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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wyergo Jan 29. 2020

행복이 뭣일까?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행복이 뭣일까?

성인들은 자꾸 안 보이는 말만 한다. 보이지 않으면 없는 거다. 눈에 보여야 직성이 풀린다.

돈이 없으면 힘드니까 돈이 많아야  한다. 직급이 낮으면 서러우니까 지위는 높아야 한다. 남이 나를 깔보면 기분나쁘니까 대우를 받고 살아야 한다. 외로우면 힘들고 피곤하니까 사랑도 해야한다.
누구를 존대하는 건 구속이고 고역이니 평등하게 살고 싶다.
돈, 지위, 명예, 사랑, 평등이 있으면 행복하겠다.

근데 돈을 가지고 싶어도 돈이 벌리지 않고, 지위가 높아지고 싶어도 높아지지 않고, 대우를 받고 싶어도 무시를 당하고, 사랑을 하고 싶어도 맘에 드는 상대가 없고, 평등을 누리면서 살고싶은데 사람들이 싫어한다. 존재 하나하나가 업동이들이라서 내 맘대로 될 리 없다.
 
행복이 그래서 어려운가?

성인들이 말했다. 무상하다고.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고. 존재하지 않다고.

마치 내 몸이 분명 있는데 내 몸이 없다하니 이해가 안 되는 것과 같다.
보이면 물질이고 안 보이면 파장이라 하지만 보는 이에게는 보이는 게 전부이니 보이다 안 보여야 비로소 알 수 밖에.  옛 선인들은 없는 것을 있다하고 있는 것을 없다고 전도몽상하지 마라고 했지만 그런 것 잘 모르겠고 지금 현재 내 이익이 중요하고 내 감정이 더 중요할 뿐이다.

이러니 중생이 누구를 위한다는 말은 거짓이고 세상을 위한다는 말도 거짓이다. 단지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일 뿐이다. 오히려 누굴 위한다는 생각말고 거짓말이나 하지 않는 게 위해주는 거다. 손에 쥔 눈 한줌이 커다란 눈사람이 되듯이 업의 무게도 커지는 것 같다.

산사에서 수행정진하는 동안거 해제가 얼마 안남았다. 무문관을 열고 나올 오랜 인연이 무슨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한 세계를 넘으면 또 다른 세계가 있고 보이지 않는 세계가 크다는 것만은 확실히 느끼지만 세세생생 훈습으로 찐덕찐덕 붙은 업력이 장애다.무문관을 들어가기 전 날 나에게 해준 말이 있었다. "이제 그만하고 맛을 봐야지."

 중생이 사는 세계는 업의 세계다. 업대로 굴러가다 칼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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