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는 내 운명) 학위논문 작성 단계에서 유의할 점을 배우다.
제가 모교 대학원 법학과에 박사과정으로 입학하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박사학위를 받기 위한 과정을 기록하고자 이 매거진에 글을 남깁니다.
(검은색은 책 저자의 견해이고, 초록색은 저의 견해로 구분합니다)
논문마다 다루는 대상이 다르고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목차가 비슷할 수 없다.
목차가 본문글보다 반드시 먼저 확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사자로서 참여했던 논문심사절차에서 목차 흐름의 문제점이 언급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종의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목차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개관을 적어서, 논문의 진행을 예견해 보는 것이다. 성기게 만들어진 목차 아래 소목차를 한번 적어보고, 그 이하에 대충 어떤 내용들이 들어가게 될지를 한번 써본다.
설명과 논증, 이론과 실제, 주장과 비판 등이 적절히 반복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즉 서로 다른 분위기의 글들이 교차되도록 하는 것인데, 비슷한 내용끼리 몰려 있어 자칫 지루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독자가 흐름을 따라오는 데 도움이 된다.
목차를 나누거나 잇거나 순서를 바꾸거나 목차 자체를 다시 쓰는 등의 작업은 논문을 출판하기 전까지 계속된다.
처음에 덜 가다듬어진 내용으로 썼던 것을 계속 반복해서 읽고 쓰면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면 실수를 줄이고 논문 쓰는 재미를 더 찾을 수가 있다.
논문을 전체적으로 계속 반복하여 읽게 되기 때문에 흐름을 자연스럽게 조정해갈 수도 있다.
특수한 언어사용처에서 빠져나와 평범한 독자의 입장이 되었다고 일부러라도 상상하고 글을 확인해보아야 한다.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 '내용'이어야지 '문장'이어서는 안 된다. 내용은 전문적이되, 논문글은 아주 쉬어야 한다.
전문용어는 정확한 개념으로 써야 한다. 평생 연구자를 따라다닐 학위논문에서는 더 주의해야 한다.
판례의 입장을 인용하는 경우, 논문글은 판사의 말이 아니라 연구자의 말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부에서 어느 정도 전공지식을 갖춘 고학년부터 일반대학원에 있는 주변 동료들이 읽을 것으로 생각하고 써야 한다. 특히 학위논문은 출판되어 일반 서점에서 팔아도 되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어야 한다.
심사 경험에 따르면, 당장 빼야 하는 문단의 대부분은 '심혈을 기울여 쓴 부분'이 아니었다. 논문 분량을 늘리기 위해서 반복한 문단들이었다.
자기가 공부한 것을 모두 보여주어야 한다는 마음을 잠깐 뒤로 하고, 읽는 사람들이 어떤 내용에 관심 있을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석사학위논문은 대충 100페이지라고 했지만 6,70페이지만 쓰더라도 이것저것 베껴서 두께만 늘리는 것보다 좋다. 박사학위논문은 200페이지 정도가 넘으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논문의 분량이 부족할 때에는 글쓴이 자신의 생각이 관련된 곳을 더 치밀하게 논증할 수 있는지 먼저 검토해봐야 한다. '질문 → 대답 → 문헌 분석'을 반복하다 보면 분량도 늘어나고 논문의 질도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학위논문의 분량이 부족한 이유는 '과연 그런가, 왜 그런가'의 질문을 반복하여 묻고 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기 견해에 대해서 되물어보았지만, 그것과 관련된 문헌을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때에는 더 이상 시간을 들이지 말고, 연구자 자신이 묻고 스스로 답하는 과정을 그대로 서술해 내도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이 챕터를 읽으면서 '학위논문'은 연구의 "결과를 멋지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난했던 연구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자는 학위과정을 하는 연구자에게 끊임없이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습니다. 200페이지 내외의 분량을 획기적이고 인상적인 새로운 이론으로 가득 채울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 고민하고 연구했던 과정을 찬찬히 보여주는 것이 학위논문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그 학위논문을 읽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그 학위논문을 읽는 사람에게는 난해하지 않고 이해하기 쉬운 글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른 저자를 인용할 때에도 그 저자의 생각을 옮겨야지, 그 사람의 글을 옮겨다 놓아서는 안 된다. 반드시 자신의 문장으로 바꾸어 써야 한다.
다른 문헌을 읽고서 머리로 이해한 이후에 그 문헌에서 눈을 떼고 자기가 이해한 내용을 본문으로 옮겨서 쓰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가 쓴 모든 문장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전통적인 법학분야의 학술논문에 도표가 거의 없는 이유는, 자료를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이 논문의 덕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표로 만들고 싶은 자료라고 하더라도, 친절하게 보여주고자 하는 의욕을 뒤로하고 중요한 것만 글로 풀어서 서술하는 것이 훨씬 낫다.
교과서로 내용을 확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부분을 더 자세히 다루고 있는 논문은 없는지 반드시 찾아보아서, 교과서가 아닌 논문 내용으로부터 인용해야 한다.
박사학위논문을 쓸 때는 다른 사람의 석사학위논문을 인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다른 사람이 쓴 박사학위논문은 반드시 참고, 인용해야 하는 문헌이다.
논문작성자가 연구한 테마에 대해 자기만큼 오랜 시간 많은 자료를 찾아 읽고 고민해 온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된다.
