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 직격탄 맞은 채무 과다 기업... '기업회생'으로 돌파구
최근 고금리와 고물가, 소비 위축이라는 '삼중고'가 장기화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이른바 '한계기업'의 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기업들에게 '기업회생제도'는 단순한 파산 절차가 아닌, 재무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다시 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제2의 창업' 발판이 되고 있다. 한계기업의 현주소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회생제도의 핵심 내용 및 최신 동향을 정리해 드리고자 한다.
한계기업에게 가중되는 '부실의 격랑'
2026년을 맞이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계는 유례없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권 자료에 따르면,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한계기업'의 비중은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약 18%를 넘어섰다. 5곳 중 1곳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고물가와 이를 잡기 위한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과거 저금리 시대에 조달했던 부채는 이제 기업의 목을 죄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특히 내수 부진까지 겹치며 자금 순환이 막힌 중소 제조업과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법인의 파산 및 회생 신청이 전년 대비 40~60% 이상 폭증하고 있다.
기업회생제도 '청산'이 아닌 '재건'의 철학
기업회생제도는 재무적 곤경에 처했지만 사업의 계속가치(Going-Concern Value)가 청산가치보다 높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법원이 관리·감독하여 갱생시키는 제도다. 많은 경영자가 '회생'을 '망한 기업'이라는 낙인으로 오해하여 기피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회생절차의 핵심적인 장점은 다음과 같다.
▷ 강제집행 중단(포괄적 금지명령): 회생 신청과 동시에 법원은 채권자들의 압류, 경매, 추심 등 강제집행을 중단시킨다. 이를 통해 기업은 영업 기반을 보존하고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 기존 경영권 유지(DIP 제도):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기존 대표이사를 '관리인'으로 선임하여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기업 사정에 밝은 기존 경영자가 회생을 주도하게 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장치다.
▷ 채무의 과감한 조정: 회생계획안에 따라 원금의 상당 부분을 탕감하거나, 향후 10년 이내에 분할 상환하도록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 부채뿐만 아니라 일반 상거래 채무까지 포괄적으로 조정되어 재무 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속도와 유연성' 더해진 최신 회생 트렌드
최근 법원은 기업의 낙인 효과를 최소화하고 신속한 정상화를 돕기 위해 사적 구조조정제도인 워크아웃을 보완하여 법원이 관리·감독하는 공적 구조조정제도의 틀 안에서 다음과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 정식 회생 절차 개시 전, 법원이 최대 3개월간 채권자와 자율적으로 협의할 기회를 주는 제도다. 협의가 성공하면 회생 신청을 취하하고 정상 기업으로 복귀할 수 있어 대외 신인도 하락을 막을 수 있다.
▷ 사전회생계획안(P-Plan): 미리 채권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일반 회생이 1년 이상 걸리는 데 비해, 피플랜은 3~6개월 내에 초고속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 하이브리드 구조조정(2025년 도입): 금융기관 중심의 '워크아웃'과 법원 중심의 '기업회생' 장점을 결합한 모델로, 상거래 채권자의 강제집행은 법원이 막아주고 금융 채무 조정은 채권단과 유연하게 협의하는 방식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성공의 핵심은 '골든타임' 사수
회생 성공 여부는 결국 '타이밍', 즉 '골든타임'에 달려 있다. 현금이 완전히 고갈되어 급여 지급이 밀리고 원자재 공급이 끊긴 뒤에 법원을 찾는다면 이미 늦다. 영업망과 기술력이 온전할 때 선제적으로 회생을 신청해야 채권자의 동의를 얻기도 쉽고, 인가 후 조기 종결 가능성도 커진다.
다시 말해 고금리 상황이 지속될수록 한계기업의 자금난은 심화될 것이어서 기업의 존속을 불투명하게 할 뿐이다. 따라서 기업회생은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 과도한 빚을 털어내고 수익성 중심의 우량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경영자를 위한 체크리스트
현재 운영하는 기업이 아래 상황에 해당한다면 전문가와 상담하여 기업회생 신청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
▷ 금융권 대출 연장이나 신규 자금 조달이 사실상 막힌 경우
▷ 핵심 기술이나 영업권은 있으나, 과거 부채 이자 부담 때문에 신규 투자가 불가능한 경우
▷ 주요 자산에 대한 가압류나 경매가 예상되는 경우
|| 노현천 필진기자는 공익사단법인(법무부 제169호) 한국기업회생협회 부회장 겸 기업회생연구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