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wyergo Dec 26. 2018

[국세청에서의 5년] 32 접대비 실명제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국세청에서의 5년] 32 접대비 실명제


아들 딸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 '남에게 얻어 먹으면 나도 꼭 사줘야  한다.'이다.

공짜 좋아하지 말라는 의미다. 공짜 좋아하면 지옥고에 떨어져 몇 생을 고통받다가 그나마 간신히 면하더라도 소나 말로 태어나서 다 갚아야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얻어먹는 것을 무서워하라는  경책이다. 그래도 공짜가 좋다보니  유독 우리나라에는. 얻어먹으면서도 큰소리치는 이들이 아주 많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좋은 말은 다 한다.  


25년을 넘게 교류하고 있는 도반같은 스님이  해준 말이 있다. 출가한지 얼마되지 않아 신도한테  밥을 얻어먹게 되자 자신이 이렇게 함부로 얻어먹어도 되는가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는데 3년이 지나면서부터는 응당 공짜로 얻어 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더라는 것이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깜짝 놀랬다고 한다. 그나마 깨어있기에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이다.


공짜 좋아하는 것은 본능이다보니 이  습을 버리기 힘들다. 순수를 추구하고자 인생을 걸고 출가한 이들도 20~30대에는 도 닦다가 길바닥에서 죽겠다는 결기가 40대가 되면 말사주지를, 50대가 되면 본사주지를, 60대가 되면 조실을 하고 싶어 한다. 이 의미는 결국은 본능으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현실로, 물욕에서 명예욕으로. 이렇게 성직의 옷을 입어도 본능에 시달린다. 중벼슬은 닭벼슬만도 못하다 해도 꾸여꾸역 하려는 이유는 다 돈때문이다. 돈도 있어야 명예도 따른다. 이런 이들이 너무 많다보니 오죽했으면 죽어서 지옥불에 시달리다 몇억겁이 지나 잘 태어나면 소나 말로 태어나서 공짜로 얻어먹은 것을 모두 다 갚아야 한다는 말이 전해내려 올까 싶다.


생로병사가 짧은 순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죽음의 그림자가 앞에  와 있는 줄도 모르고 사람들은 공짜 좋아하기에 바쁘다. 그래서 중생이라고 한다. 중생이 사는 집이 화택이다. 집이 불타고 있으니 나오라고 그렇게 외쳐도 나오지 않는 존재다. 그러니 이 사바세계에선 공짜 좋아한다고 시비를 따질 필요가 없다. 사바세계 존재들은 공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 존재들에게  아무리 김영란법으로 처벌한다해도 공짜  좋아하는 게  근절되지 않는다. 오고가는 정인데  그것마저 없으면 삭막하다. 쓰지를 않으면 소비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달마다 들어오는 돈은 쉽게 새나가지 않지만 한번에 들어오는 목돈은 금방 없어지기 때문에 오고가는 목돈이 날아다녀야 소비도 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공짜돈들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신념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시절 부정부패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나온 제도가 접대비 실명제였다. 2004년 도입되었다가 2008년에 폐지된 제도다. 당시 국세청장으로 재경부에서 온 이용섭 현 광주시장이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시기상조라는 이헌재 장관의 제동이 있었지만 명분이 좋아 강력하게 시행되었다. 당시 국세청 내에서도 속으로는 부정적인 견해들이 있었다. 결국 시행결과는 내수소비를 16%나 감축시키다 보니 폐지될 수밖에 없었다. 도 닦다 길바닥에서 죽겠다는 결기가 결국 현실로 되돌아 온 것이다.


접대비 실명제란 기업에 건당 50만원 이상의 접대비를 지출할 경우 목적과 접대 상대방의 상호, 사업자등록번호 등 증빙서류 제출을 의무화한 제도다.   기업이 한해 룸싸롱 등에 쓰는 돈이 1조5000 억이 넘는다고 한다. 이용섭 청장시절 룸싸롱 같은 유흥업소에 대한 세무조사를 대대적으로 한 적이 있었다. 당시 간부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기억난다. 룸싸롱 하나에 15개 직업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미용실부터 대리운전, 포장마차까지 서민들 생계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당시 법무과도 룸싸롱 봉사료 사건으로 홍수가 났다. 그뒤로는 룸싸롱 기획조사를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참 이래도 고민 저래도 고민이다. 내수소비를 어떻게 진작 할건지  정권들은 항상 고민이다. 소비는 유권자들 피부로 와닿아야 표로 연결되다 보니 정치인들이  더 집착하는 듯 하다. DJ 정권시절 카드대란이 있었다.  카드사용을 권장햬서 내수소비를 증대시키고자 했는지 당시 빚을 카드로 돌려막는 게 허다하여 신용카드사로부터 사기죄로 고발되는 이들이 엄청 많았다. 내수소비를 카드남발로 한 대가가 사기죄 전과자 양산이었다. 당시 검찰시보하면서 직접 피신조서를 받기도 했다.


 접대비는 세금사건의 단골 에뉴다. 항상 문제될 수밖에 없는 게 세무조사시 실적내기 좋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대기업이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공짜로 점심을 제공한 거를 업무와 관련없다는 이유로 접대비로 인정하지 않고 법인세를 수억 부과한 부실과세도 존재할 정도다. 부정부패의 큰 고리는 건들지 못하면서 실적내기용으로 가장 좋은 게 접대비다. 업무관련성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잘 알아서 판단하라는 게 판례다. 그러니 이현령 비현령이다. 걸고 싶으면 얼만든지 업무와 관계없는 비용이라고 걸 수 있다.  


접대비의  또다른 쟁점은 접대비 한도이다. 한도를 초과하면 손금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한마디로 먹고마시고 선물주는 데 돈 쓰지말라는 것이다. 한도를  규제해 놓다보니 돈을 쓰고 싶어도 맘대로 쓰지는 못한다. 그렇다해서 진짜 쓸 돈을 못 쓰는 것도 아니다. 오고가는 게 뒤에서 이뤄지지 앞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지하경제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최근 접대비 한도를 2.5배나 늘려서 내수소비를 늘리겠다는 정부법안이 여당 국회의원을 통해 발의되었다는 뉴스다. 2004년 이후 13년만에 최초로 기업접대비가 줄어들 정도로 경제가 안 좋으니 내수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한도를 10%만 올려도 1조가 더 몰린다  한다.  노무현 정권 시절과 사람은 같아도 정책이 반대로 가는 걸 보면 그만큼 나라경제가 안 좋은갑다. 삐딱하게 보면 회사돈을  쌈짓돈으로 쓰고 싶은데 접대비 한도에 걸려 맘대로 쓰지 못해 불편해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이유도 있을 거다.  정권 초기부터 각자도생으로  돈을 버는 이들이 많아보인다.  결국 사업을 해보면 접대비 난관에 걸리 게 돼 있디. 불편하면 제거할 수밖에.

매거진의 이전글 조세범처벌법 강의 1 제8조 장부소각 파기 은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