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만족과 감사, 그리고 결핍

by 안갑철 변호사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제가 글을 쓰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물음은 정말 철학(哲學)적입니다.

행복에 관하여 생각해보는 또 다른 물음이 있습니다.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행복이 가능한가?’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물음에 있어서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요즈음 소위 SNS라는 것 때문에 남들과 비교할 수밖에 없고, SNS의 보편화는 우리를 더욱 불행하게 만드는 한 요소인 것 같기는 합니다. 괜히, 퍼거슨 경의 “SNS는 인생의 낭비다”는 말이 명언으로 여겨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우리의 행복을 앗아간다면, 그 반대인 경우는 어떨까요.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 우월감은, 과연 행복의 요소가 될 수 있을까요.


고백하건대, 저는 타인을 보면서 최소한 ‘위로’가 되는 경우는 있었습니다. 그로써 ‘다행’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심’이라는 감정이 곧 행복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행복은 다분히 주관적인 감정입니다. 행복은 타인이 평가할 수 없으며, 오로지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습니다.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도 복잡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막연하게 ‘행복’이라는 단어만 떠올려 본다면, 행복을 위한 전제 조건은 충분히 도출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만족’과 ‘감사’입니다.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은 최소한 불평 거리가 있다는 말이고, 감사 없이 기쁨이 우러나오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없습니다. 끝없는 욕망을 채운다는 것은, 그 무엇인가가 채워지기 전에는 비어 있다는 뜻이고, 이는 그 무엇인가의 결핍을 의미합니다. 그 결핍은 만족할 수 없으며, 따라서 감사할 수도 없습니다. 욕심만 좇는 것이 행복할 수 없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무엇인가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은, 결핍이 있더라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결핍이 있어서 불행하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 수준에서 더 나은 도약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상태만 보면 그것은 만족일 수 있는 것입니다. 즉, 행복은 상대적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오로지 나 자신만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물컵의 물이 얼마나 채워졌느냐를 어떠한 시각으로 보느냐의 문제입니다.


이야기


행복이란 과거에도 존재하였지만, 오히려 현재에 마땅히 누려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과거를 회상하며 행복을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과거의 좋았던 기억은, ‘행복’이 맞습니다. 하지만 다시 오지는 않습니다.


행복에 여러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기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시절인, 신림동 고시촌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든 것도 사실이었지만 매 순간 행복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것부터가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시작됐구나.’라고 하면서, 오늘 하루 내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했습니다. 저 역시도 앞일은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그 어렵다고 하는 사법시험 공부를 내가 할 수 있구나, 내가 지금 도전하고 있구나, 이 공부는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감사했고, 기뻤습니다. 하루의 일과(공부량)를 마치고 잠이 들기 전에도 행복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긴장의 연속이지만, 하루하루의 성취감이 좋았습니다.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지금도 저는 행복합니다. 떼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법조인이라는 꿈을 이뤄 일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함을 느낍니다. 가정이 있고, 가족이 있고, 직장이 있고, 취미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물론, 형사사건을 주로 처리하는 저의 일이 늘 즐거울 수는 없습니다. 성범죄를 주로 다루는 변호사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이겨내야 하고, 의뢰인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음주 등으로 간수치가 안 좋았던 적도 있을 만큼, 행복을 외치는 제 모습이 처량해 보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현재에 감사하며, 행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행복은 좋은 기분을 느끼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도 콧노래를 부르며 행복을 느꼈습니다. 저는 취미가 여러 개인데, 다음 달에 제 방에 들일 장식장을 생각하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엄청 좋은 장식장이 아니어도, 장식장이 오고 거기에 채워질 저의 레고들을 상상하니 그저 기쁨이 넘쳐 흘렀습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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