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itcoin)에 대한 단상
아마도 동시대를 살고 있다면 기억할 것이다. 가상화폐나 코인이 우리네 관심사가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이는 2008년 비트코인이 나오고 나서 불과 20년이 채 되지도 않은 기간 안에 일어난 요지경 세상의 드라마틱한 변화이다.
대중은 아직 의심과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하지만,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는 달리 사뭇 진지해진 것도 분명하다. 비트코인의 가격 추이를 다루는 뉴스나 영상이 연일 쏟아지고, 개미 군단들의 주식 호가창 옆에 24시간 움직이는 코인 창이 붙어있다. 사람들은 마치 주식이나 부동산 얘기를 하듯이 코인 시장에 관하여 심심찮게 떠든다. 2027년부터 정부에서 가상화폐 거래에도 주식처럼 양도세를 물릴 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제껏 없던 새로운 물건이 나타나면 눈길이 간다. 법정화폐(fiat)에 대한 불신이 생겨나던 시대에 블록체인(block-chain), 작업증명 방식이라는 신기술을 안고 태어난 탈중화된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가 미스테리한 창시자가 작성한 백서(그동안 본인이 사토시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으나 가장 유력한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난 '할 피니')로 인하여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분이 쓰신 백서의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인류의 금융사, 법정통화의 한계를 꿰뚫어보는 엄청난 혜안을 가지신 듯 하다. 비트코인의 최소단위(1비트코인의 1억 분의 1)를 이름하여 사토시(satoshi)라고 한다.
총 발행량이 2,100만개로 공급이 고정되어 있는 비트코인이라는 희소한 자산이 탄생하였다. 비트코인은 기존에 알던 전통적인 자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격 변동폭이 말 그대로 무지막지하다. 비트코인이 이렇게까지 대중화되지 않을 초창기 무렵에 구입한 이들이 몇십억, 몇백억 신흥 부자가 된 현상이 이를 반증한다. 한국의 루나 코인 사태가 촉발한 크립토의 겨울(crypto winter)이라는 혹한기를 거친 후,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도약하였다가 또 다시 소강된 상태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왠만한 비싼 차를 살 만큼은 되는 거 같다.
2019년도 '모두를 위한 비트코인'을 집필한 저자 나탈리 브로넬은 전 세계의 부가 900조 달러 정도인데, 비트코인은 그중에서도 2조 달러 미만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전통적인 자산군에 속하는 부동산(약 330조 달러), 채권(약 300조 달러), 주식(약 115조 달러) 비중에 비하면, 비트코인 비중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을 차지한다.
비트코인이라는 신자산은 디지털 금(digital gold)과 등가적인 관계일까? 비트코인 열풍은 언제나 신화나 종교적 팬덤(fandom)에 가까울 정도의 믿음을 보여주는 비트코인 지지자들이 떠받들고 있다. 물리적인 실체는 가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래 장부에 기록되어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불확실한 시대의 자산의 저장수단으로 구매자들의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개인 지갑으로도 저장이 가능하고 국경간 이동이 쉽다. 여태껏 주워들은 바로는, 주로 반감기 전후를 걸쳐 가격 변동(fluctuation)이 크게 일어나며, 이미 95% 이상의 비트코인이 채굴되어 반감기(halving) 변수 외에도 글로벌 통화량(M2)이나 심리적인 수요 등의 대외적인 요인에 의해 움직이는 측면이 커졌다.
현물 비트코인 승인 등의 여러 가지 이벤트에 의하여 비트코인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움직임을 목도하는 것도 상당히 고무적인 지점이다. 각국 정부 차원에서도 가상화폐 법 제도에 관한 연구를 심도 있게 진행하고 법률 제개정을 활발히 강구하고 있다.
흡사 비트코인의 교주 격이라고 볼 수 있는(?) 마이클 세일러가 만든 스트레티지(MSTR)의 주식 가격이 떨어지자, 전세계적으로도 운용 잘하기로 소문난 한국의 국민연금은 스트레티지 주식 지분을 20프로 확대하였다.
우린 대체 왜, 이토록 머리 싸매고 투자를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할까?
두말할 거 없이 화폐 가치가 빙하 녹늣듯이 녹아내리는 눈앞에 닥친 암묵적인 현실 때문이다. 매년 인플레이션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고, 급여 인상폭은 턱 없이 적고, 대도시 집값은 치솟고, 일평생 저축해도 집 한채를 마련하기 어려운 심히 냉혹한 바닥이다. 비단 한국만이 처한 상황은 아니라는 사실도 별다른 위로가 되지 않는다.
전례 없는 자산인 비트코인 투자가 모든 이들에게 결코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밝혀둔다. 언젠가는 양자 컴퓨터가 개발되어 비트코인의 마법의 코드를 일순간에 풀어버릴 수도 있을 지도 모른다. 자산 도피처로 여겨지는 비트코인 거래 과정에서 일부라도 해킹된다면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네트워크에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재앙이 닥칠 것이다. 가상자산은 누가 뭐래도 위험 자산이므로 가상자산 투자는 여태껏 봐왔던 신기루처럼, 그저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각오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