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이 비좁아 쌓여있는 책을 정리하면서 문득 내가 책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 나만의 기준이나 원칙이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독서법에 대한 책이 꾸준히 나오는 걸 보면 다른 사람의 책 읽는 방법이 궁금한 이들이 많다는 거겠죠. 저 역시 그렇고요. 방법을 고민했던 시기를 지나온 듯하여 제가 책을 읽는 방법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그저 책을 이렇게 읽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가볍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
책을 사서 읽어야 할지, 빌려서 읽어야 할지는 제가 했던 고민 중 하나입니다. 남들은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독서법에 대한 책을 읽어보기도 했죠. 그런데 정답은 없더라고요. 결국은 자신이 선택해야 하는 문제더군요.
저는 한 달에 1~2번 정도 책을 구입하는데요. 평소에 읽고 싶거나 관심 가는 주제의 책은 인터넷 서점의 보관함에 넣어두고, 주제별로 한꺼번에 주문합니다. 물론 너무 읽고 싶고 필요한 책은 바로 주문하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책장에는 읽지 않은 책, 즉 읽어야 할 책들로 가득합니다.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가 책은 사서 읽는 게 아니라, 사 둔 책 중에서 골라 읽는 거라고도 했잖아요. 위안이 되더군요.
책값이 부담되기도 하고, 기껏 구입을 했는데 막상 책 내용은 탐탁지 않을 때는 실망도 하지만, 그래도 보석 같은 책을 발견하면 뿌듯하기도 합니다. 빌려서 읽는 것보다는 책을 사서 철저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나 자신에 대한 투자라는 생각에서 가급적 사서 읽으려고 합니다. 그래도 도서관, 특히 전자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기도 하는데요. 빌려서 읽은 책 중에서 소장해서 계속 보고 싶은 책은 구입하기도 하고, 반대로 구입한 책 중에서도 한 번 보고 말 책은 중고서점에 판매하거나 책 나눔을 합니다.
그럼 계속 볼 책과 한 번 보고 말 책은 어떻게 구분하느냐?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표지와 목차를 보고, 한 챕터 정도를 읽으면 대충 파악이 됩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책은 더 이상 읽지 않습니다. 그 책이 나쁜 책이라기보다는 단지 제게 맞지 않는 책이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덮어 버립니다. 다른 책 읽기도 바쁘니까요.
책을 많이 읽기 위해서는 책 읽는 시간을 만들어내서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동할 때는 책을 읽기 위해서 지하철을 주로 이용합니다. 버스나 택시처럼 흔들리는 차 안에서 책을 읽기는 버겁더라고요. 책을 많이 읽는 지인은 운전하면서 오디오북을 애용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나중에 운전을 하게 되면 시도해봐야겠어요!
언제 어느 순간 책을 읽을 기회가 생길지 모르니 가방에 책 한 권은 꼭 넣고 다니는데요. 전자책 덕분에 여러 권의 책을 담아도 가방이 가벼워지는 건 정말 신세계입니다.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독서, 즉 공부하기 위해서 책을 읽을 때는 책상에 앉아서 삼색 펜과 형광펜을 들고 읽습니다. 저는 책상에 앉아야 공부가 되거든요. 집중도 더 잘 되고요.
예전에는 잠들기 전에 책 읽는 걸 참 좋아했어요. 잡생각도 안 나고 잠이 잘 오기도 했고요. 요즘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 권의 책만 보지 않고, 때와 장소에 따라서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보는데요. 이동시간이나 잠들기 전에는 에세이나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죠. 공부를 위한 책은 책상에 두고 시간을 내서 읽고요.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읽고, 책의 분야에 따라 읽는 방법을 달리하다 보니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보게 됐어요. 읽고 싶은 책이 많아, 많이 읽고 싶은 욕심이 만들어 낸 습관 같습니다.
저는 책 띠지부터 앞표지, 뒤표지, 목차까지 다 읽고, 본격적으로 본문에 해당하는 내용을 읽습니다. 모든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목차를 가장 꼼꼼하게 봅니다. 목차를 보면서 책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먼저 읽어보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기서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을 합니다.
자기 계발서 중에서도 저자의 경험을 위주로 쓴 책은 동기부여의 측면으로 접근해서 빠르게 읽기도 하고, 정보성 글이 많은 책은 공부하듯이 꼼꼼하게 정독하기도 하고요. 발췌독은 성격상 힘들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는 하지만, 강약을 조절해서 읽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주제나 내용, 부연 설명 같은 경우에는 훑어보는 정도로만 보고 대충 넘깁니다. 즉, 책의 내용에 따라 속도를 달리해서 읽는 거죠.
