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성추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약칭: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에 관하여 대중교통수단, 공연 및 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초범이라도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을 정도로 결코 가볍지 않은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나 형벌 외에도 다양한 보안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불이익이 상당한 편에 해당합니다.
범행 발생 장소를 살펴보면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이 불가피하게 많은 인파가 몰리는 대중교통에서 우연을 가장해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요. 특히 지하철에서 워낙 자주 발생하고 있기에 대중들은 지하철성추행으로 부르는 일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와 같은 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을 3회나 재범을 하였다면 과연 일반적인 처벌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지하철성추행을 한 번도 아니고 이처럼 상습적으로 저지른다는 점은 자신의 삐뚤어진 습벽을 고치지 못하고 많은 이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뜻합니다. 만약 강력한 경고를 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피해자가 계속 양산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이를 위해서도 매우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할 겁니다. 당연히 징역형의 실형 선고는 물론 재범 예방을 위한 다양한 보안처분까지 덤으로 얹어질 수밖에 없을 텐데요.
실제로 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같은 성범죄로 3회 이상 상습 재범을 저지른다면 재범의 위험성을 스스로가 현실화시킨 것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경우 법원은 취업제한, 신상정보 공개고지는 물론 전자장치(일명 전자발찌) 부착 명령까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대로 형벌만 부과하고 특별한 안전 조치 없이 사회로 복귀시킬 경우 무고한 피해자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 말이지요.
최근에는 성범죄로 초범에 해당하는 자에 대해서도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된다면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을 부과하는 일들도 적지 않기에 이처럼 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으로 3회 이상 처벌을 받는다면 구속을 당하는 것도 당하는 것이지만 출소 이후에도 각종 보안처분에 의하여 자신의 개인정보를 관리·감독당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함께 거주하는 가족까지 피해를 보면서 말이지요. 가령 동네 사람들이 옆집에 사는 순이네 남편이 그렇고 그렇다며 쑥덕거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필자를 찾아온 한 의뢰인 甲은 지하철성추행을 이미 2번이나 저지른 이력이 있음에도 3회째 단속을 당하여 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으로 입건된 상태였습니다. 甲은 현장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관에 의하여 현행범 체포를 당하였고 크게 두려움을 느낀 甲은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하였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甲의 모습에 경찰관도 약간은 딱한 마음을 느꼈는지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느냐며 호통을 치던 중 이번에는 무사할 수 없을 테니 변호사를 잘 선임해서 대응하라는 이야기만 했더랍니다. 그렇게 甲은 필자를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甲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단은 당시 경찰관이 현장에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였고 본인도 범행을 시인하는 입장이었기에 무죄를 주장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으로 3번째 단속을 당했지만 여러 양형사유를 제시하며 최대한 선처를 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는데요. 일단 징역형이 선고되는 일은 최대한 피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각종 보안처분도 부과되는 일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모를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대비를 할 필요도 있었고요.
이 사안은 피해자의 완강한 거절로 합의가 어려웠지만 수차례 사죄의 의사를 간곡히 전하며 결국 합의를 성사시키는 일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의 문제점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었으며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다양한 재범예방 활동에 매진하고 있음을 밝혔는데요. 약물 및 심리 치료를 병행하였고 범죄예방교육 등을 시청하며 자신의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노력에 열과 성을 다하였습니다.
더불어 과거 범행과의 시간적 간격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였고, 이번 범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혼잡한 지하철 내부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실수라는 점을 변론하였습니다. 또한 피해의 정도도 상대적으로 경미한 편에 속하였고 진심 어린 사죄를 통해 가해자를 용서한 피해자가 거듭 선처를 탄원하고 있음을 내세웠는데요. 이밖에도 이 글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공개하지 못하지만 여러 양형요인을 만들어 내어 수사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선처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결과 결국 검사는 2년의 징역형과 신상정보 공개고지가 필요하다고 밝혔음에도 판사는 도리어 벌금형의 선처는 물론 신상정보 공개고지 면제의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상습적인 지하철성추행은 결코 가혹한 처벌을 면할 수가 없는 것이 타당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이와 같은 처벌을 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반론을 제기하여 인정받을 수 있다면 파국을 피할 수가 있는데요. 물론 상투적인 양형자료만 제출하며 진부한 주장만 해놓고 특별한 결과를 바란다면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던 욕심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무엇이 자신을 특별한 선처의 주인공으로 만들 수 있는지는 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관련하여 다양한 변호 경험을 가진 변호사와 충분히 상의를 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