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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 Nov 26. 2024

나의 사랑하는 엄마.

지난 2024. 9. 27. 이른 아침 출근길, 아들의 발목을 잡은 건 어머니의 마지막 숨결이었습니다.


어머니 방에서 쪼그려 쓰러진 어머니를 발견한 순간,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죠. 

어머니를 품에 안고 울며 불며 인공호흡 등 알고 있는 모든 응급처치를 하면서 119에 구조요청을 하였지만, 끝내 어머니께서는 일어서지 못하셨습니다. 


37년 생이신 어머니께서는 그렇게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제가 그때 어머니께 했던 말은, "엄마 아직 아니야", "이러면 안 돼 엄마"가 고작이었습니다.



24살이 되던 해,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홀로 되신 채 유일한 아들인 저와 함께 30여 년을 동고동락하였습니다.

아버지의 임종 앞에서, 어머니는 걱정하지 말라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고, 그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쉽지 않은 일이라 하면서, 저와 제 아내를 칭찬하곤 하였지요.



천주교 신자이지만, 어머니의 49재를 지내 드렸습니다.


49재를 지내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했던 생각은 '이별''작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이별과 작별이 반복되는 것은, 어쩌면 신의 뜻이 아닐까 생각 들었습니다.


죽음이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것은 반드시 끝이 있으니 그 끝을 위해 성실하게 임해야 하고, 반드시 이별이 있기에 인연을 소중히 하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노랫말처럼, 그래서 우린 어쩌면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가장 크게 깨달은 사실은, 그동안 제가 어머니를 보살핀 것이 아니라, 어머니께서 저를 보살펴 왔던 사실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달으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야만 했습니다.



49재가 끝난 후, 저희 집 진열장에는 부모님의 초상화가 놓였습니다. 

매일, 초를 켜두고 부모님의 안식을 위해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한 번도 꿈에서 조차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부모님들께 섭섭한 마음이 있으나, 좋은 곳에 행복하게 계시느라 그럴 시간조차 없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에겐 두 마리의 시츄가 있습니다.

그리고 녀석들과 어머니는 남다른 교감이 있었지요.

그도 그럴 것이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녀석은 11살이고, 갈색 옷을 입은 녀석은 6년이란 세월을 아내와 제가 출근하면 퇴근하는 시간까지 늘 어머니와 함께 했던 녀석들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두 마리의 시츄와 어머니는 서로를 의지했던 듯싶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늘 생전에 저놈이 나랑 같이 늙었구나 라곤 하셨습니다). 


그런데 녀석들도 어머니(할머니)의 죽음을 느낀 것일까요?

이제는 어머니가 없는 방이지만, 두 녀석은 아직도 누워 있거나 할머니를 찾곤 합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삶을 마무리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일상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기에는 현실의 삶이 너무나 바쁘고, 때로는 버거울 만큼 고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다는 사실은, 현재의 순간들을 더욱 소중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미소를 지을 수 있으려면, 지금 이 순간부터 행복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삶이 힘들고 괴롭지만, 어떡하든 오늘이 행복할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주변을 미워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감사할 거리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거나 자신의 부족함을 한탄하기보다는 지금 가진 것들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도 방법 일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그 안에서 만들어 갈 수 있는 행복은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결국 자신의 의지와 생각에 달려있으니까요.


검정아이 이름은 몽구, 갈색아이 이름은 몽실이 입니다. ^^ 2024. 11. 23.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에서.



오늘 하루도 당신의 일상에 작은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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