전문분야나 깊이 있게 알고 싶은 분야의 책은 주교재를 정해서 다른 책들의 내용을 단권화하기도 합니다. 단권화는 대표적인 책(주교재) 한 권을 정해서, 다른 책의 내용을 보충하여 자신만의 책을 만드는 것을 말하는데요. 수험생들이 하는 방법이죠. 단권화를 하면 잘 정리된 주교재만 보면 되는 편리함이 있습니다.
어떤 분야를 알고 싶을 때 큰 흐름을 잡고 체계적으로 살펴보기에는 책만 한 것이 없습니다. 인터넷은 워낙 정보가 다양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취사선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죠. 그래서 저는 공신력 있는 저자가 쓴 책을 먼저 읽고, 나중에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얻습니다. 최신 정보는 인터넷만 한 것이 없으니까요. 이때 책은 정보의 길잡이가 되어 줍니다.
예전에는 책을 정말 깨끗하게 봤습니다. 행여 손때라도 묻을까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기기도 했었죠. 책을 읽다가 맘에 드는 구절이라도 있으면 포스트잇을 붙여놨다가 독서노트에 필사를 했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어요. 시간이 많이 드는데 반해 효율적이지도 않고요. 독서의 흐름을 깬다는 이유로 책을 깨끗하게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제 경우엔 밑줄 치고 메모하면서 책을 읽을 때 이해도 잘 되고 더 잘 읽혔습니다. 그때부터 방법을 바꿨습니다. 책을 지저분하게(?) 보기로요.
책에 직접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기도 하지만, 독서노트를 작성하기도 합니다. 특히 빌려보거나 한번 읽은 것으로 만족하는 책은 간단하게라도 독서노트를 작성하는데요. 맘에 드는 구절을 필사하거나 요약, 정리하고 생각을 적어놓는 정도로만 작성합니다. 관련 있는 분야나 주제의 독서노트만 몰아서 보는 것도 좋습니다. 예전의 감상을 적어놓은 독서노트를 보면 과거의 일기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독서노트를 작성하면 책을 온전히 내 것으로 소화하기에 좋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육아를 병행하면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함을 느끼는 요즘, 독서노트를 소홀히 하고 있네요. 대신 책에 직접 노트를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책을 다 읽으면 제목, 저자, 출판사, 독서 기간, 분야를 적은 독서 목록을 작성합니다. 목록을 작성하는 이유는 무슨 책을 얼마나 읽었나 한 번에 확인하고 싶기도 하고, 목록을 보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독서를 하기 위함이죠.
또한 추천도서 목록도 작성하는데요. 제목과 저자, 추천인 정도만 적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서점(인터넷서점 포함)을 방문하는데요. 이때 눈에 띄는 책, 신문을 읽다 접하는 책, 책을 읽다가 저자가 추천하는 책, 책에서 인용된 책, 관심분야를 잘 아는 지인에게 추천을 부탁한 책 등을 적어놓습니다. 때로는 인터넷 서점의 보관함을 활용하기도 하고요.
《인생의 차이를 만드는 독서법, 본깨적》에서 박상배 작가는 "One Book, One Message, One Action" 이라고 하면서 "아무리 좋은 내용이 많아도 한 책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선정해 그것만 실행하는 것이다."라고 했는데요.
책을 읽고 나서 하나라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게 제일 중요한데 말이죠. 한때 다독을 위해 의욕이 앞섰을 때는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서 적용의 시간을 갖지 않은 적이 많았는데요. 남는 것도 없고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권수만 채우는 독서였어요. 그래서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적용해보는 시간을 꼭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예전에 바스락(바인더 쓰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을 하면서 제일 좋아했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독서모임이었는데요.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을 알게 되고, 나와는 다른 관점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사소한 대화마저도 참 좋았습니다.
현재 독서모임을 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제가 주도적으로 독서모임을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읽은 책의 권수를 늘리는데 급급하기만 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책 읽기를 잘하고 싶어 독서법에 대한 책도 많이 읽었는데요. 제가 내린 결론은, 그냥 각자의 방식으로, 편하게, 즐기면서 읽는 게 최고의 독서법 같습니다.
책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고, 때로는 책이 건네는 위로를 받을 때도 있고, 책은 무료함을 달래주기도 합니다. 책은 성장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저한테 책은 '취미'입니다. 누군가는 독서가 취미가 될 수 없다고 했지만, 취미가 뭐냐고 묻는 이들에게 저는 주저하지 않고 독서라고 합니다. 책을 읽어야만 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좋아해서 읽습니다. 책 읽기가 지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즐기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늘도 저는 시간을 만들어내서 열심히 책을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