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도슨트의 일터 산책] 직장 내 괴롭힘(1)

불완전한 붓으로 그린 그림

by 로스파파

빈센트 반 고흐, 「해바라기」 (1888) [출처: Google Arts & Culture]

눈부시게 타오르는 듯한 노란색 해바라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반 고흐는 이 작품에 동생 테오와 함께 만들고 싶었던 '화가 공동체'의 희망을 담았습니다.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듯,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밝고 따뜻한 공간을 꿈꾼 것입니다.



'일터' 미술관에 걸린 첫 번째 그림


안녕하세요, '노동법 도슨트' 로스파파(LawsPapa)입니다.


저는 어린 아가를 둔 아빠가 된 후, 제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제 아이가 노동이라는 캔버스에 해바라기처럼 밝고 건강한 그림을 그리기를 바라는 마음. 그 간절함이 저를 다시 펜을 들게 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이야기할 주제는 일터의 어두운 풍경인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마치 눈부신 해바라기 그림 뒤에 화가의 고독이 숨겨져 있듯, 우리의 일터도 겉보기에는 화사하지만 그늘이 존재합니다.


그림에 제목이 없던 시절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는 '직장 내 괴롭힘'을 그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왔습니다. 불합리한 업무 지시나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도 '네가 예민한 탓이다', '원래 회사 생활이 다 그렇다'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여야 했습니다.


​그 고통의 풍경은 캔버스에 담겨있었지만, 누구도 그 그림에 제목을 붙여주지 않았습니다. 마치 해바라기가 시드는 것을 그저 개인의 나약함으로 돌렸듯, 그 고통의 풍경은 우리 모두가 외면했던 어둠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림 속 일부 해바라기가 고개를 숙이고, 힘없이 시들어가는 것은 결코 혼자만의 아픔이 아닙니다.


새로운 붓, 그러나 불완전한 스케치


마침내 2019년, 우리는 법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붓'을 받았습니다. 그토록 이름 없던 고통의 풍경에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제목을 붙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새로운 붓은 일터의 어둠을 걷어내고 빛을 향해 나아가려는 모두의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붓은 아직 모든 것을 완벽하게 담아내지 못하는, 불완전한 붓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작품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주요 스케치 선을 명시했지만, 그 경계가 모호하고 때로는 그 자체로 또 다른 논란의 그림자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 불완전한 붓으로 그려진 그림은 종종 피해자의 고통을 모두 담아내지 못합니다. 법이 만든 기준은 현실의 복잡한 감정과 상황을 온전히 포착하지 못하며, 때로는 희망을 담으려던 붓질이 오히려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완성하는 세 가지 모호한 선


첫 번째 선인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는 법이 '누가 갑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그 답은 현실에서는 모호하기만 합니다. 이는 단순히 직급이 높은 상사만이 아니라, 입사 연차가 높다는 이유로 신입을 통제하거나, 사내 인맥이 넓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료까지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법은 이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숨겨진 권력'의 존재를 명확히 정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두 번째 선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입니다. '정당한 업무 지시'와 '괴롭힘' 사이의 모호한 경계는 아직도 많은 논쟁을 낳고 있습니다. 무리한 업무를 떠맡기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에서 배제하는 행위, 혹은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까지 모두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은 이러한 행위가 '사회 통념상 적정 범위를 넘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한계에 부딪히며, 그 판단은 결국 법원의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선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입니다. 이 그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증명은 오롯이 피해자의 몫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고통'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정신과 치료 기록이나 진단서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고통을 당한 후에도, 스스로 그 고통의 증거를 만들어야 하는 현실적인 부담을 안겨주며, 이로 인해 많은 피해자들이 신고를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세 가지 선이 동시에 그려질 때, 비로소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작품이 완성되지만, 이 불완전한 붓으로 그려진 그림은 종종 피해자의 고통을 모두 담아내지 못합니다.


붓은 누구의 손에 있을까요?


​이번 연재의 첫 번째 해설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불완전한 붓을 그리는 주체가 누구인지, 그로 인해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당신의 캔버스 속 해바라기는 지금 어떤 빛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나요?



노동법 도슨트 (공인노무사, 노동법학 석사)

이 글은 노동법 일반의 내용과 그에 대한 개인적 사유를 담은 것입니다. 특정한 사안에 대한 법률적 조언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개별적, 구체적 상황에 대한 법률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전문가와 별도로 상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