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한계기업에 갇힌 중소기업의 재도약 희망

구조조정의 터널 끝에서 찾는 지속 가능한 성정 동력...'기업회생절차'

by Joseph ROH

[노현천 기자] 고금리, 고물가, 그리고 불안정한 세계 정세가 맞물리면서 한국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소위 ‘한계기업’의 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이들이 단순한 부실을 넘어 국가 경제의 잠재적 위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공적 구조조정 제도인 **기업회생절차(Corporate Rehabilitation Procedure)**를 통해 ‘죽음의 계곡’을 건너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희망적인 사례들이 포착되고 있다.


◇ 벼랑 끝에 선 중소기업들: ‘한계기업’의 현실


현재 국내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비용 부담 증가, 위축된 내수와 수출 시장, 그리고 금융 비용 상승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의 존속 능력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기존의 사적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의 부채와 복잡한 이해관계에 직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회생절차는 단순한 파산 선고를 피하는 것을 넘어, 사업의 계속 가능성이 인정되는 기업에게 법원의 관리 감독 하에 재무 구조를 조정하고 영업을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기업의 자산 가치를 훼손하는 '법인파산' 대신,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전하여 채권자와 주주, 그리고 근로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생존’을 선택하는 능동적인 구조조정 방안이기 때문이다.


◇ '제2의 창업'을 위한 발판: 기업회생절차의 핵심


기업회생절차는 기업에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두 가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첫째, 법원이 개시 결정을 내리는 즉시 모든 채권자들의 강제집행 및 담보권 실행이 중단되는 포괄적 금지 명령이 발동된다. 이는 채무 상환 압박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여 영업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둘째, 기업은 향후 수년간의 경영 계획과 부채 변제 방안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채권단 동의를 거쳐 법원의 인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금융 부채를 상당 부분 탕감하거나 장기간에 걸쳐 분할 상환하는 방식으로 조정하며, 기업은 재무적 부담을 덜고 핵심 사업에 재투자할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사실상 과거의 빚을 털어내고 새로운 재무 구조로 ‘제2의 창업’을 시작하는 셈이다.


◇ 재기 성공 스토리: 제조업 K사의 회생


수십 년간 특정 부품 제조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해 온 제조업 K사는 최근 수년간의 급격한 설비 투자와 이어진 팬데믹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기술력과 시장성은 여전히 건재했으나, 단기 부채 상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K사의 기술 경쟁력과 고용 유지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법원의 철저한 관리 감독 하에, K사는 불필요한 비영업용 자산을 매각하고,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동시에 회생계획안을 통해 금융권 채무의 60%를 출자 전환하고 잔여 부채를 10년간 분할 상환하는 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자들의 동의 요건을 충족시켜 제2, 3회 관계인집회에서 인가를 확정했다.


회생계획의 인가 후 3년이 지난 현재, K사는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고 신기술을 적용한 부품으로 글로벌 시장에 재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과거의 과도한 부채 부담에서 벗어나자 기술력이라는 본연의 경쟁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K사의 대표이사는 “회생절차는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과거를 정리하고 다시 뛸 기회를 얻는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 희망의 메시지: 좌절 대신 재기의 기회로


기업회생절차는 단순한 법률적 절차가 아니다. 이는 고용을 유지하고,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지속하며, 기업이 축적한 산업 지식과 기술을 사회 전체에 보존하는 중요한 경제적 안전망이다.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무적 실패가 영구적인 퇴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회생 가능한 기업에 대한 ‘재기 지원’이 필수적이다.


현재의 경제 환경은 중소기업에게 가혹할 수 있지만, 기업회생절차라는 공적 제도는 사업의 본질적 가치를 증명하는 기업에게는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한계기업이라는 꼬리표 대신, '구조조정을 통해 더욱 강해진 기업'으로 거듭나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금융권 역시 단순한 채무 변제를 넘어, 회생 기업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 및 경영 멘토링 등을 통해 이들의 재기를 적극적으로 도울 때, 한국 경제는 더욱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노현천 필진기자는 공익사단법인(법무부 제169호) 한국기업회생협회 부회장 겸 기업회생연구소장이다.


[출처: 브랜드뉴스]

>>> https://www.ibrand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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