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wyergo Feb 20. 2019

[조세전문변호사로 산다는 것] 업의 느낌이 무겁다.

[조세전문변호사로 산다는 것] 업의 느낌이 무겁다.


오늘 잠에서 깨기 전 눈은 얼른 떠지지 않고 방바닥에 자석을 붙여놓은 양 몸이 엄청 무겁다는 느낌을 잠결에 느꼈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할 정도로 무거운 느낌이다. 게다가 단전에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몸에 찐이 빠지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잠 깨는 짧은 순간에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어제 상담했던 아주머니가 알게 모르게 기운을 많이 빼갔나는 생각도 들었다.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젊은 아들이 다른 죄는 인정하는데 세금만큼은 억울하다면서 어머니는 자꾸 읍소하였다. 아들이 도망다니다 자기 보다 먼제 체포된 공범이 차명계좌 소유자는 아들 거라고 진술하였고 경찰은 국세청에 요청하여 국세청은 일사천리로 범칙조사를 하고 조세포탈죄로 아들을 고발하였다. 경찰이나 검찰은 고발한 대로 죄를 추가하여 기소하였고 법원도 기소한 그대로 유죄를 인정하고 실형에 고액의 벌금까지 병과하였다. 판결문에도 조세포달죄에 대한 변호사의 항변이 없었다. 지방에는 조세만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없어 서울에서 구하려고 했는데 공범과 지인들이 같은 변호사를 선임하자고 말리는 바람에 세금에 대한 도움을 제대로 못받고 모두 아들 책임으로 되었다면서 아들은 진짜 억울하다고 하였다. 상고이유서는 본인이 직접 썼는데 국세기본법을 독학하며 쓴 흔적들이  묻어있었다. 어머니는 방법이 없냐며 눈물을 흘리지만  '감성에 호소하지 마시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하였다. 별다른 대안이 없는데도 나에게 의존하려 하는 바램이 블랙홀이 되어 내 기운을 뺐어가는가 싶었다. 소소영영의 의미를 느낄  정도로 몸과 마음이 가벼웠던 때가 있었다. 발끝에서부터 전기가 시작해서 온 몸을 돌고돌아 마지막으로 눈으로 와서 번쩍 눈이 떠질 때의 기분도 생생하다. 머리가 시원해서 머리에 열기 한점을 느끼지 않는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그 당시를 자주 회상하게 된다.  나잇살이 찐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살이 전혀 찌지 않을 것만 같았던 나도 내장비만을 느낀다. 연륜이 쌓여서 그렇다고 하지만 내가 볼땐 죄업도 많이 쌓였다. 이럴 때 인생이 무상하다 느껴진다.

요즘은 사람들과 거의 어울리지 않는다. 어울려지지 않는다. 결이 다른 이를 만나는 게 힘들다.  나이가 70이 넘어도 모임에 바쁘고 모임을 만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삶에 열정이 대단해 보인다. 젊어서 경험이 인생을 결정하는 것 같다. 말년의 삶은 젊어서 결정된다는 말에 공감한다. 마찬가지로 금생은 전생의 연속이고 내생은 금생의 결과일 것이다.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나서 먹고 살고자 애쓴 거밖에 없다면  분명 인생이 허탈할 것이다는 믿음은 있다. 사람으로 태어날 확률이 지고지난하기 때문에 더 그래보인다. 우주가 점 하나에서 탄생되는데 밀도가 엄청강하다고 한다. 아마 우리 본성이 그런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본성을 등지고 마음의 고향을 떠나서 생존의 바다에서 헤엄치다가 세월보내고 건강 사라지고 남는 게 무거운 흔적밖에 없어보인다. 결국 해중추로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찰싹 흩어지는 파도의 거품이다. 지금은 출가의 뜻 자체도 없어졌지만 한때 출가하고자 했던 때가 있었다. 25년 전의 일이다. 지금까지 서로 교우하는 스님들도 법람만 30년이 훌쩍 넘었다. 1년에 한번을 만나도 법담을 나눌 수 있어  좋다. 사람과의 만남이 그러면 몸도 마음도 가볍다. 서로 깨우쳐주고 자신을 돌이켜 보고 반성하게 하는 관계다. 주고 받는 이해관계가 아니다. 요즘 자꾸 모임에 나오라고 하는 경우가 있지만 가서 나눌 이야기가 없고 정서가 맞지 않는데 고역이다. 이제는 맘에 없는 일은 안하고 싶다. 밤중에도 불려나가 술을 먹고 돌아다니던 때가 지났다. 사람들을 상대하다 눈밖에 나면 오히려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 자기 기분에 따라 죽일 놈도 됐다가 좋은 놈도 된다. 수시로 색깔이 바뀐다. 뇌가 빨리 늙는 비결이 남 험담하는 거라고 한다. 눈을 감고 들으면 아마 그 파장이 얼마나 듣기 힘든 것인지 알 수 있다. 가진 게 없고 내세울 게 없던 고시생 시절에  절실히 느꼈던 게 남 험담하지 않는 게 인격의 시작이구나 였다. 세상살면서 부화뇌동하고 편가르길 좋아하고 대접받길 좋아하다 보면 남 험담이 필수다. 흰머리 나면 저승사자가 데려간다는 신호라고 하는데 저승 티켓을 받아놓고서도 훈습을 버리지 못한다. 저승갈 때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가져갈려고 한다. 정작 평생 이룩한 재산과 지위는 빠트리면서... 아이러니하다. 뱃살이 찌면 내장에 지방이 끼어 밖으로 흘러나와 살이 되고 심장혈관을 좁게 만들어 심혈관 질환을 앓게 된다고 한다. 몸만 그런 게 아니라 업의 세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듯 하다. 머리가 시원한지, 몸과 마음이 가벼운지로 확인하면 될 것 같다.

50대를 넘어가야 60대다. 주위에 그 고비를 못넘긴 이들도 생긴다. 간신히 넘었는데 명을 달리한 분도 계신다. 나는 50대  진입도 못할 뻔 했다. 세금사건이 돈이라서 이해관계의 복합체이다. 거물을 만나는 게 결코 좋은 게 아니다. 경험상 숫자보는 이들이 흰머리도 빨리나고 명도 짧은 것 같다.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라는 의미로 들린다. 옛 흔적을 정리하는 것도 그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처럼 함박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