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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형원 Jun 16. 2018

가장 힘든 건 다이빙대 위에 서 있는 순간이야

 절벽 가까이 부르셔서

아침에 눈을 뜨니 요리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출근 준비에 한참인 남편이 묻는다.


"오늘은 어때?"

"글쎄. 똑같지 뭐."


요즘 계속해서 고민이 많고, 고민이 많다 보니 한시도 평안할 날이 없는 나에게 남편은 아침을 먹다 말했다.


"그거 알아?"

"뭐?"


          가장 힘든 건 다이빙대 위에 올라가 있는 순간이야



"왜?"

"계속 뛸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이잖아."


"일단 뛰어내리면 해방의 순간이 찾아오지. 물론 뛰어내린다고 해서 위험이 없다는 말은 아니야. 굉장히 바보 같은 짓일 수도 있지. 하지만 적어도 다이빙을 해서 스스로를 던지면 지금 같은 번뇌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 그때는 또 새로운 상황에서 해야 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다이빙대에 올라가 있다. 지금의 내 상황과 이토록 맞는 표현이 또 있을까?


어느새 시간이 이토록 훌쩍 지나 서른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여태까지는 어떻게 보면 유보해 봤던 여러 결정들을 내려야 하는 시기에 도달했고, 용기를 내서 다이빙대 위에 까지는 올라갔지만 여전히 뛰어내릴지 말지는 결정하지 못한 채 허공 위에 서 있었다.


이럴 때는 보통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돌아서서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그대로 뛰어내리느냐.


어떤 게 더 좋은 선택인지 자신에게 묻곤 했지만 아직까지 매번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겠다'였다.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알고 싶지 않은 것일까? 어쨌든 확실한 건 언제까지고 계속 이 다이빙대 위에 서 있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이 다이빙대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건 새로운 길을 의미했다.


한 번 다이빙대에 오른 후에는 몸을 돌려 다시 돌아가더라도 그곳은 더 이상 같은 길이 아니었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눈을 질끈 감고 몸을 던지더라도, 수영을 하지 못하는 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쩌면 로버트 슐러의 시에서처럼 떨어져봐야만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절벽 가까이 부르셔서


                                                                                                                     로버트 슐러  


절벽 가까이로 나를 부르시기에 다가갔습니다.

절벽 끝으로 가까이 오라고 하셔서 더 다가갔습니다.

절벽에 겨우 발붙여 선 나를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셨습니다.

그 절벽 아래로 나는 떨어졌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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