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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wyergo Feb 21. 2019

[국세청에서의 5년] 41  블랙리스트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국세청에서의 5년] 41  블랙리스트


김정은이 집권이후 숙청한 인원이 벌써 200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 기준은 자기 기분따라이다. 최근 북미대화 반대하는  50~70명을 제거했다는 뉴스를 보더라도 반대하거나 할 것 같으면 아예 싹을 잘라버린다. 이러면 북한의 간부들은 오로지 김정은 찬양이다. 굴종,종속의 틀에서 조금이라도 삐져나온 놈을 잡기위해서 감시하기 위해 감찰부서가 비대해지고 감찰의 권한은 무소불이가 된다. 오로지 친애하고 경외하고 전지전능한 김정은 동지이다. 이게 독재를 유지하는 가장 손쉬운 원초적 방법이다. 이성으로 생각하고 절제해야 하는 법치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근데 이게 과연 북한에만 통하는 수법일까 싶다.

내 눈에는 우리나라 공직에서도 알게모르게 이를 따라하고 있어 보인다. 블랙리스트가 그 예이다. 누군가의 맘에 안들면 제거하고 충성할 놈만 갖다 앉히기 위한 게 블랙리스트다. 굴종하지 않고 충성하지 않을 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감찰을 동원할 수밖에 없고 조직 구성원들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미리미리 감시한다. 이러면 조직의 수장에게는 친애하는 김정은 동지라는 식의 찬양이 나오게 된다. 조직의 수장을 누가 건들면 주변 간부들이 나서서 '감히 친애하고 존경하는 우리 수장을 건드려!' 이런 놈은 가만히 놔두면 안된다고 더 난리를 친다. 이렇게 조직의 분위기가 찬양으로 바꿔진다.

국세청 재직시 어느 직원이 해준 말이 기억난다. 정권교체기가 되어 대선이 시작될 무렵 이상한 메일이 와서 열어봤는데 국세청 간부들의 성향을 분석한 자료였다고 하였다. 발신자는 자기가 잘 아는 간부였는데 아마 동명이인에게 보내고자 한 게 잘못 온 것 같다고 하였다. 조직의 위로  올라가는 게 그냥 올라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어느 조직에도 리스트를 작성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조직의 수장 옆에는 항상 딸랑딸랑이 있기 마련이다. 한 직급 올라가는 게 인생의 숙원사업인 이들이다.

문제는 조직이 나서서 만드는 경우다. 이정도  되면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조직 수장 맘대로 하겠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각 공직마다 이번 환경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다. 환경부 장관은 청와대와 상의했다고 하고 청와대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고 말장난을 하고 있다. 블랙리스트의 목적은 결국 조직의 수장을 찬양하는 체제를 만들고자 함이다. 각 부처마다 청와대 협의 하에 이 일을 하고 있었다면 이는 어느 누구를 찬양하고자 하기때문에 이는 북한과 다름없는 일이다. 종속과 찬양의 체제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라고 봐야 한다. 20년 장기집권을 위한 첫번째 포석이 엽관제이다. 찬양하는 이들로 공직을 꽉꽉  채우는 거다.

이번 블랙리스트 건은 내가 볼때 국기가 무너졌다고 봐야한다. 공무원들은 그속에서 살겠다고 흔적을 남겨놓겠지만 정권이 바뀌었을 때나 써먹을 수 있다. 근데 자한당이 위낙 개죽을 쓰는 바람에 바뀔 일이 없어 보인다. 국가돈을  퍼주는데 그게 다 표가 된다. 점점 우리나라가 북한을 닮아가는 느낌이다.  그 똑똑한 엘리트들은 지금 다 어디 있는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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