지도교수나 논문심사위원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정하는 노력은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까지 교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글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생각을 자기 언어로 이해가능하게 일관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답을 찾아가는 긴 고민의 과정, 의심과 확신이 교차되어 진행되어 온 경로를 그대로 옮겨놓는 것은 가장 훌륭한 글쓰기가 될 것이다.
이미 확신에 물든 시각으로 다른 문헌을 읽게 되면 그 저자들의 의도를 왜곡하기 쉽다.
교수의 가르침 안에 자족하지 마라. 선배들에게 반발하라. 읽고 있는 책 내용에 대해서 회의하라.
왜 그러한 견해를 취할 수밖에 없는지 세심하게 논증하고, 최대한 자세히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주듯 설명하는 글이 되어야 한다. 바로 그 부분이 '논문의 핵심'을 이룬다.
박사학위 논문의 경우, 기존 이론들과 차이를 보이는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을 반드시 담아내야 하고, 그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확률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법학논문, 특히 실정법의 해석과 적용을 다루는 글의 결론은 분명하고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자신 있는 논증이란, 자기가 주장하는 내용을 자기가 생각해 낸 언어로 풀어서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 부족한 이해일지언정 자기 말로 자신 있게 쓰는 것이, 굳어진 개념을 내세우고 그 뒤로 숨어버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
테마를 결정할 때와 마찬가지로 논문글을 쓸 때에도 연구한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독자는 빠짐없는 서술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된 테마에 대한 치밀한 논증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없으면 안 쓰는 것이 낫다.
자신 있게 논증해야 한다는 말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쉽게 재단하라는 뜻이 아니다. 저자의 생각을 고스란히 따라 읽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학문활동의 가장 무서운 적은 의심이 아니라 신념이다.
새로운 생각에 대한 기대를 갖고 그 테마에 더욱 몰두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면밀히 분석하고 심사숙고를 반복한다면 언젠가는 그 사이에 작게나마 '틈'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 반론이 필요 없는 것처럼 논문을 써놓았다면 그것은 자기 논증이 완벽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학문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비친다.
자신의 견해가 기존 이론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등장한 것이라면, 자기 견해를 충분히 서술한 이후에 반대로 그것이 과거 의견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여 이를 함께 서술하는 것이 유용하다.
서론에서는 문제제기, 연구의 필요성, 연구범위를 다루고 때로는 연구방법도 언급하기도 한다.
결론은 요약으로서의 본질에 벗어나지 않기 위하여 여덟 페이지 정도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논문의 가장 앞뒤의 부분은 저자의 문학적인 역량을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흠이 되지 않는다. 약간의 감정적인 표현이나 은유적인 표현도 괜찮다.
각주의 역할: 1) 본문이 어느 문헌에 나온 내용인지를 밝히기 위한 것(필수), 2) 자기의 견해와 같거나 다른 입장의 문헌을 소개하기 위한 것, 3) 본문에 넣기에 분위기가 덜 어울리는 문장의 추가, 보완, 참고, 4) 관련 내용에 대해 궁금해 할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서 참고 자료들을 소개하는 것
인용된 문헌의 역할이 분명해야 한다. 있으나 마나 한, 또는 왜 붙어 있는지 모를 자료가 소개되어 있으면 싱거운 논문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각주의 개수는 논문의 질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각주를 길게 쓰는 것은 겸손한 것도 아니고, 자부심이 있는 것도 아니며, 아무튼 '애매한 것'이다.
각주에 문헌의 제목만 쓰고 내용이 나오는 페이지를 분명히 쓰지 않는 방법은 좋지 않다.
일부 학술지 논문을 제외하면 학술논문에 참고문헌의 목록은 필수요소이다. 이것을 만드는 이유는 자료의 정확한 출처를 밝힘으로써, 논문작성이 정직하게 이루어졌음을 보이고, 해당 자료를 찾아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책의 경우) 저자, 책의 제목, 판수, 출판사, 출판지, 출판연도
(논문의 경우) 저자, 논문제목, 논문출처(학술지이름), 학술지 권(호), 발행기관, 연도, 해당 논문이 나오는 페이지
위 예시 중에서 저자와 문헌제목만 고정된 것이고, 다른 요소들은 순서가 조금씩 바뀌거나 생략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해당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함은 물론이다.
목록에 자료를 나열할 때 저자 이름은 '가나다'순으로 한다. 외국 이름의 경우 성(last name)을 기준으로 정렬한다.
논문 전체분량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평균적으로 보아 여덟 페이지 이하가 적절하고 훨씬 짧아도 괜찮다.
제목차례는 기술적으로 간단히 만들 수 있다. 아래한글의 경우에는 도구 - 차례/찾아보기 - 차례 만들기를 클릭하여, '제목차례'와 '스타일로 모으기'를 체크하면 제목차례에 들어갈 제목의 스타일의 수준을 정할 수 있다. '스타일(F6)' 기능을 숙지해 두어야 한다.
(초록) 박사학위논문에는 외국어초록이 들어가는 것이 원칙이다.
(서문) 박사학위논문에서 인사말을 쓰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맨 앞의 한 면에 짧게 한마디를 남길 수도 있다.
(기타) 간략하게 줄여서 쓴 표시들이 있는 한, 약어목록을 만들어두어야 한다. 판례를 많이 인용한 경우에는 판례목록을 쓰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