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법은 조변 Mar 25. 2024

[법학논문작성법] 제3장을 읽고 느낀 점

(박사는 내 운명) 연구자의 윤리와 학위논문 심사에 대하여 배우다

제가 모교 대학원 법학과에 박사과정으로 입학하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박사학위를 받기 위한 과정을 기록하고자 이 매거진에 글을 남깁니다.  
(검은색은 책 저자의 견해이고, 초록색은 저의 견해로 구분합니다)


[박사는 내 운명] '법학논문작성법' 제3장을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합니다.  


이미지 출처: YES24


법학논문작성법(제3판)

홍영기 교수 지음, 박영사 출판


3-13. 연구자의 윤리


앞으로 연구윤리 기준이 더 강화될 수는 있어도, 완화될 것 같지는 않다. 

충분히 공부하여 이해를 갖춘 후, 자신이 생각해 낸 것을 자기 말로 쓰면 표절 위험이 있을 리 없다.

표절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공부가 되어 있지 않다면, 차라리 논문을 제출하지 말고 한두 학기 공부를 더 해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서 가져온 내용의 글이나 방법에는 그것을 사용했다는 표시를 하면 된다. 자신의 생각이 아닌 것에는 출처를 밝혀야 한다.

다른 사람의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면 출처를 밝힌다고 해도 표절이 된다.

출처를 밝히고 표현을 달리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문헌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옮겨오는 것은 잘못이다.

어떤 조건에서든 글은 솔직하게 써야 한다. 읽은 것만 읽었다고 쓰면 된다.


저는 이 챕터를 읽으면서, '욕심을 부리지 말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문적 성과에 대한 욕심을 내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분량"에 대한 욕심, "속도"에 대한 욕심, "있어 보이는 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욕심을 부리지 말자."라는 한 마디가 변호사에게는 더욱 어렵습니다. 변호사가 쓰는 소장, 고소장, 변호인 의견서, 자문의견서 등의 여러 서면에서는 다른 사람의 생각, 다른 사람의 글이 그대로 수록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법원 판례를 변호사가 자기가 이해한 대로 서면에 쓰는 것보다, 대법원 판례의 취지와 기재사항을 그대로 서면에 써내는 것이 더 확실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논리적인 견해를 역설하는 것보다 유사한 사례의 과거 판례를 소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는 자신이 쓰는 글에 자신의 생각을 과도하게 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괜히 오버해서 고객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보다는 과거의 선례로 설득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연구자의 입장은 변호사 실무와 상당히 다른 것 같습니다. 최대한 열심히 이해하고, 그 이해한 바를 토대로 자신만의 견해를 자신만의 글로 보여주는 것이 법학연구이기 때문에, 변호사의 습관을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써가는 속도가 처음에는 더딜지라도, 저의 견해를 저의 글로 쓸 수 있는 습관을 다져가는 기간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연구하는 삶을 살기로 마음을 먹은 만큼, 건강한 태도와 좋은 습관을 빨리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적어도 수십 편의 논문을 쓸 텐데, 지레 겁먹고 시작하는 시점을 늦출 이유가 없습니다. 시간과 여건이 허락할 때 바로 시작해도 됩니다. 박사과정 1학년 1학기에는 논문 투고를 금지하는 법 같은 것은 없습니다. 지금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변호사 중에서 그리고 공무원 중에서 직관적인 PPT를 그리는 실력은 상위 0.1%라 자부합니다. 청와대 업무보고 자료를 기획하고 레이아웃을 잡곤 했습니다. 매우 전문적인 지식을 알아보기 쉽게 그려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네, 맞습니다. 제 자랑입니다. 컨설팅펌에서 욕을 먹어가며 핀잔을 들어가며 힘들게 익혔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 PPT 능력이 있습니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PPT 1,000장은 족히 그린 것 같습니다. 힘든 시간을 견뎠습니다.


처음에는 매우 낯설고 힘들겠지만, 그 과정을 겪어내면서 "논문"을 위한 태도와 습관도 잘 갖춰보겠습니다.  



3-14. 글의 교정과 꾸미기


글의 교정상태, 형식, 모양을 완벽에 가깝도록 고치고 매만지고 난 후에야 제출가능한 논문이 된다. 

교정은 끝이 없는 노동이다. 다 되었다고 생각하더라도 다시 찬찬히 살펴보면 교정할 것이 또 나온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글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학위논문의 모양과 형식의 기본적인 요건은 각 대학원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을 것이므로 참고하면 된다.

