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기행]목과 용주사에서의 체험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절집기행] 옥과 용주사에서의 체험 2
어느 분이 조언하시길 과거 이야기를 쓰지 말라 하신다. 자꾸 과거 지향이면 현업을 안하시는가 오인할 수 있다는 이유다. 글 쓰는 것도 쉽지 않고 올리는 것도 어렵다. 단지 나는 내 이야기를 흔적으로 남기고자 할 뿐이다. 사람들이 겪는 과정들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혹 내 경험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내 영역이 아니라 읽는 사람 맘이다. 아무튼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읽는 순간만이라도 도움이 돼면 좋겠다.
'알게 모르게 지은 죄가 많습니다.' 혜각스님은 절을 할때마다 이렇게 마음 속으로 되뇌여 보라고 하였다. '합격하게 해주세요'라고 빌기가 왠지 사삭스러웠기 때문이다. 근데 그런 마음으로 절을 하면서 머리를 바닥에 댈 때마다 신기하게도 무슨 죄가 그리 많이 숨어있었는지 하염없이 나왔다. 진짜 알게 모르게 지은 죄가 하염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30대 초반 옥과 용주사에 한달 정도 지난 어느 날이었다. 절을 구경하러 왔다는 어느 예쁜 아주머니가 법당에서 절을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봤는지 기도는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었다. 방에 들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알게 모르게 지은 죄가 많습니다'가 좋은 것 같다고 말해줬는데 그뒤로 절에 오지 않았다.
어느날은 법당에 못보던 중년의 여인이 앉아있었다. 조그만 암자라서 사람 왕래가 거의 없고 날마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니 지루할 때쯤 새 얼굴이 보이면 반가웠다. 근데 기도를 하는 중에 훌쩍훌쩍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여인이었다. 일주일 정도 같이 있으면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포목점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나는 돈만 벌고 쓰는 사람은 따로 있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자 아무 생각없이 집을 나와 드라이브하다가 바위 위에 운치있게 지어놓은 절을 발견하고 법당에 들어왔다고 하였다. 그런데 기도 중에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서러운 느낌이 나서 울었다고 하였다. 일주일 후 딸이 데리러 왔는데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이었던 그 시간 동안 기도한 게 많은 위안이 되었다고 하였다.
가는 인연이 있으면 오는 인연도 있다. 새로운 얼굴의 여인이 왔었다. 그분도 차를 타고 배회하다 절이 맘에 들었다고 하였다. 의외로 배회하는 여인들이 많은 것 같다. 법당에서 목탁소리가 울리고 정근소리가 들리고 절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면 아무리 낯선 절도 포근하고 친숙해 보이고 신심이 나기 마련이다. 그 여인도 그랬다. 남편이 바람피어서 화가 나서 집을 나왔다고 하였다. 그러나 일주일 후 갈때는 남편 손을 잡고 갔었다. 절에 와서 삭삭 비는 남편과 화해했다고 하였다. 우울증이라는 게 항상 가슴 속 깊이 잠재되어 있는 것 같다. 바쁘면 모르다가 조금 한가해지면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옥과 옹주사 절 식구는 단촐했다. 그 절은 비구니 스님 절이다 보니 여인들만 있었다. 그 속에 남자는 딱 나 하나였다. 비구니 스님 3명과 나 그리고 나이드신 공양주 보살과 젊은 보살 한명이 전부였다. 주지스님은 60이 넘었고 상좌스님은 30대 초반 나와 동갑이었고 기도스님은 나이를 정확히 잘 모르지만 40대로 보였다. 절에서는 나이를 묻지 않는다. 공양주보살은 60이 넘었는데 어느날 몸이 아프다면서 힘들어 하셨다. 공양주는 새벽 3시 넘어서 일어나서 아침 공양을 만든다. 몸이 아파도 일어나서 음식을 해야 절 식구들이 공양을 할 수 있기때문에 몸이 아프면 법당 부처님에게 가서 '알아서 하세요. 제가 아프면 공양 못해요'라고 배짱을 부리면 몸이 낫는다고 하였다. 절에 사는 사람들이 다들 한소식 정도 하는 사람들이다. 젊은 보살은 당시 30대 후반으로 보였는데 무슨 사유로 절에 와 있었는지 이유를 몰랐다. 당시 유명한 청화스님을 친견하러 갈 때 그 여인도 같이 간 적이 있었다. 청화스님은 나보고는 '열심히 하소'라고 말한 반면 그 보살에게는 '출가하소'라고 말씀하였다. 그런 권유가 한번이 아닌 것 같았다. 보살은 청화스님에게 큰소리로 짜증내면서 말했다. "왜 자꾸 나한테만 출가하라고 하세요." 청화스님은 순간 당황하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조용하게 출가하라고 타일렀다. 그 여인의 사연이 뭔지 알지 못한다. 단지 청화스님 인연으로 그 절에 와 있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나는 내 앞길 개척하느라 남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적적한 생활을 오래하서 그런지 유독 남 흉보는 소리를 들으면 파장이 흔들렸다. 말하는 사람 목소리가 날카롭게 느껴졌다. 남 흉보면 시원해지는 줄 알지만 정작 자신의 세포들은 고문 당하고 있는 것이다. 세포가 그런 고문을 많이 받으면 견디지 못하고 암도 걸릴 것 같다. 그 보살은 여름을 지내고 가을에 떠났다. 보살의 처지가 짠해 보였다.
기도스님은 뚱뚱하였다. 대신 목소리가 굵직하여 염불하는 음색이 좋았다. 한번은 녹음해서 들려줬더니 신기해 하였다. 자신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다고 하였다. 지장기도하고자 기도처를 돌아다닌다고 하였다. 행자시절 엄청 힘들게 해서 손가락 하나가 굽었다고 하였다. 여자들이 더 온화할 것 같아도 더 혹독하고 엄격한 것 같았다. 비구니로 산다는 게 힘들어 보였다. 절집도 여자들이 있는 후원은 기가 세다. 네사람이 앉아 이야기하다가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못가는 이유가 없는 사이에 자신을 흉볼까 자리를 못뜬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스님들도 후원 보살에게 는 함부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복이 많았다. 아무리 달만 보라해도 손가락이 보이기 마련이라서 사람따라 절도 가고 믿음도 가지게 된다. 법당에 처음 들어간 절이 정갈했고 처음 만난 스님들이 기도를 여법하게 잘 하는 분들이었다. 게다가 나를 위해 마음까지 써주었다.
지장기도가 관음기도보다 더 쎄다는 말을 들었다. 죽음을 생각하는 기도라서 그런지 어럼픗하게 이해가 된다. 관음기도는 소원을 빌면 다 들어준다는 관세음보살을 일심으로 칭송하는 거라면 지장기도는 지옥의 길목에서 지옥으로 오는 영가들을 다 제도하겠다고 서원을 세운 지장보살을 칭송하는 거다. 지장경을 보면 지장보살도 여자로 나온다. 후세 사람들이 상품화한 거라고 혹평을 하기도 하지만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생각하면 부정보다는 긍정이다. 과정일 뿐이므로 당사자가 돼보면 제3자로 볼때와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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