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심사 실무: 식약처 가이드라인으로 보는 제출자료와 핵심 쟁점
디지털 치료제(DTx)를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 관점에서 정의하고, 의료기기·의약품·의료행위 경계를 법적으로 정리합니다.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는 전통적인 의료의 경계를 확장하며 현대 보건의료 체계의 핵심적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의 개념은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또는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고품질의 소프트웨어로 정의됩니다. 이는 단순한 건강 관리나 웰니스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와는 명확히 궤를 달리하며,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엄격한 증명을 요구합니다.
기술적 관점에서 디지털 치료제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oftware as a Medical Device, SaMD)'의 한 분과로 분류됩니다. SaMD는 의료기기 하드웨어의 일부가 아니면서도 그 자체로 하나 이상의 의료 목적을 수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하며, 모바일 앱, 가상 현실(VR), 게임, 병원 서버 기반의 클라우드 시스템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구동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이러한 SaMD 중에서도 특히 '치료적 중재'에 특화된 제품군으로서, 약물 치료와 병행하거나 혹은 단독으로 사용되어 질병의 병태생리나 환자의 행동 양식에 개입합니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제1세대인 화합물 의약품, 제2세대인 바이오 의약품에 이은 '제3세대 치료제'로 명명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과 행동학적 치료법이 결합된 이 혁신적인 치료 수단은 기존 약물 치료가 가진 부작용 문제나 고가의 개발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으며, 특히 인지행동치료(CBT)가 효과적인 정신질환이나 만성 질환 관리 분야에서 그 가치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치료제의 법적 지위는 그동안 의료기기법의 틀 안에서 해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의료기기 규제 체계가 소프트웨어 특유의 빠른 업데이트 주기와 무형성, 그리고 인공지능(AI) 기반의 자가 발전적 특성을 수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대한민국은 2024년 디지털 기술에 특화된 디지털의료제품법(디지털의료제품의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습니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은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의료 제품을 독자적인 규제 체계로 분리함으로써 법적 명확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제품을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하며, 디지털 치료제는 이 중 '디지털의료기기' 내에서도 소프트웨어의 독립성을 인정받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1) 디지털의료기기: 지능정보기술, 로봇기술, 정보통신기술 등이 적용된 의료기기. 디지털 치료제는 '독립형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로서, 하드웨어에 내장되지 않고 그 자체로 의료기기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로 정의됨.
(2) 디지털융합의약품: 의약품과 디지털 기술이 조합된 제품. 예를 들어 센서가 내장된 알약이나, 특정 의약품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설계된 보조 앱이 포함된 형태 등.
(3)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의료기기 수준의 위해도는 없으나 건강 유지 및 증진을 목적으로 생체 신호를 측정하거나 분석하는 제품. 이는 과거 '웰니스 제품'으로 불리던 영역을 포괄하며, 인체 위해성이 낮아 신고 없이 제조·수입·판매가 가능하도록 법적 규제를 대폭 완화함.
이러한 새로운 분류 체계는 디지털 치료제가 '의료기기'로서의 엄격한 안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소프트웨어로서의 '유연성'을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함을 의미합니다.
의료기기법은 “사람 또는 동물에 단독 또는 조합하여 사용되는 기구·기계·장치·재료 또는 이와 유사한 제품”에 더하여 “단독 또는 조합하여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명시하고, 그 목적을 질병 진단·치료·경감 또는 상해/장애 진단·치료·보정 등으로 규정합니다.
디지털치료제는 통상 “치료/증상 개선”을 표방하고, 환자에게 구조화된 치료 개입(CBT, 재활, 호흡훈련 등)을 제공하므로, 사용목적(의도된 목적)이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 정의의 핵심 요소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의료기기(특히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2023년 ‘국내 첫 디지털치료기기’ 허가 브리핑에서도 식약처는 허가 제품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설명하고, 디지털치료기기는 가이드라인상 정의에 따라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의료기기로 분류된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확인하였습니다.
