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꼬리표는 수치스러운 낙인 아닌 현재의 방식에 지속 불가능 경고장
[전문가 칼럼 : 노현천 기자]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한계기업(Zombie Companies)'이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 기업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高)' 현상 속에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단순히 버티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한계기업의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치명적인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경영 전략이 절실하다.
◇ 왜 지금 한계기업인가?
과거 저금리 기조 속에서 유동성 공급으로 연명해온 기업들이 금리 인상기를 맞아 직격탄을 맞았다. 한계기업의 증가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도산을 넘어 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한다.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금융 자원이 묶이면서 혁신 기업으로 흘러가야 할 자금이 구조적으로 차단된다. 또한 공급망으로 연결된 중소 협력사들에게 위기가 전이되는 연쇄 부도 리스크 '도미노 현상'이 우려된다.
◇ 한계기업의 새로운 방향성...'질서 있는 퇴출'과 '선제적 구조조정'
한계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 사업 포트폴리오의 과감한 재편 (Pivot) : 기존의 주력 사업이 사양 산업이거나 경쟁력을 상실했다면, 핵심 역량만을 남기고 비수익 자산을 매각하는 '다운사이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신성장 동력을 찾는 '피벗' 전략이 필수적이다.
▶ 선제적 워크아웃 및 자율 구조조정 (ARS) : 기업회생절차로 가기 전에 채권단과 자율적으로 협의하는 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낙인효과를 최소화하면서도 채무 조정을 통해 숨통을 틔울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 M&A를 통한 출구 전략 (Exit) :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다면 기술력이나 영업망을 필요로 하는 타 기업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보존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 위기관리 경영(Crisis Management)의 3대 핵심 원칙
위기 상황에 놓인 기업의 경영진은 다음의 원칙을 바탕으로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 현금 흐름(Cash Flow) 최우선: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을 '현금 확보'에 두고, 불요불급한 비용을 통제하고 매출 채권 회수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
▶ 투명한 소통과 신뢰 회복: 채권자, 주주, 임직원에게 위기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해야 한다. 정보 차단은 불안감을 키우고 협상력을 약화시킨다.
▶ 핵심 인재 유지(Retention) : 위기일수록 기업의 미래를 설계할 핵심 인력이 이탈하기 쉽기 때문에 비전을 공유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 정부와 금융권의 역할...'살릴 기업'과 '정리할 기업'의 선별
정부는 덮어놓고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서 옥석 가리기를 통해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는 '패스트트랙' 지원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에는 '사회적 안전망 내에서의 퇴출'을 유도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재무적 이상징후 즉시 기업회생이냐 법인파산이냐를 제대로 진단받고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과 전문가 컨설팅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위기는 변화를 위한 가장 강력한 신호이다. 한계기업이라는 꼬리표는 수치스러운 낙인이 아니라, "현재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시장의 냉정한 경고인 것이다.
위기관리 경영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생존 모드'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체질 개선을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회복하는 '혁신 모드'로의 전환이 동반되어야만 한다. 고통스러운 살깎기 과정이 따르겠지만, 그 과정을 견뎌낸 기업만이 다음 경기 회복기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까.
[YouTube] >>> https://youtu.be/EsUPVAhbYQ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