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이 자리 잡고 있나요

by 안갑철 변호사

앞선 주제와의 연장선상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가치가 여럿 있겠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최우선의 가치를 뽑자면 ‘감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도 한때는 환경을 탓하며 불평만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사법시험을 네 차례나 연속으로 떨어지면 없던 불만도 생길만합니다. 그것도 1차만 네 차례 연속으로 떨어졌습니다.


인생 마지막 사법시험 도전이라고 여긴 다섯 번째 시험을 준비하면서, 저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제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신림동의 아주 작은 원룸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취사도 되지 않고 작은 크기에 작은 화장실만 달랑 하나 달려 있었지만, 저는 그런 상황에도 감사했습니다.


사법시험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습니다. 당시 수험생이 약 20,000명에 달할 때인데, 저는 아무나 사법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중에 한 사람이 저라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모의고사를 보더라도, 저는 늘 순위권 밖이었습니다. 그래도 감사했습니다. 저는 모의고사를 보면서 제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확실히 구별할 수 있다는 기회가 된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친구들이 응원을 와줬는데요, 물론 친구들도 학생이거나 이제 막 취업해서 비싼 것을 얻어먹지는 못했지만 값싼 고기를 먹는 것도 감사했습니다. 친구들이 오지 않을 때면, 삼천원짜리 컵닭 하나와 맥주 한 캔으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감사했습니다.


그러한 마음을 가져서 그랬을까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도 하지요, 저는 사법시험 1차 장소를 제가 원하는 곳(신림동에서 가까운 서초고등학교)으로 배정받았고, 실제 시험을 본 좌석은 창가 쪽이었으며, 제 앞자리는 비흡연자(흡연하지 않아서 흡연자가 옆에 있으면 매우 힘들어합니다), 제 뒷자리는 결시였습니다. 저는 시험 당일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고, 결과 역시 좋았습니다.


저는 1차 시험에 합격한 해에 합격하겠다(동차합격)는 의지가 없어서 이듬해 재시 합격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도 늘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감사하게 보냈습니다. 시험일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그 어려운 시험에 도전하는 것에 스스로 박수를 보냈고, 대견했습니다.


하루하루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2차 시험을 준비하는 모의고사 역시 성적은 합격권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매일 실전처럼 연습해보는 것이 기분 좋았습니다. 2차 시험 장소가 비록 제가 원했던 학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족했습니다. 의자와 책상이 일체형이라서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지만, 무사히 후회 없이 시험을 치렀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사법시험 2차에 합격할 수 있었고(사법시험은 2차 합격이 거의 최종 합격과 다름없습니다), 최종 합격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 최대의 도전과 위기를 업적으로 바꿀 수 있었던 데에는, 바로 ‘감사’가 있었습니다.


저는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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