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과정]자유의 향기
불교와 인생
서산 천장암을 다녀온 후로 잠을 잘 자고 열기가 식은 아침 저녁 공기 냄새에서 평온함을 느낀다. 인생을 사는 게 이러구나 싶다. 자유의 느낌이다. 경허선사가 깨달았다는 방에서 하룻밤 좌선할 때 흩어진 퍼즐조각들이 착착 맞춰지는 느낌이 들더니 생각이 더 단순해졌다. 일상삼매 일행삼매에 시침을 맞춘다. 본성에 마음의 중심을 맞춘다. 그래도 훈습이 있어 언행으로 튀어나오곤 한다.
30대 초반에도 자유의 느낌이 있었다. 고시합격하고자 용을 쓰던 시절이었다. 그것아니면 출가밖에 할 게 없다고 스스로 구속되어 있었다. 사람으로부터 멀어진 외롭고 적적한 시간을 보냈으나 나름 바쁜 일상을 보냈다. 새벽에 일어나 좌선하듯이 책을 읽고 산책을 한 후 아침을 먹고 오후에도 운동을 빼먹지 않고 좌선하듯이 앉아 책읽다 스르르 잠들었다. 이런 단순한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순간 잘되기 보다 잘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뒤로 껄떡거리는 마음이 사라졌다. 양파껍질 벗겨지는 느낌을 받았고 그 느낌은 시원했다. 그래서 해방감을 시원하다 표현하겠다 싶었다. 찐덕찐덕한 아교풀보다 더 강하게 온 몸에 접착되었던 틀이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탈피라는 말이 그래서 존재하는가 보다. 사람이 인간으로 태어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20년이 훨씬 넘었다. 알게 모르게 쌓인 게 많아 당시의 그런 시원함은 없지만 다시 한번 평온함을 느낀다. 마음을 내지 않는 일상이다. 젊었을 때 이후 기억은 금방 지워진다. 지나가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지금 이 계절은 정말 좋다. 시원한 바람과 녹음냄새를 사랑한다.
가끔 한번씩 만나면 마치 법담을 나누는 느낌이 서로 드는 어느 전 대법관님이 계신다. 항상 자연인의 모습처럼 소박하고 권위가 없고 얼굴에는 미소가 머금어 있다. 뵙고 싶을 때 격없이 불쑥 전화하는 게 실례가 되지 않냐고 말씀드리면 '그게 고성춘이지'라고 소탈하게 웃으신다. 살면서 느끼는 게 자연인이 되어야 인생의 향기도 나는 것 같다. 여유가 있어 보인다. 돈과 벼슬이나 자리 하나 차지하려면 판세를 읽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눈치가 오백단들이다. 목적의식이 강하다. 권위가 쌓일수록 소탈하고 새털처럼 가벼울 수 없다. 그래서 적적함을 즐길 줄 아는 게 인생인 듯 하다. 자유의 향기가 진한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