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쓰는 게 두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기로 했다.

by 문혜정 변호사

브런치에 글을 쓴지는 이제 두 달, 블로그에 글을 쓴지는 3년 정도 됐는데요.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걸림돌이었던 건 '두려움'이었습니다. 나를 드러내야 한다는 두려움, 혹시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두려움, 욕먹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두려움의 장벽에 막혀 한동안 망설였죠.


주변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거예요. 썼다 지웠다, 다시 읽고 고치기를 반복하다 겨우 '발행'을 누르면 두려운 마음이 조금 진정됩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아니까요.


여전히 글을 쓰고 발행을 누르기 전에는 두려운 마음을 이겨내는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난 왜 이토록 글을 쓰는 게 두려웠던 걸까. 이 글 역시 발행의 순간에 고민하겠죠. 지금 쓰는 이 글이 나의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 전부를 보여주는 게 아니다.


법률 관련 글을 쓰다 일상 글을 조금씩 쓰기 시작하면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두려움이 이거였어요. 나를 드러내는 것. 20대에 싸이월드를 했었는데도 말이죠.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누군가에게 나의 일상, 생각을 말한다는 게 부끄럽고 오글거리더라고요.


박창선 작가의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에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내용이긴 하지만, 글을 쓰고는 싶은데 나를 드러내기 두려웠던 제게는 안심이 되는 말이었어요.



내가 제품에 담아내는 것은 내 전부가 아닙니다.
사람은 본래 여러 가지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글을 통해 드러내는 내 모습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이 모습이 내 전부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이게 나라고 단정 지으면 어쩌지라는 마음을 덜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를 망설이는 제게 지인이 그러더군요. 사람들은 타인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한 편의 글일 뿐인 거죠.



완벽하려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법률 관련 정보를 다루는 글을 쓰다 보면, 혹시 내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닐까 걱정되기도 해요. 변호사라고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니까요. 물론 일을 할 때에도, 전문적인 글을 쓸 때에도 검증에 검증을 거듭합니다. 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찾고, 실무지식이 바탕이 된 글을 쓰려고 노력하죠. 이런 두려움은 어쩌면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 해요. 글을 쓰면서 공부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되니까요.


블로그에 정보성 글을 쓰면, 비밀 댓글로 질문이 달리기도 하고, 도움을 받았다는 감사의 인사를 받기도 하는데요. 그게 엄청난 힘이 됩니다. 내가 가진 지식을 공유했을 뿐인데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니까요. 완벽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만 챙기기로 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비난 댓글이 달리거나 내 글을 불편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합니다. 글을 쓰기도 전에요. 적당한 자기 검열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자기 검열은 우리를 멈추게 합니다. 나아가지 못하게 하죠. 가만히 있으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게 아니라, 뒤쳐진다는 것.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듯. 욕먹기 싫어서 글을 쓰지 못한다는 건 안될 말이죠. 살면서 욕을 안 먹고살 수는 없지 않을까요. 내가 뭘 해도 싫어할 사람은 있고, 좋아할 사람도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도,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도 없습니다. 또 그럴 필요도 없고요.


글만 보고 나를 평가하고, 내 생각을 폄하한다면 그들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위한 조언은 겸허히 받아들여야겠지만요. 블로그나 브런치에는 '싫어요' 기능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기로 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글을 쓰고 살아갑니다. 하다못해 카카오톡 메시지에라도 글을 쓰니까요. 블로그나 브런치를 하는 이들도 점점 늘고 있죠. 자신의 일상을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는 시대. 거창한 목표가 있는 게 아니더라도 우리는 각자의 이유를 갖고 글을 씁니다.


혼자 일기장에 일상을 끄적이거나 서면만 썼던 제가 이렇게 매주 한 두 편의 글을 쓰는 걸 보면 저로서도 신기합니다. 내가 정성 들여 쓴 글을 누군가 읽어주고, 공감해주면 기쁘더라고요.


제게 글쓰기는 내가 나로 존재하게 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쓰는 글도 그 첫 번째 누군가는 저입니다. 내가 내 글의 독자가 되기로 합니다. 두려움을 이겨내며 계속 글을 쓰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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