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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wyergo Sep 27. 2019

[세금과인생] 206 유사매매사례가액 위헌성 2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세금에 관한 많은 사례를 접하면서 지금까지도 ‘이것은 문제있다’ 싶은 사건이 있다. 물론 그 당시에도 그런 생각이었다. 문제가 있다는 점은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공감하고 있었다. 법이 위헌으로 나오리라 예상도 했지만 뜻밖에도 법원은 적법한 것으로 보았다. 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나 그리 쉽게 끝날 일이 아니다. 적법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자신도 당사자가 되면 똑같은 일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옆집 매매가액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사례를 들어보기로 하자.

 

갑은 2004년 12월경 아버지로부터 아파트 1채를 증여받았다. 층수는 8층이었다. 증여 아파트에는 세입자가 살고 있었기 때문에 전세금 1억 5,000만원을 갑이 부담하기로 하였다. 증여 아파트의 기준시가는 6억 3,900만원이었다. 갑은 세무사에게 증여세 신고를 맡겼고, 세무사는 국세청장이 고시한 위 기준시가로 증여세를 신고하였고, 갑은 증여세를 자진납부하였다. 그런데 관할세무서장은 증여 아파트와 같은 단지, 같은 동에 있는 아파트가 2004년 10월경에 8억 5,000만원에 매매된 사실이 있음을 밝혀내고, 증여 아파트의 증여재산가액을 비교 아파트의 매매거래가액인 8억 5,000만원으로 보아 1년 후 갑에게 증여세 수천만 원을 추가로 부과하는 과세처분을 하였다. 비교 아파트 층수는 19층이었다.

갑은 세무서를 찾아갔다.

“어떻게 해서 남의 집 매매가액이 내 아파트의 시가가 됩니까?”

세무공무원은 세법전을 갑에게 보여주면서 능숙하게 말하였다. 이런 일로 따지러 오는 납세자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5항에 의하면 유사매매사례가액도 시가로 보도록 되어있습니다.”

갑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유사매매사례가액이 뭡니까?”

세무공무원은 해당 조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여기 보시면 나오잖아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제1항, 제2항, 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5항의 각 규정에 의하면, 증여재산가액의 평가는 원칙적으로 증여일 현재의 시가에 의하되 당해 재산과 면적․ 위치․용도 및 종목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다른 재산이 증여일 전후 3월 이내에 매매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당해 가액을 시가로 본다’ 고 규정되어 있잖아요.”

세무공무원은 자료를 뒤적이면서 다시 말하였다.

“비교 아파트는 2004년 10월 경 매매되었고, 선생님은 아파트를 2004년 12월 경 증여받았기 때문에 비교 아파트는 증여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의 매매사례가액에 해당되잖아요.”

갑은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 무슨 법전이 그렇게도 두꺼운지 법전 부피에 질려버릴 지경인데 글씨마저 깨알만 하였고, 게다가 용어가 낯설어 세무공무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금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온다.

갑은 세무공무원에게 말했다.

“남이 얼마에 팔았든 그게 왜 나와 관계가 있습니까?”

세무공무원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명해 드렸잖아요. 남이 판 매매가액도 선생님이 증여받은 재산의 시가가 된다니까요.”

갑은 따졌다.

“비교 아파트는 19층이고 내가 증여받은 아파트는 8층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똑같다는 것입니까?”


(계속)

https://youtu.be/EM3hwj2oV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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