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통하는 사내변호사 조교법

사내변호사를 챗지피티로 쓰자

by 이달재


법무팀에 메일을 보냈다.

또 안 된다고 하는가?

기다려도 기다려도 회신이 오지 않는가?

왜 저렇게 대답하지? 싶은 대답만 오는가?


사내변호사로 그래도 오래 일해온 나는

이걸 정확히 반대로 느낀다.


‘저번에 안 된다고 했는데 왜 또 물어보지?’

‘이거.. 대답 안해도 될 것 같은데?‘

‘이런 걸 왜 물어보지..?’


법무팀, 사내변호사와 어떻게 소통해야 원하는 대로 답변을 받을 수 있을까?


물론 내부에 절차가 명확해서

크게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회사에 재직 중이라면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내가 실무자로 처음 계약을 따왔는데, 첫 계약이라고 팀장님이 법무팀 검토를 받으란다.

법무팀 누구한테 어떻게 연락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팀장님한테 물어보니까 팀장님도 모른다고 하고.. ㅠㅠ

이런 분들께 추천한다.


그럼 일단 오늘은 내가 따온 계약서 하나를 법무팀 검토 받아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법무팀, 사내변호사랑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까?



1. 대부분 법무팀 컨택을 어려워해서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회사를 다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사한 직종에서 여러번 이직을 하면서 사내변호사로서 일해보니,

비즈니스 팀(이하 “사업부”)들은 대체로 법무팀과 소통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어쨌든 물어보래서 물어는 보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을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고
왠지 안된다고만 할 것 같고.. 뭔가 법무팀이라고 하니까 말도 어렵게 해야 할 것 같고..


대체로 이런 고민이 드는 것 같다.


그래서 사업부가 법무팀에 메일을 쓰거나 사내메신저로 변호사에게 말을 걸 때,

오히려 단어들이 명료하지 못하고 두루뭉술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다.

계약서를 하나 보내면서

안녕하세요, XXX팀 xXX입니다.
당사가 A사가 체결할 예정인 계약서를 첨부드립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검토 부탁드립니다.

이런 메일이 대표적이다.

혹시 이렇게 보냈는가? 사실 대체로들 이렇게 보낸다.

사내변호사는 이런 메일을 받자마자 한숨부터 나온다.


뭐가 문젤까? 일단은 기억해야 한다. 사내변호사도 똑같은 사노비일 뿐이다.


2. 사업부가 법무팀을 모르는 것처럼, 법무팀도 사업부를 모른다.


위 메일은 정중하지만 정중한 것 빼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문제다.

일단 그 메일을 받아본 변호사는 계약서를 열어봤다가…다시 닫는다.

그리고 메일 보낸 사람을 찾아서 전화를 걸거나 메신저를 할 것이다.


“이 계약서 뭐예요?”라고 물어보고 싶은 것을 참고

안녕하세요, 혹시 요청주신 계약서 관련해서 잠시 미팅 요청드려도 될까요? 라고 하게 된다.


법무팀이랑 말이 길어지면 피차 피곤하다.

이런 연락이 오는 이유는 법무팀은 그 계약의 전후 맥락을 전혀 모르고 계약서만 봐야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가급적 미팅 없이도 빠르게 답변을 받을 수 있을까?
메일을 잘 쓰면 된다.


메일에 다음의 내용을 포함시켜서 보내버리면,

받는 법무팀도 좋고 보낸 사람도 안 귀찮게 한번에 ok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하나씩 나눠서 살펴보자.



해당 계약이 신규건인지, 기존에 유사계약이 있었는지:



아예 처음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라면 더 꼼꼼하게 봐야 한다.

새로운 BM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라면 그 맥락을 더 자세히 설명해주자.

우리는 이 계약을 통해 어떤 것을 얻을 거고, 우리는 무엇을 제공해줄 것인지.

유사 계약이 있었다면 해당 계약서도 함께 참고로 보내면 더 좋다.


계약 내 조건에 대한 협의는 끝났는지:


법무팀은 사업부에게 비즈니스적으로 이래라 저래라할 수는 없다.

그런데 가끔 계약서를 보면 회사에 너무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설정된 조항이 있을 것이고,

그런 내용은 의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법무팀으로서는 불리하거나 지나치게 유리하게 설정된 조항을 하나하나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


일이 그렇게 진행되면 사업부 입장에서도 다 정해졌는데 왜? 법무팀이 여기에 딴지를 걸지?

하고 기분이 나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달된 계약서의 계약조건은 유리하든, 불리하든 이미 다 그것은 따져서

경영적인 의사결정은 끝난 상태이며, 협의나 결재가 끝났다는 정보를 포함해주자.


그렇다면 법무팀은 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여러모로 더 효율적으로 절차가 진행된다.



특별히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지


새로 체결하는 계약이라면, 계약구조의 측면이나 특정 조항의 유불리 문제 때문에 고민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부분을 법무팀과 공유해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쓸모 없는 것까지 처음부터 천천히 검토하면 시간만 더 걸릴 뿐이다.


예를 들어, 제31조의 내용이 당사에게 다소 불리하게 되어 있는데,

이 부분에서 이걸 빼고 싶은데, 어떻게 조정하면 좋을지를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된다.


혹은 조금 더 내밀하게, 사실 이 부분에 대한 협의가 빠져있지만, 우선 우리에게 유리하게 조항을 넣어두고 싶다던가..

이런 요청은 법무팀은 되게 좋아한다.


기타 고려해야 하는 전후맥락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계약은 형식상 체결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일단 계약 체결이 필요해 일반적인 조항으로 체결해놓고, 추후 디테일은 협의해서 정할 때도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알려주면 훨씬 이해와 검토가 빨라진다.

때로는, 우리가 을인지, 갑인지, 어느 정도를 상대 회사에게 요구할 수 있고,

우리는 얼마나 받아줘야 하는 상황인지 하는 것도 공유해주면, 훨씬 검토 퀄리티가 높아진다.



3. 계약서..별거 아닌 것 같지만


사업부와 소통하다보면, 이런 생각을 다들 하시는 것 같다.


“계약서 그거 별 거 아닌데 왜 이렇게 검토가 오래 걸려?”


그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왜냐면 어쨌든 회사 사이의 합의가 있었고,

그대로 계약을 체결하면 그뿐인 거고 계약이 이행되는 과정은 또 사업부에서 컨트롤 할테니까.

계약은 일종의 “과정”이라고들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을 때,

우리 회사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계약서의 문언 그대로 가야 한다.

계약서에 적혀있지 않은 것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는 매우매우매우 어렵다.


때문에 법무팀은 계약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가정하고 계약서에 접근하게 된다.

그래서 미주알고주알 말이 많다.


사업에서 안 될 때를 가정하면 될 것도 안 되는 느낌이겠지만,

법무팀에서는 늘 잘 안 된 계약을 뒷처리해야 하고,

그런 계약은 계약서부터 문제였던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계약서에 까다롭게 굴 수 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부디 혜량하시어, 위에 언급한 내용만 잘 기재해서 법무팀에 보내보자.

생각보다 빨리, 다정하게 답변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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