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let] '직장 내 괴롭힘' 전시실을 떠나며

폭풍을 잠재우는 붓

by 로스파파

​빈센트 반 고흐, 「밀밭과 사이프러스 나무」 (1889) [출처: Google Arts & Culture]


황금빛 밀밭은 활기 넘치는 우리의 일터를, 그 위를 휘몰아치는 바람은 예측 불가능한 직장 내의 갈등을 닮았습니다. 그리고 그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거대한 사이프러스 나무는 바로 우리입니다. 이 작품은 평화로운 풍경 속에 숨겨진 혼돈과 위태로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듯합니다.
​법 역시 그렇습니다. 우리의 일터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법의 기운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안녕하세요, '노동법 도슨트'

로스파파(Laws Papa)입니다.


우리는 잠시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전시실에 머물렀습니다. 이제 이 전시실을 떠나며, 저는 법이 가진 아름다움과 현실에 대해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려 합니다.


법이 가진 고요한 아름다움


​법의 아름다움은 그 화려한 결과물이 아니라, 세상의 혼돈을 막아내는 고요한 힘에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는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이 법은 모든 근로자가 부당한 억압 없이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일할 수 있도록, 우리 일터라는 캔버스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그어줍니다. 이 보이지 않는 선이 바로 법의 아름다움입니다. 이 선이 있기에, 우리는 폭풍이 몰아치는 일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이 마주하는 현실


​하지만 모든 예술작품에 그림자가 있듯, 법의 아름다움 또한 현실이라는 거대한 폭풍 앞에서 완벽하지만은 않습니다.


°첫 번째 폭풍: 모호한 기준의 바람
​우리 법은 주로 '사회 통념'에 따라 괴롭힘을 판단합니다. 이는 마치 밀밭의 바람에 명확한 경계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 바람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고, 어디까지 불어닥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결국 모호한 경계 때문에 어떤 고통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어떤 가해자는 책임을 회피하려 합니다.


°두 번째 폭풍: 왜곡된 붓질의 그림자

​법은 피해자를 위한 방패이지만, 때로는 그 방패가 누군가를 향한 칼이 되기도 합니다. 소수의 사례지만, 법의 보호를 악용하여 정당한 인사 조치나 업무 지시 등을 괴롭힘으로 주장하는 '왜곡된 붓질'이 존재합니다. 이는 오히려 법을 믿고 의지했던 사람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슬픈 현실입니다.


​폭풍을 잠재우는 우리의 붓질


​​저는 법이 이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더욱 굳건한 방패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법은 앞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더 구체적인 기준과 강력한 징벌을 통해 '폭풍의 진로'를 명확히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피해자를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가해자, 피해자를 외면하는 사업주에게는 더 강력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제재 수단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진정한 피해자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섬세하게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이로써 법은 그저 흔들리는 밀밭을 지켜보는 감시자가 아닌, 폭풍을 막아내는 굳건한 방패가 될 것입니다.


​이곳에서 당신이 본 것은 단순히 몇 점의 그림이 아니라, 고통을 넘어 당신의 삶을 완성해 나갈 용기입니다. 일터의 폭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사이프러스 나무처럼, 신만의 용기 있는 붓질을 남기시길 바랍니다.



노동법 도슨트 (공인노무사, 노동법학 석사)

​이 글은 노동법 일반의 내용과 그에 대한 개인적 사유를 담은 것입니다. 특정한 사안에 대한 법률적 조언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개별적, 구체적 상황에 대한 법률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전문가와 별도로 상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