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에서의 하루는 하루 세끼 먹는 게 큰 일이다. 숙소에서 월정사까지 30분을 걸어서 가기때문에 오고가면 한시간이고 세끼 다 찾아먹는데만 하루 세시간이다보니 아침공양을 빼먹기도 한다. 전나무숲길이 1.9km이니 공양후 한바퀴 돌고 오면 밥 먹은 게 다 꺼지고 몸이 나른해진다. 방바닥에 몸을 스르르 대면 한시간은 족히 잔다. 일어나면 또 점심공양하러 출발해야 한다. 11시에 먹으니 10시30분에는 출발해야 한다. 점심 공양후 계곡길을 따라 산보를 즐기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숙소에 오면 어김없이 졸음이 몰려오고 낮잠자고 일어나면 또 밥시간이다. 저녁은 5시이니까 4시30분에는 출발해야 한다. 공양시간은 30분까지다. 절에서는 시간지나면 밥을 못 얻어먹는다. 또 숲길을 한가롭게 거닐다 숙소로 들어오면 이젠 잠자는 일밖에 없다. 8시면 칠흙같이 어둡다. 맘내서 나가봤는데 멋돼지들이 나오는다는 말에 다시 들어온 이후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밤이 길면 잠 잘수밖에. 새벽이 되면 잠이 깨고 새벽예불이라도 들어가려면 새벽 4시쯤 서둘러야 하는데 어둠이 가시지 않아 5시쯤 출발한다. 그렇게 또 하루가 똑같이 반복된다.
근데 맨날 다니는 전나무숲길은 한번도 싫증나거나 단조롭거나 심심한 적이 없었다. 계곡물 수량과 유속,색깔이 매시간마다 틀리고 햇빛,바람,사람들이 매번 달랐다. 항상 변한다. 그러니 질리지 않다.
이곳에선 하루 밥 세끼 찾아먹는 게 큰일이다. 먹고자고 먹고자고 먹고자고. 심심해야 건강해진다는데 여기선 밥 찾아먹는 것 외에 아무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