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let] '징계' 전시실을 떠나며

한 걸음 멈춰 서서, 징계제도를 사색하다

by 로스파파

빈센트 반 고흐, 「닥터 가셰의 초상(Portrait of Doctor Gachet)」(1890) [출처: 오르세 미술관]

​우리는 이제 일터의 가장 서늘하고 무거운 전시실이었던 '징계'의 문을 닫고 나서는 출구에 섰습니다. 이 여정의 마지막 순간, 저는 고흐가 그린 닥터 가셰의 초상에 담긴 고독하고 사색적인 시선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손에 들린 디기탈리스(Digitalis) 꽃처럼, 징계 제도는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집니다. 기업의 질서를 세우는 약이 될 수도 있지만, 근로자의 생계를 파괴하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닥터 가셰가 고독하게 삶을 관조하듯, 징계 제도의 미래는 단순한 처벌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향으로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노동법 도슨트' 로스파파(LawsPapa)입니다.

​징계 전시실을 떠나는 지금, 우리는 '더 공정하고 인간적인 일터의 내일'을 만들기 위해 징계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 즉 이 제도의 비전에 대해 질문을 던 필요가 있습니다.


징계, ​그 규율의 딜레마

​현재의 징계 제도는 '현장'과 '법적 논리' 사이에서 풀기 어려운 딜레마에 직면해 있습니다.

°징계 양정의 공정성을 확보할 적극적 기준 부재

​동일한 비위 사실에도 불구하고 사업장, 부서, 심지어 징계위원회 구성에 따라 징계 수위가 천차만별인 '양정의 비정형성'은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키웁니다.

현재 징계제도의 '비례의 원칙'은 징계가 과도해서는 안 된다는 소극적 기준일 뿐, 무엇이 적정하다는 적극적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근로자는 징계를 규율이 아닌 처벌로 받아들이게 되며,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됩니다.


​징계, '회복적 정의'로 나아가기 위한 제언

​닥터 가셰가 병든 환자를 치유하고자 했듯, 징계 제도 역시 조직과 사람을 병들게 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회복적 관점(Restorative Justice)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징계가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재건하는 시작점이 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합니다.

°회복적 관리제도 도입 및 징벌적 조치의 최소화

​해고나 정직 같은 징벌적 조치와 더불어, 해당 근로자가 재교육, 심리 상담, 혹은 직무 전환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조직과 관계를 회복하는 '회복적 관리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야 합니다. 규율 위반을 개인의 문제로 끝내지 않고, 조직 문화 개선의 기회로 삼아 미래 지향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사색의 문을 열고, 존엄의 일터로

​우리는 징계 전시실을 떠나지만, 닥터 가셰처럼 징계 제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딜레마를 사색하고 질문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징계라는 이름으로 근로자의 존엄이 훼손되지 않도록, 그 제도를 제대로 알고 일하도록 합시다.

​다음 연재에서는, 직장인의 쉼표 '연차유급휴가'라는 새로운 전시실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긴 여정 감사드립니다.



노동법 도슨트 (공인노무사, 노동법학 석사)

​이 글은 노동법 일반의 내용과 그에 대한 개인적 사유를 담은 것입니다. 특정한 사안에 대한 법률적 조언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개별적, 구체적 상황에 대한 법률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전문가와 별도로 상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