디지털치료제는 일반적으로 약사법상 의약품이 아니라, “의료기기(소프트웨어)”로 인허가가 이뤄집니다. 다만 디지털의료제품법은 의약품 + 디지털의료기기/건강지원기기가 결합된 형태를 “디지털융합의약품”으로 별도 정의하고, “주된 기능이 디지털의료기기인 경우”는 디지털융합의약품에서 제외하는 구조를 두고 있습니다. 즉, 결합제품에서는 주된 기능이 약인지 기기인지 구분이 중요합니다.
한편 디지털치료제가 ‘의료행위’와 충돌하는 지점은, 소프트웨어가 치료경로를 제시하거나 처방·진단에 준하는 판단을 자동으로 수행하여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무면허 의료행위) 위험을 증폭시키는 경우일 것입니다. 의료법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도 금지하는 방향으로 규정이 강화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디지털치료제가 제공하는 “치료 개입”이 의료인의 감독·처방 하에 사용되는 도구인지, 혹은 비의료인에게 진료행위를 대체 수행하게 하는 구조인지에 따라 의료법 측면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은 “독립형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범용 컴퓨팅 환경에서 동작하는 단독 소프트웨어)를 명시적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하드웨어 없는 앱·웹 기반 제품 또한 디지털의료기기에 해당하게 됩니다.
반면, 웨어러블·센서·흡입기 등 하드웨어와 결합하는 경우에는 “디지털의료기기”로서 기기(하드웨어) + 소프트웨어가 하나의 규제 단위가 될 수 있고, 상호운용(인터페이스/외부 데이터 연계) 구조에서는 “액세서리/상호운용기기” 등 시스템 경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품목정의·책임범위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에서는 액세서리·상호운용기기 개념을 별도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치료제는 “원격의료 그 자체”라기보다 치료 개입을 수행하는 제품(의료기기)이고, 그 사용 맥락에서 의료인이 개입(처방, 모니터링, 피드백 제공)하면 원격진료·비대면 진료 규제와 결합합니다. 의료법은 원칙적으로 원격의료를 ‘의료인→의료인’ 의료지식·기술 지원에 한정하고 있어, 의료인–환자 원격진료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규정 구조가 아닙니다. (2026년 1월 현재)
결국 디지털치료제 설계에서 “원격 모니터링/상담 기능”을 포함시키는 순간, 의료기기 규제뿐 아니라 의료법상 진료형태 규제(의료기관 내 진료 원칙, 직접 진찰, 원격의료 제한) 준수 설계가 동시 과제로 될 것입니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의 시행에 발맞추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구체적인 허가·심사 기준과 임상시험 설계를 지원하기 위한 하부 법령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식약처는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비롯하여 인공지능 및 가상융합기술(VR/AR)이 적용된 제품들에 대한 특화된 가이드라인을 제·개정하고 있고, 특히 2025년 5월에 고시된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은 신청서 작성 방법부터 성능 평가 지표 설정까지 실무적인 지침을 제공합니다.
관련 규정으로는 디지털의료제품의 분류 및 등급 지정 등에 관한 규정, 디지털의료제품 허가·인증·신고·심사 및 평가 등에 관한 규정, 디지털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디지털의료기기 임상시험등 계획 승인 및 실시관리에 관한 규정, 디지털의료기기 전자적 침해행위 보안지침, 우수 관리체계 인증 기준에 관한 규정,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인공지능기술이 적용된 디지털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가상융합기술이 적용된 디지털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디지털치료기기 건강보험 등재 가이드라인, 혁신의료기술(디지털치료기기·인공지능) 건강보험 임시등재 운영지침, 혁신의료기술(디지털치료기기·인공지능) 건강보험 임시등재 운영지침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만으로는 의료현장에서 실제로 쓰이기 어렵다는 문제가 반복되어 왔습니다. 디지털치료기기 건강보험 등재 가이드라인(2023.8.)은 이에 대한 해셜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를 거쳐 혁신의료기술로 고시된 디지털치료기기가 건강보험 제도 안에서 어떤 절차로 평가되고(임시등재), 어떤 방식으로 사용·청구·관리되며, 어떤 자료를 쌓아 정식등재로 넘어가는지를 한 번에 안내하는 문서입니다.
