법한 축제일 것이다. 사실 나는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갖고 있었는데, 같은 과에서 유럽으로 교환을 간 친구가 축제 방문이 본인의 버켓 리스트 중 하나라고 했다. 다른 친구와 나는 지금이 아니면 언제 갈까 싶어 평소보다 약 2배가량 높은 교통비와 숙박비를 내고 3박 4일 일정으로 뮌헨 여행을 예약했었다. 그래도 8월 중순쯤 예약해서인지 축제 직전의 물가까지 치솟지는 않았다. 옥토버페스트만을 목표로 하는 뮌헨 여행이었고, 뮌헨에 가기 전날은 하루 종일 축제에 가서 즐길 생각에 어떤 수업에도 집중하지 못할 정도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축제에서의 신나는 경험은 내가 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값지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기대를 정말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것 그 이상으로 축제를 즐기다 올 수 있었고 축제를 방문한 다음날 뮌헨에서 기차를 타고 퓌센을 다녀오고 그다음 날 뮌헨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축제에 한 번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을 놓지 못했다. 내가 뮌헨에 도착한 것은 9월 27일 금요일이다. 뮌헨 중앙역에 기차(ICE를 탔다)를 타고 도착했고 약 1시 30분쯤 친구를 만났다. 친구를 기다리기 전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뮌헨 중앙역 근처를 탐방하면서 독일 전통 의상인 디른들/드린 들(Drindl)을 사려했다. 축제 한 번을 위해서 최소 60유로에서 150유로까지 하는 전통 의상을 살지 말지 친구들과 꽤 고민을 했다. 하지만 입었을 때와 안 입었을 때 축제에 임하는 자세가 다를 것만 같았고, 뮌헨 중앙역에 도착하자마자 디른들을 입은 여성분들과 레더호젠(Lederhosen)을 입은 남성분들을 수없이 마주쳤기 때문에 무조건 사는 쪽으로 합의를 보았다. 중앙역 맞은편에 있는 상점으로 들어가 여성용 디른들을 구매했다. 블라우스, 원피스, 그리고 앞치마 이렇게 3가지 종류가 한 세트였다. 물론 다양한 종류가 있기 때문에 이들 중 두 가지가 붙어있기도 했다. 디자인과 재질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본인의 예산과 취향에 맞춰서 선택할 수 있다.



디른들을 사고 친구를 만나 숙소 체크인을 한 뒤에는 그다음 날(28일) 본격적인 축제 방문에 앞서서 사전 파악(?)을 하기로 했다. 좀 멀리 잡은 에어비앤비에 체크인을 하고 난 뒤(집 전체를 빌려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집 안에서도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축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뮌헨 중앙역 근처 옥토버페스트 장소를 방문했다. 입구에서부터 이미 상당히 취한 분들을 많이 보았고 70% 이상의 사람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다. 입구를 들어서면 야외 놀이동산 같은 비주얼을 가진 축제장을 볼 수 있었다. 길가를 따라서 수많은 푸드 트럭, 음식을 파는 상점, 과자 가게, 자이로드롭, 후룸 라이드, 롤러코스터, 더블 락스핀, 범퍼카 등의 상점과 놀이기구가 늘어서 있었다. 알록달록한 상점도, 전통의상도 너무 예뻤지만 수많은 인파가 시야를 좀 가리긴 했다.


그리고 대망의 빅텐트들이 줄지어 있었다. 빅텐트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한데, 최소 10명 이상이 함께 있어야 예약을 할 수 있다. 빅텐트 안에는 1층, 2층, 야외 모두에 앉아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놓여 있고, 테이블을 잡아야지만 맥주를 구매할 수 있다. 텐트마다 조금씩 내부 인테리어는 다르고 어떤 텐트는 Que sera sera 등의 곡을 밴드가 연주하고 모두가 떼창하고 있었다. 테이블들은 단 한 곳도 비어 있는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으로 꽉 차 있었고 복도를 따라 걸을 공간조차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어떤 빅텐트는 입구에서 막아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나는 전날 불어 수업에서 빅텐트 종류를 추천해준 비엔나 출신 친구의 조언에 따라 Shotten hammel 빅텐트를 방문했었으나 '가장 젊고 핫한 분위기'의 텐트인지라 그 인기도 굉장히 높았다. 차선책으로 Paulaner 빅텐트에 들어가서 분위기를 감상했다. 곧 비가 올 것 같았고 배도 고팠기 때문에 축제장의 분위기만 살피고 뮌헨 중앙역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그다음 날 하루 종일 놀기 위해서 빨리 잠을 청했다.



빅텐트를 예약하지 않은 상태로 테이블을 잡기 위해서는 아침 8시 30분 정도부터 인파가 몰린다고 한다. 우리도 목표는 8시 30분까지 도착하는 것이었지만 준비 시간이 지체되고 아침식사를 느긋하게 하는 바람에 축제장에 도착했을 때는 9시 30분 정도 되었었다. Shotten hammel 텐트는 처음부터 포기하고 근처 몇 개의 빅텐트를 돌아다녔다. 곧 한 텐트의 2층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테이블에는 이미 이탈리아에서 온 여자 2명과 포르투갈,??? 에서 온 남자 2명이 앉아 있었다. 그곳에 앉자마자 맥주를 주문했다. 빅텐트 안에서 맥주는 무조건 1리터 단위로만 팔고 1리터에 11.8유로였다. 축제용 맥주는 보통 맥주보다 도수도 더 높다고 들었다. 정확히 얼마나 높은 지는 정확한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맥주인데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맥주를 주문했고 곧 나오자 한 입을 마셔본 친구들과 나는 그 맛에 깜짝 놀랐다. 마셔본 맥주 중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하고 상큼했다. 다만 조금만 마셔도 기분 좋게 취할 정도로 도수는 센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가 앉은 테이블이 15분 뒤면 예약 손님들을 위해 비워줘야 한다고 해서 갓 시킨 1리터짜리 맥주를 15분 안에 마셔야 했다. 우리 옆의 외국인들도 맥주를 주문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많이 남아있었다. 테이블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15분 안에 1리터짜리 맥주를 다 마시겠다는 눈빛으로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한국어 등으로 '건배!'를 외치고 계속해서 들이켰다. 사진도 함께 찍고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대화를 주고받은 뒤에 즐겁게 놀라는 인사를 서로 남긴 채로 외국인들과는 헤어졌다. 15분 안에 도수 높은 맥주 1리터를 다 마시고 나니 우리의 기분은 최상이었다.



