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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wyergo Apr 05. 2019

전관예우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세법플러스] 전관예우

  2017년 04월 05일(수)


판사출신의 아는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뜬금없이 연수원 동기인 모 부장판사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의 의뢰인이 그 판사와 잘 아는 변호사를 원하고 있다는 거였다. 변호사 입장에선 사건수임을 위해 그런다 하지만 의뢰인이 수소문하는 이유가 뭘까? 어느 재력가가 해준 말이 기억난다. “검사보다 판사가 더 무서워요.”


자기 재산을 잃느냐 마느냐는 판사의 판결에 달렸다는 이유였다. 그들은 세상이 ‘알면 봐주고 모르면 칼같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법원은 전관예우는 절대 있을 수 없고, 오직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한다고 말할 것이지만 최근 500명 법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판사도 윗사람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판사출신 변호사가 인맥을 찾는 이유는 재판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그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수천 건의 조세 불복업무를 해본 결과 청구인이 누구인지, 대리인이 누구인지, 불복액수가 얼마인지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법리에 따라 사심 없이 한다는 게 무척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심이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혹 밉상이면 결론을 정해놓고 ‘믿기 힘들다’ ‘신빙성이 부족하다’ 해버리면 결정문이 뚝딱 만들어질 수 있다. 사건 대부분이 사실 관계를 어떻게 특정하느냐 이기 때문에 결국 사람이 판단해야 할 재량영역이 클 수밖에 없다. 긍정으로 보면 긍정이고 부정으로 보면 부정이다.


법리는 그다음이다. 눈사람을 만든 적이 있었다. 희한하게도 보는 각도에 따라 표정이 전혀 달라 보였다. 밑에서 보면 웃는 모습인데 위에서 보면 화난 모습이었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고 했다. 똑같은 눈사람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보이는데 하물며 사건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래서 불복하는 입장에선 인맥을 동원하고자 하는 거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인정받는 게 어렵다. 일단 모르면 기각, 이해가 힘들면 기각, 비위 상하면 기각으로 해도 자유심증이라고 말한다. 이래서 사람이 중요하다. “청구인이 불쌍한 것 같아요.” ‘운도 지지리도 없어요.’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결국, 누군가 균형을 잡아줘야 하는데 그게 힘들다. 실력도 있어야 하고 내 일처럼 생각하는 따뜻함도 있어야 하고 아울러 사심도 없어야 하고, 균형감각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 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사람들이 공직에 많으면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다.


고성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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