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환불원정대가 되는 여정 - 그냥 마음이 바뀌어서 환불하고 싶어
이렇게 몰려가면 환불 다 받아줄 수 있다는,
소위 쎈언니들로 꾸려진 환불원정대 밈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문에 떡하니 쓰인 "단순 변심으로 인한 환불불가"라는 공지는 쎈언니들도 가끔은 주저하게 한다.
묻고 따지지 않고 반품해준다는 게 최근 여러 이커머스의 정책이긴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경우도 많다.
가볍게는 옷, 식재료, 생필품, 좀 더 비싸게는 가전제품, 가구나 항공권까지.
내가 구매한 물건들을 언제까지, 어떻게 환불할 수 있을까?
커머스에서 환불 안 해준다고 하면, 그럼 나는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을까?
사고 나서 물건을 받아보았는데 마음이 변했다면 환불이 가능한 것이 원칙이다.
전자상거래법은 온라인을 통한 구매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가 재화를 공급받거나 재화의 공급이 시작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무슨뜻일까?
재화의 공급이 시작된 날(=배송 시작)보다는
재화를 공급받은 날(=받아본 시점)이 보통은 더 늦을 테니,
배송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는 환불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서 7일이라는 시간이 좀 애매할 수 있다.
우리 민법은 기간을 계산할 때 초일 불산입, 그 첫날을 산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첫 날은 카운팅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밤 10시에 배송을 받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렇게 늦게 배송 받는 경우에도 배송일이 기간의 기산점이 된다면,
소비자에게는 사실상 6일 밖에 시간이 없게 된다.
때문에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첫날은 카운팅에서 제외한다.
배송받은 다음날부터 7일 동안은 환불이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월요일에 배송받았다면, 다음날인 화요일부터 포함하여 7일 이내에 환불할 수 있는 것이다.
여러 이커머스 회사에서 일하면서 세상에는 별의 별 환불요청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돌잔치에 쓸 파티용품을 산 뒤 사용을 하고 반품하는 사람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책을 읽은 뒤 반품하는 사람
향수나 담배냄새가 찌든 옷을 그대로 반품하는 사람(근데 또 택은 그대로인 것을 보면 택을 단 채로 입은 것이 분명하다. 아마 택을 제거하는 경우 환불 불가하다는 문구가 있었을 것이다.)
마라톤을 뛰고 신발을 반품하는 사람
옷은 또 멀쩡한데 갑자기 쓰레기를 넣어서 반품하는 사람
기타 등등 글로 적기 어려운 여러 사례를 겪고 나면
까다로운 환불 정책을 갖고 싶어하는 회사가 또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의 7일 내 환불을 소비자의 권리로 정하고 있다.
어쨌든 소비자가 해당 기간 내에 환불을 원하면 일단 받아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법에서는 청약철회라는 용어를 쓰지만 쉽게 반품 내지 환불로 받아들이면 된다.
단순한 청약철회가 무차별적으로 허용된다면 판매자에게 무한정 불리한 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에 전자상거래법은 다시 청약철회가 제한되는 요건을 정하고 있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시는 다음과 같다.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재화등이 멸실되거나 훼손된 경우
반품된 물품을 확인했더니 해당 물품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옷을 사고 반품했는데 옷이 찢겼거나, 심하게 냄새가 나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상품성이 없어지거나 많이 낮아진 경우라고 생각하면 쉽다.
단, 그냥 배송된 상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포장만 벗긴 경우라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택을 뗀 경우는 어떨까?
일부 쇼핑몰에서는 택을 뗀 경우에는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택이 정말 상품의 일부로 기능한다고 보이지 않는다면,
택이 없다고 해서 상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택이 없다고 그 자체만으로 환불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택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상품에 손상이 발생하여 원래의 기능을 다 할 수 없다면, 이는 전형적으로 소비자의 과실로 재화가 훼손된 경우에 해당하여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소비자의 사용 또는 일부 소비로 재화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배송된 식품을 먹었거나, 신발을 사서 사용해놓고 반품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포함될 것이다.
책을 읽어서 커버가 손상되었거나, 밑줄을 그었다던가 하는 경우에도 환불이 불가하다.
환불의 전제는 완전한 상품이 그대로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시간이 지나 다시 판매하기 곤란할 정도로 재화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판매자가 반품된 상품을 다시 팔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좋다.
반품된 상품을 판매자가 다시 상품성 있게 판매할 수 있는지(즉, 재판매가 가능한지)가 기준이다.
호텔, 항공권, 콘서트 티켓 등 특정 시점에 고정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 있는 물품에 주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내일 출발 예정인 항공권이라면 환불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해당 티켓을 아주 저렴하게 내놔야 하기 때문에 재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러한 경우 취소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주로 해결하고 있다.
그 외 디지털콘텐츠를 봐놓고 환불한다거나 하는 경우는 불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위와 같은 경우,
다시 말해 상품의 완전성을 보장하기 어려워 판매자가 이를 다시 판매하기가 어렵다면,
소비자의 단순변심으로 인한 환불은 어렵다고 이해할 수 있다.
배송 받은 상품이 마음에 안들면 상품에 훼손이 없다는 전제 아래에서는 7일 내 환불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악의 없는 "단순변심"이라면 대체로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소비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규정은 원칙적으로는 의미가 없다.
판매자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디테일을 챙겨서 환불불가 정책에 대하여 정하는 것이 좋다.
소비자보호원으로 이어지고, 소액소송으로 이어지는 건들은 일반 판매자들이
하나하나 감당하기에 버거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때 돌파를 위한 가장 좋은 방식은 잘 만들어놓은 판매 약관 내지 정책 하나다.
최근에는 워낙 이러한 내용을 다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형 이커머스는 가급적 전자상거래법을 지키는 약관 및 정책을 갖고 있기도 하다.
다만, 아직도 소비자들이 여기서도 환불이 되나요? 하고 궁금해하는 곳들이 있다.
바로 최근 급증한 빈티지/중고 온라인 커머스와 항공권이 그것이다.
위 두가지는 때가 어느 땐데 아직도 원칙적으로 환불 불가, 라는 기재를 떡하니 써놓거나나
취소하는 경우 원금 상당의 취소수수료를 때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건 괜찮을까?
얘넨 뭐길래 감히 전자상거래법에서 정한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마음대로 제한하고 있는가?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