모두가 하나 되어 축제를 즐기던 모습

'기분 너무 좋아~!'를 연신 남발하면서 축제장을 돌아다니면서 예쁜 옷을 입은 외국인들과 무턱대고 사진도 찍고 즐겁게 놀라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축제장에서 많이들 목에 걸고 다니는 하트 모양 과자 목걸이를 우리도 샀다. 동심으로 돌아가 신나게 범퍼카를 타고나니 배고파져서 우리는 달달한 계피향이 나는 과자를 다 먹었는데 나중에 함께 술을 마신 외국인들 왈 아무도 그 과자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축제 분위기용으로 걸고 다닐 뿐이라고... 그래도 너무 맛있고 부드러웠기 때문에 먹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ㅎㅎ). 술기운이 조금 떨어져 갈 때쯤 우린 다시 빅텐트 주위를 기웃거리기 시작했고 조금 대담해진 우리는 아까보다 더 쉽게 앉을 테이블을 구했다. 이번에 앉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외국인 남자 둘은 뉘른베르크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한 명은 결혼한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이 best man이었다고 하며 둘의 우정을 자랑했다. 보기 좋았다. 우리는 곧 맥주를 함께 마시면서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곧 모두가 취했다. 솔직히 기억의 많은 부분이 사라져서 기억나는 것은 어느 순간 우리는 독일어로 건배인 Prost! 를 외치고 그들은 건배! 를 외치던 장면이다. 그리고는 옆에 자리로 보르도 출신의 프랑스인 두 명이 앉았고 나는 나름 파리에 사는 교환학생이라 말하며 프랑스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정상적인 대화는 그리 오래 한 것 같지는 않고 곧 그들도 함께 신나게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렇게 1리터짜리 두 잔을 다 비우고 세 번째 잔을 주문하고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내 친구들 두 명이 사라져 있었다. 곧 돌아오겠지 싶어 계속 그 자리에서 외국인들과 놀고 있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주소를 주고받고 기억나지 않는 사진도 많이 찍고 앞뒤 테이블에 앉은 외국인들과도 짠! prost! cheers! salute! 등을 외치며 신나게 놀았다. 그러다가 30분 정도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친구들을 찾으러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연락을 했고 그 친구들의 상태를 알게 되었다. 둘 다 많이 취해서 길가에 앉아있으니 놀다 오라고 했다. 당연히 일단 친구들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나도 상당히 취한 상태였음에도 이들을 찾으러 다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계속 전화로 'real horse' 앞에 있다는 말만 하는 친구들을 찾으러 상당히 오래 고생했다. 이 친구들을 데리고 얼른 돌아오라는 새로 사귄 외국인 친구들의 인스타그램 DM이나 페이스북 채팅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찾았을 때 친구들을 데리고 술을 더 마실 수는 없겠다는 판단을 했다. 탄산수도 사다 주고 등도 두드려준 뒤 딱 후룸라이드만 더 타고 약 3시 30분쯤 우리는 축제장을 떠났던 것 같다. 근처 맥도널드에 가서 셰이크를 시켜 마시고 잠을 좀 잤던 것 같다. 어떻게 시간이 그렇게 삭제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맥도널드를 떠날 때쯤에는 어둑어둑해지고 있었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반나절만에 축제장을 떠난 건 너무 아쉬웠지만 절대 그 텐션으로 하루 종일 축제장에서 놀기란 불가능한 것 같았다. 전날 우리의 과 선배이자 동아리 선배인 언니가 우리를 기다리겠다고 했다가 3시가 채 지나지 않아서 숙소로 돌아가야겠다며 취한 상태에서 연락을 한지 깨닫게 되었다. 맥주의 양도, 도수도 무시할 수 없는 '축제용 맥주'였고 말 그대로 '핫'한 분위기 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맛있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다 보면 곧바로 감당할 수 없는 숙취를 경험하게 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날 밤, 다음날 내내 숙취로 좀 고생을 했다. 다들 술 잘 마시고 좋아하기로 이름 난 동아리에서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전멸한 것이다. 우리도 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ㅋㅋ


조각조각 난 기억은 핸드폰에 남아있는 사진으로 짜 맞추고 전날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축제의 분위기를 상기시켰다. 너무 즐거운 기억들이다. 또 축제장을 가고 싶었지만 맥주 향만 맡아도 울렁거리는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의 옥토버페스트는 그렇게 반나절만에 종료되었다. 앞으로 또 가게 될 일이 있을까. 시기상 교환학생이나 휴학 등이 아니면 방문하기 어려운 축제인 것 같다. 직장을 다니면서 9월 말에 휴가를 내고 독일에 올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친구들과 주고받기도 했다. 미래에 어떻게 될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옥토버페스트 방문은 말 그대로 성공적이었다. 너무 즐겁고, 재미있는 기억만 안고 뮌헨을 떠났다. Auf Wiederse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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