가이드라인은 먼저 디지털치료기기의 성격을 분명히 합니다. 디지털치료기기는 단순한 건강관리 앱이 아니라,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라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개발·적용 기술이 가상·증강현실, 인공지능 등으로 다양하더라도, 핵심은 “치료적 개입”이고, 이 때문에 의료현장에서는 처방·사용·효과평가·사후관리까지를 포함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흐름으로 설명이 전개됩니다.
그 다음, 등재의 큰 흐름을 ‘한 장의 로드맵’처럼 정리합니다. (1)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단계에서 식약처(지정·인허가), 심평원(기존기술 여부 확인), 보의연(혁신의료기술 평가)이 동시에 움직여 평가기간을 단축하고, (2) 그 결과로 복지부가 혁신의료기술을 고시하면, (3)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는 동안에는 건강보험 ‘임시등재(요양급여 평가)’로 한시적 적용을 하며, (4) 사용기간 종료 무렵에는 보의연이 신의료기술 재평가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다시 판단하고, (5) 임시등재 기간 동안 축적한 근거를 바탕으로 심평원·복지부가 정식등재(요양급여 여부 평가)로 연결하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빠른 현장 진입(임시등재) + 실제데이터 기반 근거창출 + 재평가를 통한 정식등재”를 하나의 트랙으로 묶어 둔 것입니다.
가이드라인 전문
디지털 치료제와 관련된 법적 논의는 단순한 인허가를 넘어 책임 소재, 개인정보 보호, 지식재산권 보호 등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의 오작동이나 알고리즘 오류로 인해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인공지능 진단 보조 기기인 '왓슨(Watson)'에 대한 판례 및 학계의 논의를 참고하면, 현재 법 체계상 소프트웨어에 법인격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최종적인 형사적·민사적 책임은 이를 사용한 '의사'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사는 디지털 치료제가 제공하는 정보를 하나의 참고 자료로 활용하여 최종 결정을 내리는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자체의 명백한 설계 결함이나 제조상의 오류가 입증될 경우,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제조업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제조물 책임 지침 개정안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제조물의 범주에 명시적으로 포함시켰으며, 소비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국내 법 개정 논의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환자의 생체 데이터, 인지 반응, 생활 습관 등 민감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합니다. 따라서 개인정보 보호법 및 의료법 준수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유럽의 GDPR이나 미국의 HIPAA와 같은 엄격한 국제 기준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시 가장 큰 법적 장벽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의료제품법 제14조는 제조업자에게 보안 지침 준수 의무를 부여하며, 정부는 전자적 침해 행위 예방을 위한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법은 건강정보를 포함한 민감정보 처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로 (1) 별도 동의, (2) 법령상 허용/요구가 있는 경우를 둔다. 또한 민감정보를 처리하는 경우 안전성 확보조치를 요구합니다.
디지털치료제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포인트는 “단순 앱 동의”가 아니라, (가) 치료 목적(의료기기) 데이터 처리의 맥락, (나) 임상시험/실사용평가에서의 추가 수집·제3자 제공, (다) 클라우드·해외 이전 등 데이터 처리 흐름이 복합적으로 얽힌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동의서는 치료서비스 제공/허가·사후관리/연구·개선/보험 청구·사후 모니터링 등 목적별로 분리하고, 민감정보에 대한 별도 동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형태가 실무상 안정적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임시등재 운영지침 개정에서도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제3자 제공 동의서가 “제출 필수 서류”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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