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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wyergo Apr 04. 2019

[세금과인생] 163  조세형사 현실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세금과인생] 163  조세형사 현실


2014년 2월

서울 중앙지검에 근무하는 김영규 부장검사로부터 우편물을 받았다.

'법조' 라는 책과 그 속에 본인의 논문이 게재되었다는 편지였다.

그를 알게 된 것은 소득처분에 의한 종합소득세 과세의 경우 과연 '사기 그밖의 부정한 행위'가 되는지 여부를 전화로 물어와서 잠깐 통화한 적이 있었다.

무척 학구적이고 논리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 책인 '조세형사법'의 어느 부분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고 답을 하면서 잠시 스쳐가는 인연이라 생각했는데 그 후 편지와 책을 주니 느낌이 달랐다.

"좋은 글을 쓰신 부장검사님이 조세형사분야에 대가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라고 블로그에 2014년 당시 심정을 올린 적이 있었다.


지금은 조세형사법 지식이 일반화 되었는지 물어보는 검사가 없다. 조세형사법을 적은 이유는 조세법 시리즈의 완결판이기 때문에 마지막 화룡점정하는 기분으로 몇년 동안의 조세법서 집필 작업의 마무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개별세법은 국세기본법으로 귀결되고 거기서 물줄기가 다시 조세형사법으로 흐른다. 세금으로 인신구속되고 벌금으로 노역장 유치되어 교도소에 가야 하는 사업자들이 많아지고 그중에는  '억' 소리도 못하고 사정권력의 큰 물결에 쓸려 힘없이 폭포로 떨어지는 가장들을 생각하면 법리 중심의 사고가 필요했다. 무식이 용감이라고 일단 내가 그렇게 본다고 해버리면 국가가 한 것이 된다. 공무원의 삐딱한 눈으로 함부로 조세범을 양산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책을 집필했다. 내가 쓴 어떤 조세법서나 글들이 과세근거를 만들어주고 실적올리라고 한 게 없다. 항상 강조한 게 억울한 납세자를 만들지 말라는 거였다. 일단 국세청이 조세범으로 범칙조사하면 납세자는 스스로 빠져나오기 힘들다. 돈을 많이 써서 용을 쓸 수 있으면 간혹 빠져 나올까 그것도 당연한 걸 당연하게 봐달라는 것이고, 보통은 조세범으로 형사고발되면 국세청 고발내용 그대로 기소되고 법원도 공소장 액면 그대로 선고되기 마련이다. 억울해도 자백을 유도해서 걸리면 끝이다. 봐 줄것 같은 착각이라는 낚시바늘에 걸리면 오히려 자승자박이 된다. 공격하는 이들은 봐주는 게 없다.  요즘은 괜히 힘들어서 책을 썼나 싶다. 구제마인드를 전하고 싶었는데 실적내는 지식만 전달해준 느낌이다. 자칫 전 사업자의 전과자화가 우려된다.


"죄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최근 조세범으로 재판받은 어떤 피고인의 하소연이다. 죄를 지었으면 죄를 받으면 되지만 죄를 만들어서 받는 것 같다고 하였다. 혼자 독백을 하다시피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이 더이상 버틸 힘을 다 소진한 듯 했다. 고령의 아버지가 작년에 한번 쓰러지셨는데 이젠 돌아가셔도 못 볼것 같다면서 이제 들어가면 가족들은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을 하였다. 수개월 전에 여러번 찾아온 기업체 간부였다. 불과 6개월 만에 얼굴이 많이 상했다. 흰머리도 많이 났다. 젠틀했던 얼굴에 근심이 한가득이었다. 사람도 장난을 칠 사람이 따로 있다. 가족을 위해 일만 열심히 했을 보통의 가장이었는데 직원이 장난친 것에 대해 공동정범으로 몰려 곤혹을 치르고 있다. 휘하 직원들만 수십 명이고 그들이 거래하는 금액만 천억 대였다. 그런데 직원 한명이 3년간 세금계산서를 거래업체와 짜고  허위로 발행한 것에 대해 상사로서 알지 못할 수 있냐는 이유로 공동정범으로 몰려 검찰 수사를 받았다. 2번 정도 수사를 받고 사무실을 찾아왔는데 검찰이 얽어매려고 노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가 국세청에 포탈세액을 증가시켜 고발하도록 의뢰했다고 하였다. 그는 겁을 잔뜩 먹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젊은 수사검사에게 빌기도 했다고 했다. 내가볼때 그게 더 화근이었다. 검사는 불러주는 대로 자필로 쓰라고 요구했고 그는 순순히 들어줬다.  밤샘 수사에 지쳐 있던 그에게 새벽에 의식이 흐릿할 때 마치 봐줄 것 같이 하니 순진하게 하라는 대로 했다. 무려 5번이나 조사를 밤새도록 받으면 모두들 다 나가 떨어질 것이다. 옆방에선 상사를 조사하면서 변호사가 대동했건 말건 큰소리로 윽박지르는 소리를 들으니 더 겁을 먹었을 것이다. 결국  판결문에 자기가 썼던 게 인용이 되어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유죄였다. 비록 집행유예는 됐지만  벌금만 수십억이다보니 2심에서도 바뀌지 않으면 결국 노역장 유치로 교도소로 가야 한다. 50억 이상이면 1,000일 이상이다.

요즘은 검사들도 세금전문가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것 같다. 세금사건 수사를 많이 해봤다는 게  옷벗고 나와 변호사할 때 돈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검사 시절 세금사건을 많이 했다는 걸로 조세전문변호사라고 한다면 그 이유는 피의자를 윽박지르면서 몰아 본 경험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규제에서 획 하나 빼면 구제다. 규제는 본능이지만 구제는 훈련되지 않으면 어렵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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