아래한글 워드프로세서를 쓰는 경우에는 스타일(F6) 기능을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 논문 쓰기를 하는 첫 단계부터 알고 있어야 한다.


파워포인트를 효과적으로 쓰기 위하여 "빠른 실행", "메뉴리본" 기능을 별도로 설정하고, 엑셀 함수를 따로 배워야 하는 것처럼, 아래한글을 이용하여 논문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스타일" 기능을 반드시 익혀야 합니다.


변호사 서면에서 "오타"는 부끄러운 사항이지만 대부분 결론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연구자의 논문에서 "오타"는 그 논문의 신뢰성에 직결됩니다. "계속 읽어도 될 것인가?"라는 의문을 들게 합니다. '오타'에 다소 관대한 변호사의 습관도 이제는 버려야 할 때가 왔습니다.  



3-15. 학위논문 심사


박사학위논문심사는 세 번에 걸쳐 이루어진다.

다섯 명의 심사위원이 일정한 기간 동안 1차, 2차, 3차 심사로 나누어 진행한다.

1차 심사에서는 논문의 목표나 테마, 목차 등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질의를 하고, 2차와 3차 심사에서 논문의 구체적인 내용들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사 과정에서 지적 사항이 있으면 논문작성자는 이를 다 기록했다가 다음 심사 이전에 전부 반영하여 최대한 완벽한 형태가 되도록 수정해야만 한다.

3차 심사에서도 여전히 심사위원들의 권고가 이어지므로 논문이 제본되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로 이 기간, 1차 심사가 시작되는 때부터 논문출판 전까지 자기 일생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게 되어 있다.

                    

상당히 저를 답답하게 한 글이지만, 불만은 없습니다. 연구를 하고 박사학위논문을 쓰기로 결심을 한 이상 이를 위한 절차는 변수가 아닌 상수입니다. 다소 어렵고 혹독한 과정이라고 하더라도 견디면서 논문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 숙명일 것입니다.


돌아갈 다른 방법이 없다면, 맞서야 합니다. 오히려 박사과정 1학년 1학기일 때, 심사과정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다행입니다. 같이 일하는 회사에서 변호사인 과장님께서 주셨던 "박사학위논문" 책자를 버리지 않고 고이 모셔둔 것도 다행입니다. 선배 연구자들이 남겨준 자산과 성과를 감사히 참고하겠습니다.  


3-16. 학술지 논문의 경우


학위논문이 아닌 학술지 논문에 대한 별도의 유의사항은 많지 않다.

(테마) 학술지 논문의 경우, 학위논문보다 더 구체적이면서도 좁은 테마를 정하게 된다.

(간결한 논증) 학위논문에 비해서 목차의 개수를 훨씬 줄이고 간결한 흐름에 더 부합하게 써야 한다.

(학위논문의 이용) 박사학위논문을 이용하여 학술지 논문으로 만드는 것은 연구윤리에 반하지 않으나, 학술지 게재용 논문의 분량과 질에 맞도록 다시 고쳐서 써야 한다.

(학술지 선택) 유명한 전공학술지에 글을 한 번 게재하는 것이, 학회마다 사람들을 만나 인사하는 것보다 낫다. 가장 나은 것은 저명한 학회에서 학술발표를 하는 것이다.


박사학위논문이 200페이지 내외의 책 한 권을 쓰는 과정이라면, 학술지 논문은 30페이지 내외의 글을 한 편 쓰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학술지 논문의 경험을 쌓으면서, 박사학위논문을 제출할 체력을 길러 둘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입학한지 얼마 안 되었으니, 논문을 쓰는 것은 나중에 하자'고 스스로 게으른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목요일 저녁 석사과정 지도교수님을 뵙고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어차피 쓸 논문, 1학년 1학기부터 쓰기 시작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KCI등재지, 등재후보지 학술지파악하고, 제가 감히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은 학술지 목록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과감히 시작하고, 과감히 투고하고, 과감히 심사받겠습니다. 어차피 쓸 논문, 걱정만 하면서 미루지 않겠습니다.


저 스스로에게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제가 쓴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좋은 노래 모음글 [조변명곡]을 소개합니다.

조변살림 + 조변육아에 관한 글도 소개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법학논문작성법] 제2장을 읽고 느낀 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